프랜차이즈협회, 비대위 결성…공정위 신고 계획 밝혀
“협의 없는 수수료 인상…가맹점주에 손실 떠넘겨”
배달 앱의 과도한 수수료 인상을 지적해 온 한국프랜차이즈협회가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라는 강수를 띄웠다. 그동안 협회는 기자회견, 입장문 등을 통해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 등에 목소리를 내왔지만, 공정위 신고 방침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이로 인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배달 앱 간의 긴장감이 격화될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불공정거래 행위…사전에 인상 협의하지 않아”
9일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협회는 ‘프랜차이즈 배달 앱 사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지난 6일 결성하고, 9월 내로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 앱 3사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신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랜차이즈협회에는 BBQ, 본죽 등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 1300여 개가 가입해있다.
협회는 배민 등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이 독과점사업자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다.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가격을 올릴 때는 사전에 협의를 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배달 앱 수수료 인상으로 인해 배달 비중이 큰 프랜차이즈 업종들의 타격이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나명석 비대위원장은 “배달 앱 3사가 올해 무료배달 경쟁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을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등으로 가맹점주에게 전가해, 배달 비중이 높은 치킨, 피자, 족발 등 관련 업계가 초토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배달 앱의 수수료 인상 이슈는 배민의 움직임으로 인해 본격적으로 점화됐다. 배민은 지난 7월 배민1플러스(배민배달) 중개 수수료율을 9.8%로 3%포인트 인상했고, 지난달 9일부터 이 수수료가 적용됐다.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배민의 수수료 인상 여파는 컸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매장과 배달 가격에 차등 적용을 하겠다고 밝혔고, 전국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에 가격 이원화를 요구하는 내용의 내용증명을 보내기도 했다.
일각에서 배달 앱 비용 부담으로 프랜차이즈 수익이 악화됐다는 주장이 나오자, 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이에 대한 반박문을 자사 뉴스룸에 게시한 바 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달 29일 “배달 앱 입점 점주가 부담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배달비”라며 “다만 배달비와 결제 수수료 및 부가세는 대부분 라이더 인건비, 결제 대행사, 정부로 이전되는 비용이며, 배달 앱을 통하지 않아도 발생하는 비용”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것보다 배달 앱을 통해 배달을 진행하는 것이 비용 절감에 유리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리포트를 근거로, 메뉴 가격을 올린 식당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식재료 비용 상승’을 가격 인상 원인으로 꼽았다는 점도 부연했다.
공공배달 앱‧자사 앱 활용도 장려
프랜차이즈협회가 공정위 신고라는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은 앞서 결성된 상생협의체에서 유의미한 결론이 도출되지 않은 결과로도 해석된다. 지난 7월 출범한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배달 앱과 입점업체 간 수수료, 계약 체결 등 이슈에서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 이후 세 차례 회의를 진행하고 논의 안건 등을 정했다.
협의의 핵심은 ‘수수료’다. 최근 숙박 플랫폼 분야 자율 기구에서 중개 수수료를 완화하는 상생안을 마련하면서 기대가 나오고 있으나, 배달 앱들은 수수료 인하에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내 경쟁이 격화되고 출혈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것은 어렵다는 주장이다.
프랜차이즈협회는 경쟁력 있는 ‘대체재’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한다. 현재 배달 앱 3사가 10%에 가까운 수수료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2%대 수수료로 운영되는 공공배달 앱이 주목을 받고 있다. 그러나 참여율이 저조해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주문량이 적어 수수료 수익도 낮아지면서 일부 지자체는 공공배달앱 운영을 중단했다. 대전의 휘파람, 부산의 동백통이 서비스를 종료했고, 전남 여수의 씽씽여수, 경남 거제의 배달올거제 등도 사업을 접었다.
협회는 위메프오, 땡겨요, 먹깨비 등으로 대표되는 공공배달 앱을 육성하고 참여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실행 방안을 회의를 통해 마련하기로 했다. 특히 현재 프랜차이즈 업계가 배달 앱 수수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 앱’에 힘을 주고 있는 만큼, 중개 수수료가 없고 결제 수수료가 비교적 낮은 자사 앱 사용을 장려해 점주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BBQ나 바른치킨 등 프랜차이즈는 자사 앱 주문 시 포장 주문 건을 할인해주거나 배달비 할인 이벤트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을 자사 앱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비대위는 더 많은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참여시켜 협회의 무게감을 키우고 배달 앱 3사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업계 현 상황을 널리 알리고, 이달 중 공정위 신고를 추진하는 한편 더욱 많은 브랜드가 함께 할 수 있도록 비대위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