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위원 지명 후 첫 심층 인터뷰]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
“한동훈호, 보수 개혁 통해 野 이겨 대한민국 바꾸라는 역사적 소명 안고 있어”
“스스로 냉정하다는 한동훈, 부당한 부탁하지도 받지도 않아…국민에게도 공정”
“‘상명하복’에 총선 패배…우린 검찰조직 아닌 정치조직, 이기려면 정상관계 필요”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으로 귀결 전망…제2부속실 제대로 운용하라고 요구할 것”
“변화를 원하는 시대정신을 한동훈이라는 인물이 담았다.”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보수의 변화를 원하는 당원과 국민의 바람이 ‘한동훈호’ 지도부를 탄생시켰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김 위원은 중앙일보 편집국장 출신으로, 지난 총선 당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한 대표적 친한(親한동훈)계 인사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친윤계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김상훈 의원으로 교체하고 김 위원을 최고위원으로 지명하면서 친정체제를 본격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사저널은 지명직 최고위원이 발표된 5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김 위원을 만나 ‘한동훈호’ 지도부의 역할과 계획에 대해 자세히 들었다. 김 위원은 “국민의힘이 시대적 소명을 관철하는 두 가지 기준은 ‘국민 눈높이’와 ‘공익’이 돼야 한다”며 “사적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권력을 바라보는 ‘패거리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위원으로 지명된 소감은.
“총선 후 패배의식에 젖어 무기력했던 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변화했다. 유권자와 당원들의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었고 희망의 싹이 ‘한동훈’이라는 상징으로 나타났다고 본다. 박동훈, 최동훈일 수도 있었다. 한 대표 외 나머지 세 후보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나 욕구를 반영하지 못했다. ‘한동훈호’ 지도부는 보수 정당 체질 변화와 개혁을 통해 민주당을 이기고 나아가 대한민국까지 바꾸라는 역사적 소명을 안고 있다. 어깨가 무겁다. 지도부 9명 중 1명이지만 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한동훈호’ 지도부의 계획은.
“시대적 소명을 관철하는 두 가지 기준은 ‘국민 눈높이’와 ‘공익’이다. 첫째, 국민 눈높이가 당을 바꾸는 기준이 돼야 한다. 그간 당이 당원‧국민과 유리된 채 타성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해온 것 같다. 당원‧국민 수준이 의원‧당협위원장의 평균보다 높다고 본다. 둘째, 공익이다. 한 대표가 청년 인턴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치는 공익을 생각하는 직업’이라고 말했다. 보수정당이 공익을 얘기하니 갸우뚱하는 분들이 있다. 공적인 업무 수행을 위해 필요한 권력을 그간 보수가 사적 이해관계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바라봤던 게 아닌가 한다.”
지도부 내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계획인가.
“9명 모두 개인적으로는 인연이 있고 친분이 있다. 나이로는 추경호 원내대표와 인요한 의원 다음으로 세 번째다. 친한계로 불리는 이들 중엔 연배가 가장 높다. 나이로 얘기하는 게 적절치 않지만 서로 잘 섞일 수 있도록 중재하고 통합하는 윤활유 역할을 할 것이다.”
한 대표가 특별히 당부한 것이 있다면.
“딱히 그런 건 없었다. 한 대표와는 당을 어떻게 살려야 할지, 시대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시대변화의 상징이 한 대표라는 얘기를 하면서 개인적인 바람을 전한 적은 있다.”
한 대표에게 전한 바람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
“언론사에 오래 몸 담았다가 처음 당에 왔을 때 선거 패배 후 무기력하고 반성 없는 모습에 많이 실망했다. 세대교체를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나이가 아닌, DNA가 달라지지 않으면 결코 민주당을 이길 수 없다. 민주당은 더 이상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시절 호남정당이 아니다.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여 끊임없이 개혁했다. 노무현 대통령 때 한번 변화했고, 문재인 대통령 때도 변화하면서 영역을 전국으로 넓혔다. 반면 우리 당은 과장 섞어 얘기하자면 공화당 DNA가 거의 그대로다.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때 이룬 산업화를 앵무새처럼 팔지 말고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 환골탈태의 상징이 ‘한동훈’이다. 친한계 대부분이 그런 가치와 철학, 지향점을 공유하고 있다.”
“친윤 그룹 이미 분화…권력 향유하는 계파정치 사라져야”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 사퇴 과정에서 당내 소란이 있었다. 한 대표의 인사 원칙은 무엇인가.
“능력을 앞세우고 계파를 따지지 않는 것이다. 한 대표는 정 전 의장이 유임해도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친윤계와 용산에서 정점식 전 정책위의장을 교체해선 안 된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며 한 대표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대로 갔다간 한 대표가 수직적 당정관계를 개선하지 못했다는 흐름으로 갈 게 뻔했기에 교체 결정을 한 것이다. 친윤계가 정 전 의장의 유임을 정말 원했다면 그렇게 윽박지르는 접근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이준석 대표는 인터뷰에서 ‘(사퇴 않고 버티는 이들을) 밟고 가면 된다’고 조언했는데, 한 대표는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 자연스럽게 여론이 기울었고 결국 정 의장 사퇴로 결론이 났다. 끝까지 발목 잡는 모습이 대체 친윤계에 어떤 도움이 됐을까 싶다.”
정 전 의장이 버틴 이유는 ‘윤심’ 때문이라는 추측이 많았는데.
“대통령 의중은 알 수 없다. 친윤계가 정 전 의장 본인에게는 버티라고 하고, 용산에는 정 전 의장이 물러나게 해선 안 된다고 건의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대통령은 인선은 당대표에게 맡겨야지 했다가도 그런 건의를 받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까.”
당내 반한(反韓) 정서가 남은 것 같은데.
“친윤이 얼마나 될까. 전당대회에서 당내 연판장은 돌리지도 못했고 원외에서 돌리려다 무산됐다. 친윤 그룹은 이미 분화됐다. 장제원, 윤한홍, 권성동 의원들도 흩어졌고 배현진 의원마저 이젠 친윤이 아니다. 이철규 의원 정도만 열심히 한다. 정책위의장 교체 안건으로 투표를 한다면 반대표는 제로에 수렴할 것이다. 친윤의 영향력이 이렇게 약해졌구나 하는 걸 보여주는 이벤트가 될 뿐이다.”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교체되지 않았다.
“여연 원장과 관련해서는 알려진 것과 다른 부분이 많다. 여연 조직과 인사에 대한 불만은 지난 10여 년간 누적돼 온 것이다. 총선 때 여연이 여론조사 결과를 지역구에 안 보내줬다는 불만이 나왔는데 사실이 아니다. 조사결과가 ‘폭망’으로 나타나 현장에서 뛰는 후보들이 좌절할까봐 시도당까지만 내려보내고 공개 여부는 자체적으로 판단하라고 했었다. 여연은 오랜 기간 누적된 문제가 많기에 원장 교체가 개혁 여부를 결정짓는다는 전제 자체가 잘못됐다.”
겪어본 한 대표는 어떤 정치인인가.
“한 대표 본인도 ‘저는 좀 냉정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 부당한 부탁을 하지도 않고 부당한 부탁을 받지도 않는다. 일각에선 부탁 안 들어준다고 인간미가 없다거나 리더십이 없다고 표현한다. 국민들 생각은 어떨까. 국민 입장에선 공정한 것이 제일 좋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에게 ‘자기 사람을 만들라’는 조언했는데 어떤 의미일까.
“알 수 없다. 계파는 권력을 향유하고 정당하지 않은 권력 행사라도 서로 보호해주는 관행을 갖고 있다. 사라진지 오래됐던 계파 정치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여의도에 재등장했다. 우리 계파니까, 우리끼리 권력을 나눠먹자는 패거리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
“지휘-명령 관계는 갈등 없어…이기려면 관계 정상화해야”
윤석열-한동훈의 관계 재설정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지휘-명령 관계는 갈등이 없다. 우리는 검찰조직이 아니라 정치조직이다. 우리 당은 상명하복으로 가서 망했다. (당에 명령하는) 용산에 대한 비난 여론이 커지면서 선거도 대패했다. 이기려면 정상적인 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갈등은 상시적으로 존재한다. 얼마나 긍정적으로 해결해나갈 것이냐의 문제다.”
윤 대통령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이 있을까.
“바뀔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윤 대통령이 다른 후보를 지지한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고 한 대표와는 갈등이 깊어졌다. 그런데 이상하게 당 지지도와 대통령 지지도가 올랐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 같이 타고 있는 사람이 마음에 안 든다고 배에 구멍 뚫었다간 다 죽는다.”
제3자 추천 채상병 특검을 두고 용산과 조율이 될까.
“정치 상황은 시간의 흐름과 상황 변화에 따라 달리 움직인다. 공수처에서 대통령실 책임이라고 결론을 내리든, 무혐의라고 결론을 내리든 민주당과 대통령실 어느 한 쪽은 납득할 수 없을 것이다. 제3자 특검 말고 무슨 대안이 있겠나. 용산의 입장이 억울해도 (거야에) 힘에 부치니 어쩔 수 없다. 결국 제3자 특검으로 매듭짓자는 합리적 귀결에 이를 것이다.”
제2부속실 설치 이후 김건희 리스크가 줄어들까.
“중요한 건 내용이지만 형식이 내용이 규정하는 부분도 있다. 제2부속실을 지켜보며 계속 제대로 운용하라고 얘기할 것이다. 특별감찰반도 빨리 설치해야 한다. 김 여사 리스크가 더 이상 없도록 방파제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