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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에서 지적하는, 지금 국민의힘을 흔드는 다섯 가지 갈등의 불씨들
김종인의 ‘뉴페이스 집착’에 불만 목소리 나와
대국민 사과는 김 위원장을 둘러싼 당내 갈등의 한 요소일 뿐, 김 위원장의 리더십을 둘러싼 내홍은 몇 달째 도돌이표를 그리고 있다. 김 위원장을 비토하는 당내 목소리는 내년 보궐선거가 다가올수록 더욱 노골화하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얘기도 꾸준히 나온다. 수도권 한 당협위원장은 “보궐선거 후보를 정하는 일까지만 김 위원장 체제에서 하고, 보궐선거가 치러지기 전에 새 지도부를 꾸리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그 후 대선을 위해 여유롭고 안정적인 준비가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보궐선거를 비롯해 차기 대선의 후보군으로 ‘뉴페이스’만 강조하는 김 위원장의 일관된 태도에 대한 불만이 많다. ‘호남 출신’ ‘경제통’의 새로운 인물만 좇으면서, 정작 후보들이 경쟁을 펼칠 장을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김 위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새로운 인물로는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황당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원외 모임인 ‘마포포럼’에 참석하고 있는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김 위원장은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싫은 사람이다. 자기가 정한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계속 찾으면서 운동장도 제대로 마련해 주지 못하고 있으니 문제”라고 말했다. 김영우 전 의원 역시 “사전에 이 사람은 안 되고 저 사람은 되고가 아니라, 조속히 후보를 뽑는 방식을 선보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기성 정치인을 뉴페이스가 이기는 등 자연스러운 감동을 줘야 한다”고 밝혔다. “되도록 중도층 확장을 이뤄낼 새 인물이 나와 선거 흥행을 이끌어줘야 한다”는, 김 위원장과 결이 같은 주장도 존재한다. 그러나 경선 룰이 정해지기도 전에 기시감 있는 후보군을 미리 등한시하는 김 위원장의 방식에 대한 우려가 당내에 지배적인 것으로 확인된다.“현 정권 폭주 막자고 ‘태극기 세력’과 연대하면 안 돼”
하지만 현실적으로 보궐선거까진 김 위원장 체제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선거까지 불과 100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 다만 비대위원 쇄신 등 한 차례 대대적인 재정비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주를 이룬다. 유승민 전 의원 역시 최근 “김 위원장 리더십 자체를 흔들 형편은 아니고, 사람을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 김 위원장에게 중진 인사들을 다수 포함하는 등 비대위를 개편하자는 건의가 여러 경로를 통해 올라가고 있으며, 김 위원장도 이를 고려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중도로의 확장을 위해 취임 이후부터 좌클릭 행보를 보여온 김 위원장과 반대로, 당은 극우 보수, 이른바 태극기 세력과 다시 손잡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또한 향후 갈등 요소로 꼽힌다. 특히 이와 관련해 최근 ‘문재인 정부 조기 퇴진’이라는 기치로 결성된 ‘반(反)문재인연대’가 주목된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이 참여한 이 모임에 김문수 전 지사,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정규재 주필 등도 함께하면서 당이 ‘도로 태극기’가 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위원장은 반문연대와 거리를 두고 있다. 그는 “범야권 연대 개념을 갖고서 투쟁을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태경 등 당내 개혁 보수 성향의 의원과 초선 의원들 역시 태극기와의 연대가 지지율 하락을 초래할 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폭주를 막아야 한다는 명분이 구태와의 연대를 정당화시킬 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태극기 세력을 ‘결국은 손잡아야 할 대상’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친박으로 분류됐던 여상규 전 의원은 “자유 우파가 모여 의견을 나누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이를 무조건 거부해선 또 당내 분열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당내 한 보좌관 역시 “반문연대가 대동단결해 거대 여당과 맞서기 위해선 우리 당이 꼭 모셔야 할 분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논쟁은 최근 당내 당협위원장 물갈이 논의와도 자연스레 이어진다. 12월7일 당무감사위원회가 138개 원외 당원협의회 중 49곳의 위원장 교체를 권고했는데, 교체 명단에 민경욱·김진태·전희경 전 의원 등 극우 보수 인사가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미 공개적으로 김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는 가운데, 김 위원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인적 쇄신을 통한 ‘과거와의 단절’을 강하게 예고하고 있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의 복당 문제도 마찬가지다. 홍 의원의 복당 문제는 김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계속 이슈가 됐다. 홍 의원은 “서자가 적자를 몰아내고 있다”며 김 위원장을 향해 강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김 위원장에게 홍 의원은 당의 중도 확장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당장 자신의 자리까지 위협할 인물이니 반가울 리 없다. 당내에서도 홍 의원의 복당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워낙 목소리가 센 분이라 복당 이후 괜히 당에 분란을 더 일으키실 수 있다. 지금 지도부 체제에선 더욱 복당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제원 의원, 유승민 전 의원처럼 지난 대선의 보수진영 제1당(자유한국당) 후보였던 그를 당 밖에 방치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팽팽히 존재한다.“일부 지지자만 보고 정치하려는 인물 많아”
또 한 명의 요주의 인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대한 당내 여론은 어떨까. 안 대표는 국민의힘 초선 의원과 연일 접촉하며 야권 연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무슨 뜻을 갖고 (초선 의원들을) 방문하는지 내가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차갑게 대응하고 있다. 둘의 관계가 좀체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당 안팎에선 결국 서로가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손을 잡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주를 이룬다. 다만 지금의 불편한 관계에 대한 책임 소재를 따지는 부분에 선 다소 의견이 갈린다. 김 위원장이 애초부터 지나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이 잘못이란 주장이 한 축이다. 김 위원장이 마땅한 인물을 세우지 못하면서 안 대표를 비롯해 자꾸만 ‘뺄셈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다시 김 위원장의 독단적 리더십 문제와 직결된다. 또 다른 한 축은 세(勢)가 부족해 누구보다 야권 연대가 절실한 안 대표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장이든 대선이든 추대 형태를 바라지 말고 조속히 당에 들어와 정정당당하게 경선을 치러야 한다(국민의힘 전직 3선 의원)는 것이다. 내홍설을 일축하고 반문재인 결집을 강조하고 있는 국민의힘 내에 자체적으로 풀어야 할 갈등은 산적해 보인다. 이번 김 위원장의 대국민 사과 후폭풍이 그간 수면 아래서 끓고 있던 여러 갈등의 단면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을 향해 다수의 전문가는 ‘탄핵의 강’을 건너는 것, 즉 이전 정권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는 것이 당이 수권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당 수장의 공개적인 사과 이후 당은 되레 부글거린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물론 국민 다수는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를 바람직한 일, 필요한 사과였다고 볼 것이다.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과 없이 ‘우리 당은 변하고 있다’고 말하면 누가 믿겠는가. 즉 당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아주 최소한의 행동이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 그러면서 “지금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내에서 계속 반발과 비판이 나오는 건, 곧 그만큼 이 당 안에 여전히 일부 지지자들만 보고 정치를 하고 있는 인물이 많다는 걸 방증한다. 이는 여당인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정치의 미래를 위해선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연관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