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더니 투표율도 ‘역대급’…與野 긴장 속 판세 ‘예의주시’
제20대 대선 사전투표가 뜨거운 관심 아래 36.9% 투표율로 막을 내렸다. 과거 선거를 통틀어 가장 높은 수치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사전투표율은 어느 진영에 유리하게 작용할까. 초박빙 접전 구도 속에서 높은 투표율을 두고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국 유권자 4419만7692명 중 1632만3602명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19대 대선 사전투표율(26.1%)보다 10.8%포인트 높은 수치이며, 가장 최근 전국 단위 선거인 21대 국회의원 선거 투표율(26.7%)보다 10.2%포인트 높다.
높은 비호감도, 막판 野단일화가 與野 진영 결집 부른 듯
지역별로는 전남이 51.4%로 제일 높았고, 전북(48.6%)과 광주(48.3%), 세종(44.1%)이 40%선을 돌파하며 뒤를 이었다. 경기가 33.7%로 가장 낮았고, 제주(33.8%), 대구(33.9%) 순으로 낮았다. 서울은 37.2%로 전국 평균보다 약간 높았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따라붙었는데도 이번 대선은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을 기록하게 됐다. 3월9일 본 투표에서도 이 같은 기세가 이어진다면, 1997년 15대 대선 이후 25년 만에 ‘투표율 80%’ 고지에 올라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역대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사전투표소로 나서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지지율이 막판까지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데다, 사전투표 직전 성사된 야권 단일화가 각 진영의 지지층 결집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선거가 종반부에 접어들었는데도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접전 양상이 각 진영 유권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해 투표소로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또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밀집도가 높아지는 상황을 피해 본투표 대신 사전투표를 택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전투표율, 호남 높고 영남 낮지만…판세는 ‘깜깜이’
통상 사전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할 것으로 예측돼왔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의 전통 텃밭인 호남에서 사전투표율이 가장 높게 나타난 터라, 민주당 진영에선 내심 고무된 분위기가 읽힌다.
다만 이번 대선의 경우 사전투표율만으로 특정 진영의 득실을 따지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공통된 분석이다. 정권교체 여론이 정권유지보다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사전투표율만으로 민심을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본 투표에서 국민의힘 전통 텃밭인 영남권의 투표율이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낮은 사전투표율을 상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관건은 사전 투표에 어느 세대가 더 많이 참여했는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각종 여론조사에서 통상 윤 후보는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이 후보는 40~50대에서 높은 지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단 선관위는 사전투표율의 연령별 투표율을 공개하지 않아, 실제 효과를 예측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20대 대선 본 투표는 3월9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실시된다. 사전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들은 주민등록지 내 지정된 투표소에서 투표할 수 있다. 코로나19 확진‧격리 유권자는 9일 오후 6시부터 오후 7시30분까지 투표하면 된다. 선거 결과의 경우 지상파 3사 출구 조사에 따른 예측 결과가 투표 종료 이후 즉시 발표될 예정이지만, 초박빙 승부가 전망되는 터라 정확한 결과는 개표가 마무리되는 10일 새벽 또는 오전에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