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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MZ 조폭 단합에 분노한 ‘그 검사’, 신준호 대검 마약조직범죄기획관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마약사범들 쌍수 들고 반길 것”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어렵다는 마약이 점점 대한민국을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 마약의 파고는 연예계와 화류계, 재벌가 등 특정 계층에만 퍼졌던 과거를 넘어섰다. 학생과 주부 등을 대상으로  일상에도 파고들었다. 대학가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주요 명문대 소속 대학생들이 가입한 연합 동아리에서 마약이 유통·매매된 사건의 파장이 크다.

시사저널은 일명 ‘마약 동아리 사건’을 계기로 신준호 대검찰청 마약조직범죄기획관을 만나 국내 마약 문제를 되짚었다. 신 기획관은 마약·폭력조직 수사 전문 ‘강력통’이다. 광주지검 강력부장-대검 마약·조직범죄과장-인천지검 강력범죄형사부장 등을 지냈다. 2023년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장 시절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의 전담수사팀장을 지냈다. 마약 수사 전문성을 인정받아 2급 공인전문검사인 ‘블루벨트’를, 마약 퇴치에 대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각각 받았다. 지난해 ‘MZ 조폭 단합대회 영상’을 보고 분노한 검사로도 화제를 모았다. 8월7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 사무실에서 신 기획관을 만났다.

ⓒ시사저널 박정훈
ⓒ시사저널 박정훈

‘강남 학원가 마약음료 사건’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자면.

“기존에 대학생이 연루된 단편적인 사건들에서 징조와 우려가 있었다. 이번에 한 단면이 드러났다고 본다. 학원가 마약 사건에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가담했다. 이들의 목표물은 불특정 다수의 청소년이다. 테러에 가까운 범행이다.”

대학가 마약 동아리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나.

“마약이 거의 모든 영역에 퍼진 사실이 재확인됐다. 지성인으로서 이성적이고 냉철하며 순수할 것으로 기대되는 대학생들, 국내 주요 대학의 유수 대학생 그룹에까지 마약이 번졌다. 이것만 봐도 다른 영역에서의 확산은 말할 필요도 없다고 본다. 사건 이면에 드러난 각종 행태를 보면 매우 씁쓸하고 우려스럽다. 누구보다도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가져야 할 미래세대에서 황금만능주의, 퇴폐, 향략의 민낯을 엿본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부의 노력에도 마약이 확산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한 가지로 규정하긴 어렵다. 다른 범죄처럼 극심한 빈부격차, 상대적 박탈감, 청년층의 빈곤과 실업 등 사회문제가 기저에 깔려 있다. 물질만능주의, 퇴폐·향락주의뿐 아니라 개인적 차원의 도덕적 타락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얽혔다. 마약을 쉽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여건도 문제다. 한국은 해외 마약 밀수조직의 출입국, 물류 반입이 용이하다. 단속돼도 처벌이 약하다. 마약 가격이 원산지 대비 10배 이상 비싸다는 인식도 있다. 그래서 한국이 매력적인 신흥시장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텔레그램 등 보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약 유통이 활발하다. 주택가 등 생활공간 곳곳에서 마약이 발견될 정도로 흔한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과거 대비 가격이 저렴해진 사실 역시 한몫한다.”

초·중·고교에서의 마약 유통 실상을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대 마약사범의 증가 배경은 예방 교육의 부재가 큰 듯하다. 이들은 마약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10대 후반에 사회로 나온다. 클럽 등에서 마약을 접하며 중독 상태에 빠진다. 사탕·젤리·알약 등 마약 형태가 다양해진 사실도 우려된다. ‘마약 정도는 해야 왠지 멋있어 보인다’는, 유치하고 비뚤어진 문화가 특히 문제다.”

국내 마약사범이 올해 3만 명에 육박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동의하는가.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 다만 수치를 해석하자면, 수사기관 입장에선 그만큼 많이 적발했다는 의미다. 중요한 건 마약사범 숫자가 아니다. 확산세를 꺾어야 한다. 현재 ‘확산’ 단계에서도 초기가 아닌 중기에 접어들었다. 이를 넘어서면 ‘만연’ 단계다. 미국과 동남아시아가 대표적이다. 마약을 강하게 통제하는 나라는 싱가포르와 일본 정도다. 중국 역시 형량이 세다 보니 마약을 다루는 거대 조직들이 동남아로 이동한 상황이다.”

마약 수사 전문 ‘강력통’으로서 아쉬운 점은 없었는지.

“마약사범은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났다. 그때 국가적 차원에서 이런 징후를 알아차리고, 수사력과 대응력을 강화했어야 한다. 그런데 때마침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과 맞물렸다. ‘검찰의 직접수사 총량을 줄인다’는 명분이 나왔다. 대검의 마약부서를 반부패수사의 카테고리에 집어넣어 통·폐합한 배경이다. 수원·부산·광주 등 주요 일선청의 강력부도 폐지됐다. 매우 뼈아프고 아쉽다.”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개혁안 가운데 하나는 검찰의 수사기능 폐지(공소청 전환)다. 이렇게 되면 마약범죄 수사 기능은 신설되는 중대범죄수사처(중수처)로 넘어가는데.

“마약사범들이 ‘쌍수’를 들고 반길 만한 소식이다. 우리는 마약청정국이라는 ‘소’를 한번 잃었다. 이를 다시 찾도록 ‘외양간’을 고쳐도 시원찮을 판이다. 그런데 정치권 일각에서 ‘검찰 수사기능 완전 폐지’가 거론된다. 외양간은커녕 묶어둘 말뚝조차 없애겠다는 거다.”

이번 대학가 마약 사건에선 유력가 자제의 포함 여부가 드러나진 않았다. 하지만 과거 이들의 마약 문제나 해외 도피 사실 등을 바라보는 국민적 시선은 곱지 않다.

“연예인은 물론 사회지도층은 여러 혜택을 많이 본 이들이다. 대중의 인기를 얻어 경제적 이익을 봤다. 신분상 위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검찰은 이처럼 비난 가능성이 큰 사건에선 일반인에 비해 구형을 세게 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마약범죄의 양형 기준을 많이 올리기도 했다.”

국제 공조 문제도 중요한 듯한데, 우리나라는 사이버범죄 관련 협약(부다페스트협약) 가입국도 아니지 않나. 현장에서의 애로 사항이 있다면.

“검찰의 국제 마약 수사 공조 분야는 탄탄하다. 30년 이상의 네트워크, 노하우(know-how)를 가졌다. 마약 수사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매년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 개발도상국에 마약 수사 장비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해당 국가와 수사관을 상호 교차로 파견해 국내외 실시간 동시 수사를 하고 있다. 해외 마약사범 국내 송환은 시간은 걸릴지라도 착실히 이뤄지고 있다.”

마약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생활 속 지표’가 있나.

“과거엔 연예계나 재벌가, 유학생들 사이에서 주로 사건이 터졌다. 지금은 길거리에서 마약 투약 이후 운전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이것만 봐도 알 수 있지 않나. 마약 적발량만 봐도 그렇다. 과거엔 (압수한 마약의 양이) ‘킬로그램(kg)’이란 단위 자체가 없었다. 지금은 하루에 1kg씩 압수량이 들어온다.”

마약범죄를 잡기 위한 대안이 있다면.

“SNS 유통망 교란과 파괴를 위해선 잠입 수사가 필수다. 실무상 신분을 위장한, ‘언더커버’ 수사를 위한 입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약 전문 유통사범에 대한 전자발찌 착용 등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성범죄 등에서 재범률을 떨어뜨린 것으로 실증된 거의 유일한 조치가 전자발찌다. 최근 대검은 서울시와 제휴해 ‘지자체 폐쇄회로(CC)TV 이용 수사’를 도입했다. 인공지능(AI)에 마약사범의 행동패턴을 학습시켜 감시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은.

“마약은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최소 5년에서 10년간 꾸준하고 전면적으로 해야 효과를 본다. 수사기관의 지구력도 중요하다. ‘마약이 만연한 사회’가 되지 않도록 국민들의 관심 역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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