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보건안전청 “유럽 내에서 이미 지역사회 확산했을 수도”
현재 확산 중인 ‘서아프리카형’ 치명률 3.6배…오미크론 3차 접종시 0.08%
아프리카에서만 발견됐던 '원숭이두창'이 최근 북미와 유럽을 거쳐 중동으로까지 확산됐다. 제2의 코로나가 될지 전 세계가 펜데믹을 우려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국내 유입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유입 사례는 없지만, 해외여행이 모두 풀린 데다 긴 잠복기를 가진 원숭이두창 특성 때문에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원숭이두창 감염이 최초로 발견된 영국 외에 유럽 내 벨기에,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포르투칼, 스페인, 스웨덴 등에서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북미 지역은 캐나다와 미국, 오세아니아 지역은 호주에서 감염사례가 나온 데 이어 전날 스위스와 이스라엘, 오스트리아에서도 확진자가 나오면서 감염 범위가 총 15개국으로 늘었다. WHO가 감염자에 대한 추적 범위를 넓히면서 확진자가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감염 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확산은 '미스테리'로 여겨진다. 지난 50여 년간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만 발견돼온 풍토병인데, 최근 아프리카와 뚜렷한 연관이 없는 젊은이들에게서 잇따라 감염이 확인되고 있어서다. 확진자들이 누구를 통해 감염됐는지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WHO는"유럽으로의 유입 경로가 아직 확실치 않다"면서 "현재까지 정보를 보면 상당수 사례가 동성 간 성관계에서 옮겨진 것으로 보인다"고만 밝혔다. 수주 간의 역학조사 후에 발병 원인과 감염 위험 정도에 대해 파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원숭이두창은 발열·오한·두통·림프절부종과 함께 전신, 특히 손에 수두와 유사한 수포성 발진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2∼4주간 증상이 지속되고 대부분 자연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침과 같은 체액과의 밀접한 접촉을 통해 전파되는데,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전파 방식에 새로운 특성이 추가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23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숭이두창이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지만 호흡기로 되는 전파력은 높지 않고, 대부분은 감염된 사람과 접촉해 바이러스가 침범한다고 알려져 있다"고 했다.
잠복기가 길다는 특성 때문에 국내 유행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거리가 먼 지역의 사람들한테서 같은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점에서 은밀한 확산도 우려된다. 질병관리청은 "해외여행 증가 및 최장 21일(통상 6~13일)에 이르는 긴 잠복기 때문에 국내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해외 발생을 주의깊게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상황 변화에 따라 관리대상 해외감염병 지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이미 지역사회 전파를 우려하는 수준이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은 "최근 확진 사례와 유럽 각국의 사례를 종합해보면 이미 원숭이두창이 지역사회에 확산했을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펜데믹을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만 면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원숭이두창이 코로나19 정도의 전파력을 가지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치명률이 매우 높다는 점 때문이다. WHO에 따르면 증상이 가벼운 '서아프리카형'은 치명률이 3.6%,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고형'은 10.6% 정도다. 3차 접종을 완료한 경우 오미크론 치명률이 0.08%, 미접종시에는 0.5%인 것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확산세를 보이고 있는 원숭이두창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되고 있다.
별도의 백신은 없지만 천연두 백신이 원숭이두창에도 85%의 면역 효과가 있다. 이에 영국과 스페인, 호주 등에서 천연두 백신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3502만명분의 천연두 백신을 확보해놓은 상태다. 질병청 관계자는 "두 질병은 다른 종류의 감염병이기 때문에 해당 백신을 원숭이두창 백신으로 적용하려면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