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대동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시험지 유출 사건은 학생들이 교무실에 침입, 교사 컴퓨터를 해킹해 답안지를 빼돌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6일 건조물침입과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동고 2학년 재학생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과 B군은 최근 1학기 기말고사를 앞두고 교무실에 침입해 교사들 컴퓨터에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일정 시간마다 갈무리한 화면 내용을 회수하는 수법으로 시험 문제와 답안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다.
A군 등은 교사들이 퇴근한 심야 시간대 잠금장치가 해제된 창문을 통해 교무실에 침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지구과학, 한국사, 수학Ⅱ, 생명과학 등 4과목의 출제 자료를 빼내기 위해 담당 교사 자리를 미리 파악해 둔 것으로 확인됐다. 기숙사에서 생활하지 않는 A군 등은 기말고사 문제와 답안을 빼내기 위해 야간에 다시 학교를 찾아갔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이들이 교무실에 침입한 정확한 일시를 파악할 예정이다.
범행에 이용한 악성 프로그램은 입건된 학생 가운데 1명이 제작했다.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구한 자료를 바탕으로 기능을 추가해 맞춤형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경찰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A군 등은 경찰에서 "더 잘하고 싶었서 시험지와 답안을 빼돌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11∼13일 치러진 대동고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때 문제 또는 답안 일부가 A군 등 특정 학생에게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는 학교 측 신고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A군 주거지에서 증거물을 확보하고 자백을 받은 뒤 동급생 1명을 공범으로 추가 입건했다.
현재까지 교직원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정황은 드러나지 않았다.
광주교육청에 따르면 A군은 지구과학과 수학Ⅱ 각 100점, 한국사 93점, 생명과학 86점을 받았다. A군은 생명과학 4문제 정답이 시험출제 후 바뀌었는데 정정되기 전 '정답'을 표기하면서 결과적으로 '4개 오답을 적어내' 86점을 받았다. 문제 정정 전 정답을 적어낸 것을 수상히 여긴 학교 측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면서 범행은 덜미를 잡혔다.
한편 대동고에서는 지난 2018년 3학년 1학기 중간·기말고사 시험문제가 통째로 유출돼 파문을 일으켰다. 당시 행정실장과 학부모가 구속돼 각각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