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버닝썬 사태로 다시 도마에 오른 YG

방탄소년단 전까진 YG엔터테인먼트의 빅뱅이 세계 최고 한류 그룹이었다. 빅뱅의 지드래곤은 2011년 대마초 흡연 혐의를 받았다. 지드래곤 측은 일본의 클럽에서 낯선 사람이 건네준 것을 담배라고 착각해 피웠다고 했다. 석연치 않은 해명이라 비난이 일었다. 검찰은 일회성으로 종결된 사건이자 해외에서 생긴 일이고, 초범이며, 대학생이고, 깊이 반성하고 있고, 흡연량도 적기 때문에 기소유예로 처리했다. 2010년엔 YG엔터테인먼트 걸그룹 2NE1의 박봄이 마약류 밀수 혐의를 받았다. 국제우편을 통해 암페타민 함유 제품 80여 정을 들여오려다 인천국제공항 세관에 적발된 사건이다. 박봄의 할머니 주소가 기재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속인 것 아니냐며 큰 비난이 일었다. 박봄은 치료 목적 반입이며, 할머니 주소를 쓴 것은 직업상 집을 자주 비우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검찰은 사용량이 4정에 불과하고, 박봄이 미국에서 의료용으로 암페타민을 처방받은 적이 있으며, 초범인 점을 고려해 입건 유예했다. 반발이 끊이지 않자 박봄은 2018년에 재차 해명에 나섰다. “병이 있다. ADD(주의력 결핍증)라는 우리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질환이라 맞는 약이 없다. 그래서 ADHD(주의력 결핍 및 과잉 행동 장애) 약을 먹고 있다. 맞는 약이 아니다 보니 버텨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미국 약인 아데랄(암페타민 성분이 포함된 혼합제제)을 들여오다가 마약 밀수범이 됐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서울 마포구 YG 사옥,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마약 관련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지드래곤, 박봄, 탑(왼쪽부터)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서울 마포구 YG 사옥,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마약 관련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지드래곤, 박봄, 탑(왼쪽부터) ⓒ 연합뉴스·시사저널 포토

YG엔터테인먼트 잇따라 마약 사건 연루

2017년엔 빅뱅의 탑이 마약 논란에 휩싸였다. 의경 입대 후에 뒤늦게 대마초 흡연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연초 마약류 근절 100일 집중단속 같은 단속활동을 벌이는데, 2017년 집중단속에 한 걸그룹 지망생이 적발됐다. 이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탑이 그 지망생과 함께 흡연한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결국 불구속 기소돼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의경 신분을 박탈당했다. 현재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중이다. 2017년 말엔 YG엔터테인먼트의 래퍼이며 스타 프로듀서인 쿠시가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마약을 구매하려다 적발됐다. 숙소 등에서 코카인을 두 차례 흡입하고, 세 번째 코카인을 구하려던 것으로 드러났고,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2016년 수원지검 마약류 집중 단속에 YG엔터테인먼트의 스타일리스트가 적발된 사건도 있었다. 유독 YG엔터테인먼트 관련자들이 마약 사건에 잇따라 연루되자 회사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졌는데, 그러던 차에 버닝썬 사건이 터졌다. 폭력 사건으로 시작했지만 마약류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실제로 공동대표 모발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고 구속된 직원의 집에선 엑스터시 등이 발견됐다.  승리가 사내이사였다는 점 때문에 사람들은 승리에게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가 뒷배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인다. 베트남 매체에서 2017년에 승리가 해피벌룬을 흡입하는 듯한 사진을 보도했다는 것이 뒤늦게 알려져 의혹을 부채질했다. YG가 ‘약국’의 이니셜이라며 YG엔터테인먼트를 마약의 온상으로 치부하기까지 한다. 아이돌 기획사가 이런 의혹에 연달아 휩싸이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어서 버닝썬 사태로 YG엔터테인먼트의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각각의 사건엔 저마다의 사연이 있을 수 있다. 박봄은 정말 의료 목적이었을 수 있고, 프로듀서나 스타일리스트 건은 단순한 개인 일탈인데 빅뱅 등과 과도하게 엮어서 YG 회사 차원의 문제인 것처럼 과장됐을 수 있다. 승리는 해피벌룬 흡입 사실이 없다고 했고, 설사 흡입했어도 시점이 환각물질로 지정되기 전이어서 문제 삼기도 애매하다. 해피벌룬은 환각물질로 지정되기 전까진 우리나라 유흥가 길거리에서 대놓고 판매하던 물질이다. 버닝썬 대표와 직원 등이 마약에 연루된 사건에 승리가 연관이 있는지는 밝혀진 바 없다. YG엔터테인먼트와의 연결고리는 더더욱 드러난 것이 없다. 이런데도 대중이 승리를 마약사범으로 몰고 YG엔터테인먼트를 마약조직으로 치부하는 것은 과도하다.


YG엔터테인먼트의 ‘아메리칸 스타일’ 영향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유독 YG엔터테인먼트 관련자들 사이에서 마약 사건이 잇따라 터지는 것은 확실히 이상하다. 여기엔 YG엔터테인먼트의 특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과거 ‘서태지와 아이들’은 미국 문화의 세례를 많이 받은 팀이었다. 그중에서 양현석과 이주노는 미국의 길거리 문화, 하위문화인 힙합 흑인문화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이들이 기획사를 차렸을 때 이주노는 미국 흑인문화를 더 노골적으로 추구했지만 실패했고, 양현석은 미국 흑인문화와 한국 대중문화의 접점을 절묘하게 찾아 대성공을 이뤘다. 그런 양현석의 방향성이 드러난 아이돌이 빅뱅이다. 한국 아이돌은 칼군무와 모범적인 이미지로 유명하다. 반면에 양현석이 만든 빅뱅은 자유분방한 ‘아메리칸 스타일’에 가까웠다. 바로 그래서 동아시아의 한계를 넘어 서구권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누린 것이다. 이런 특성은 걸그룹 2NE1으로 이어졌고, 젊은이들이 열광적으로 호응했다. YG엔터테인먼트는 끼가 있다고 자부하는 지망생들이 가장 동경하는 기획사로 우뚝 섰다. 바로 그런 성공요인이 일정 부분 ‘독’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적인, 특히 미국의 하위문화를 즐기는 자유분방한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활동반경도 서구권으로 확장되다 보니 미국 대중문화계에 널리 퍼진 마약 문화에 대한 경각심이 약화될 토양이 형성된 것이 아닐까. 한국에선 마약을 도덕적 이슈로 보는데, YG엔터테인먼트는 자유분방한 끼를 강조하는 가운데 도덕성에 대한 강조도 미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마약 혐의에도 강력한 처벌 없이 해당자의 활동이 정상적으로 이어진 점도 경각심이 무뎌지는 데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승리처럼 클럽식 유흥문화에 깊게 연루되다 보니, 클럽문화의 부조리에 연결될 가능성도 커졌다. 나이트클럽이 마약·성범죄의 온상이고 경찰과도 유착됐다는 의혹이 언제나 있어 왔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경계 없이 클럽 사내이사를 맡은 것은 위험한 행위였다. 미국식 자유분방함과 유흥문화를 추구해도 반드시 지켜야 할 선이 있다는 점에 대해 엄중한 인식이 요청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