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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통한 감염 사례 드물어…불필요한 오해와 혐오 경계해야

얼마 전 제주도 서귀포시에 거주하는 한 중년 여성이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에 감염되어 사망한 사건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그리고 이 여성이 이 질환에 감염된 주된 이유로 길고양이를 만진 것이 지목돼, 길고양이로 인한 SFTS 감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몇몇 기사 제목을 보면 ‘길고양이를 만졌을 뿐인데 SFTS 확진’ ‘귀여워서 길고양이 만졌는데 치명률 17% SFTS 감염’ 등 길고양이를 만지는 행위와 치명률이 높은 SFTS 감염을 직접적으로 연관시키는 자극적인 기사도 있다. 사실상 이런 기사들이 길고양이에 대한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과연 이 사건의 진실과 길고양이를 만지는 행위와 SFTS 감염 사이에는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을까.

SFTS는 주로 참진드기를 매개로 감염된다. 사람과 동물 모두 감염될 수 있는 인수공통질환이다. 특히 사람이 감염되었을 때 치명률이 높다. 이에 평소에도 진드기가 많은 풀숲 등에서 활동하는 경우 주의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홍보되어 잘 알려진 질환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2013년 첫 환자가 발생해 지난해까지 1679명이 감염됐다. 이 중 317명이 사망한 치사율이 매우 높은 질환이다. 이런 이유로 이 질환을 매개하는 참진드기가 ‘살인진드기’로 불리기도 한다.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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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원인 참진드기 노출 예방이 우선 

여러 기사에서 길고양이를 만지는 행위와 SFTS를 연관 짓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고양이도 SFTS에 감염되고 감염된 고양이의 혈액, 타액, 배설물 등에는 다량의 SFTS 바이러스가 포함되어 이에 노출될 경우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좀 더 깊이 있게 이 질환에 대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실제 발생 사례를 보면 이 질환은 대부분 야외활동을 하는 도중 진드기에 물려 감염되고 있으며, 동물을 통한 감염 사례는 매우 드물다. 국내에서 명확히 SFTS에 감염된 동물로부터 사람이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바 없다.

일본에서 보고된 사례의 경우도 감염된 고양이를 진료하고 부검한 수의사가 감염된 것이다. 단순히 만지는 행위 이상의 감염된 혈액, 체액에 노출되어 감염에 이르렀다. 또한 서울시가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25개 자치구의 길고양이 374마리의 SFTS 감염 검사를 진행한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을 정도로 실제 길고양이의 SFTS 감염 또한 흔치 않다. 

이번 제주도 감염 사례 또한 길고양이와 접촉이 있었기에 감염된 길고양이를 통한 감염을 원인 중 하나로 의심할 수는 있으나, 그보다 야외활동 중 참진드기에 물려 감염되었을 가능성에 더욱 무게를 실을 수 있다. 

정리하면 감염된 동물에 의해 사람이 SFTS에 감염될 가능성은 분명 존재하기에 감염된 동물과의 접촉에 유의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고 SFTS는 대부분 참진드기에 의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그러므로 감염 예방을 위해 평소 진드기에 대한 노출을 조심해야지 길고양이를 이 질환의 주 감염 원인으로 오해해 길고양이 기피나 혐오로 이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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