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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체중, 면역 저하에 치매 유발…비만보다 사망률 2.7배 높아
여대생 3명 중 1명, 저체중
이런 현상은 여대생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임주원 서울대병원 국제진료센터 교수팀은 1998〜201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성인 13만4613명(남 6만1152명, 여 7만3461명)을 대상으로 성별·연령별·연도별 저체중 비율을 분석했다. 연구 대상자의 평균 BMI는 23.5(남 24.0, 여 23.2)로 집계됐다. 연구진은 BMI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 18.5〜22.9를 정상 체중, 23〜24.9를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했다. 그 결과, 저체중 비율은 남성이 3.1%, 여성이 6.3%로 나타났다. 여성의 저체중 비율이 남성보다 2배가량 높은 셈이다. 연령별로 구분할 때, 특히 20대 여성의 저체중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모를 중시하는 20대 여성의 저체중 비율은 16.9%였다. 20대 여성 10명 중 2명 가까이가 저체중이란 얘기다. 이는 50대 여성의 저체중 비율(1.7%)보다 10배 높은 수치다. 한편, 20대 남성의 저체중 비율은 4.9%다. 저체중은 정상 체중보다 15~20% 적게 나가는 상태다. 아시아권에서는 ‘BMI 18.5 미만’을 저체중으로 본다. 한 여성 연예인은 키 167cm에 몸무게 45kg으로, 전형적인 저체중이다. 저체중은 영양 부족 상태여서 비만 못지않게 건강을 위협한다는 게 전문의들의 의견이다. 박민선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젊은 층은 저체중이라도 당장 큰 증상이 없지만, 나이가 들면서 힘이 부족해지면 더 먹고 결국 비만이 된다. 따라서 젊을 때부터 정상 체중을 유지하는 게 장기적인 체중 유지를 위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면역력 떨어뜨리고 치매까지 유발
마른 사람을 표준으로 보는 분위기도 바로잡아야
저체중은 사망 위험까지 높인다. 저체중으로 뼈·근육·장기 등이 약해지면 심혈관질환 사망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유근영 서울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은 2011년 한국인 1만6000여 명을 포함한 아시아인 114만 명을 평균 9.2년간 추적 조사하고, 체중에 따른 사망률을 분석했다. 그 결과, 저체중 그룹의 사망 위험도는 비만 그룹보다 1.9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망 위험도는 정상에 속하는 그룹과 비교하면 2.8배 높았다. 또 2006년 2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심근경색증과 협심증이 발병한 사람 가운데 저체중군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내용이 국제의학저널(란셋)에 발표됐다. 박민선 교수는 “어떤 질병이라도 저체중인 사람의 사망률이 정상 체중인 사람보다 높다”고 말했다. 암으로 인해 사망할 위험도 저체중인 사람에게서 더 높다. 저체중인 유방암 환자는 암 재발과 다른 장기로의 전이가 더 많으며, 두경부암이나 식도암 환자는 암 진단 시 저체중이었을 때 사망 위험도가 높다는 보고가 있다. 대장암 진단 후 저체중인 여성은 사망 위험이 89% 높다는 미국 연구 결과도 있다. 김영우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같은 위암이라도 저체중 환자는 비만인 환자보다 예후가 좋지 않다. (저체중으로) 영양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질병 발병·사망률과 관련이 있는 저체중은 수명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저체중은 당뇨병보다 수명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 서일대 간호학과 연구팀은 2008년과 2011년 노인실태조사에 참여한 노인 8532명(생존자 7846명, 사망자 686명)을 대상으로 영양 관련 사망 위험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노인의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성별, 당뇨병, BMI, 연하곤란(최근 6개월 이내에 음식을 삼키지 못하거나 삼키는 도중 사레가 든 경우), 씹기 능력(고기·사과 등 딱딱한 음식을 씹는 정도), 영양 상태 등이었다. 이 가운데, 노인의 사망 위험을 높이는 요인 1위는 저체중이었다. 저체중 노인의 3년간 사망률은 21.3%로 가장 높고, 사망 위험이 정상 체중·과체중 노인보다 2.7배 컸다. 신현영 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저체중은 비만보다 더 건강에 좋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병원 검사를 통해 저체중의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그 원인을 교정해 정상 체중을 되찾아야 한다. 영양 부족, 운동 부족, 질병 등 저체중의 원인은 다양하다. 살이 찌고 싶어도 그렇게 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호르몬 문제가 아닌지 의심할 필요도 있다”며 “연예인 등 마른 사람이 표준인 것처럼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질병의 신호 ‘저체중’
저체중이 질병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짧은 시간에 살이 빠진다면 특정 질병이 없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갑상선기능항진증, 당뇨병, 부갑상선기능항진증, 암, 감염성 질환, 심질환, 콩팥 질환 등에 걸리면 따로 다이어트하지 않아도 저절로 살이 빠진다. 아무 이유 없이 1년에 체중의 4~5% 이상 빠지면 특정 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다이어트하지 않았는데도 체중이 5년간 5% 이상 빠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사망률이 18%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