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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13 화- 산은 컨설팅업무,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 중


산업은행은 2003년 컨설팅업무 전담부서를 신설한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830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해 왔다. 이 중 약 75%가 기업대상 컨설팅으로 기업의 재무·경영전략 수립, 해외진출, 턴어라운드 등의 분야가 다수이다. 그러나 최근 산업은행 컨설팅업무에도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최근 기업 CEO로부터 조직관리와 관련된 컨설팅 문의 증가로 산업은행의 컨설팅업무 범위가 점차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은행 앞 컨설팅을 의뢰해 온 A사는 업력 60여년, 연간 매출 1000억원 수준의 오너기업이다. A사는 설립 후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중견기업으로 성장하였으나, 최근 수년간 매출이 소폭 감소하면서 성장 정체를 겪고 있었다. 필자는 당연히 CEO의 관심이 성장 정체를 극복하기 위한 매출 확대 방안일 것이라 섣부른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컨설팅 수행을 위한 첫 인터뷰에서 CEO는 디지털시대에 적합한 조직진단을 받아 보고 싶은 것이 본인의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아울러 경영진에게는 전달되지 않는 직원들의 솔직한 속내를 제3자의 입을 빌어 있는 그대로 알고 싶어했다. A사 CEO는 성장 정체의 주요 원인을 경쟁 심화 등 외부 요인보다는 조직관리와 같은 내부 요인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왜 유능한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는 것일까?

A사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직원들의 퇴사가 빈번하며 퇴사한 직원의 대다수가 젊은 직원이라는 사실에 주목했다. 그래서 세대이론 관점에서 직원 현황을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밀레니얼 세대에 해당하는 직원의 비중이 약 72%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퇴사 사유도 조사해 보니 금전적인 이유보다는 경영진의 권위주의적 리더쉽, 경직된 조직문화에 대한 실망 등이 다수를 차지했다. 또한 그들은 수직적인 의사소통의 조직문화 속에서 쌍방향 소통 부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성세대보다 높은 문턱을 넘어 취업에 성공한 밀레니얼 세대에게 한 회사에 뼈를 묻는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그들은 회사에 적을 두고는 있지만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고, 회사와 업무가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과감히 사표를 내고 삶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한다. 기성세대는 인내심이 없다고 혀를 끌끌 차며 조기 퇴사하는 젊은 직원을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

고백컨대 A사 프로젝트 경험은 세대 구분에서 X세대에 속하는 필자에게도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유능한 젊은 직원의 퇴사는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하지 못하며 결국 기업의 손실로 귀결될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한 퇴사 직원을 대체하기 위해서 신규 직원을 채용, 교육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의 비용 지출은 추가될 것이다. 이에 우리는 A사에 대한 조직진단 결과 중 하나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을 제시하였다.

 

밀레니얼 세대와 기성세대의 언어가 서로 달라 의사소통이 단절됨 ⓒ 동아일보


 

밀레니얼 세대, 그들은 누구인가?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의 사전적 정의는 1980년부터 1995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를 일컫는 용어로, 미국 세대이론 전문가인 닐 하우와 윌리엄 스트라우스가 1991년 출간한 『Generations: The History of America's Future』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세대이론 전문가마다 출생연도에 따른 정의는 다를 수 있겠지만 대체로 현재 24세부터 39세까지의 연령대에 속하는 사람들을 밀레니얼 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 연령대는 기업 내에서 신입사원부터 중간관리자에 해당되며 향후 기업의 미래를 짊어질 주축이 될 세대이다.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는 약 11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자료: 통계청). 세계적으로 이 세대는 2020년 이후 세계 노동인구의 35% 이상을 차지해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이것이 우리가 밀레니얼 세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필연적 이유이기도 하다.

밀레니얼 세대의 주요 특징은 인터넷과 디지털 기기에 능숙하고, 경제 불황기 속에 성장 경험이 있어 불확실한 미래보다는 현재의 만족을 더 추구한다는 점이다. 또한 재미를 추구하고 현재의 삶에 충실하다는 것도 이 세대의 특징이다. 현재 우리나라 밀레니얼 세대를 특징짓는 용어는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등 N가지를 포기한 세대)”, “욜로족(You Only Live Once, 미래보다는 현재의 삶을 중시)”, “워라밸(Work-Life-Balance,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심비(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형태)”, “나나랜드(세상의 중심은 ‘나’)”, “혼밥(혼자 먹는 밥)” 등 다양하며 부정적 의미와 긍정적 의미가 혼재되어 있다.

 

참고: 한나 L. 우블,“밀레니얼 세대 인사관리”


 

밀레니얼 세대 직장인의 특징은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조직 충성도가 낮고, 금전적 보상보다 일의 가치와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며, 상명하복의 수직적인 의사소통보다 쌍방향의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에 익숙하고, 여러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이 세대는 기성세대와는 달리 높은 연봉을 받고 임원이 되는 것이 행복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건강한 인간관계가 동반되는 의미 있는 삶을 지향한다. 그러나 이 세대는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세대 간 갈등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기업들이 밀레니얼 세대를 포용하기 위해 유연한 근무 환경 조성, 자유로운 복장 규정, 개방형 사무 공간 등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근본적인 조직 구조를 바꾸지는 않은 채 과거의 가치관과 환경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여전히 기업들은 밀레니얼 세대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상관없이 구시대의 인사관리를 고수하고 있다. 이들은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자 하며 더 빨리 발전하길 원한다. 또한 자신을 꾸준히 자극하고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줄 리더와 동료를 원하며, 열심히 일하고 발전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 줄 비전을 원하고 있다.

 

한나 L. 우블,“밀레니얼 세대 인사관리”


 

밀레니얼 세대 관리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도

기업이 생존을 위해 기술 개발, 신시장 개척 등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야를 기업 내부로 돌려 조직문화를 재정비하여 내실을 다지는 것도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업의 조직문화는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지금부터라도 여러 세대가 함께 일하고 있는 직장 내에서 세대 간 협력적인 조직문화를 세우기 위해 상호 공존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기업의 경영진이 밀레니얼 세대의 언어를 이해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가올 미래의 기업 성패는 향후 기업의 주축이 될 밀레니얼 세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업이 재무적 실패로 도산할 수도 있지만, 밀레니얼 세대 관리에 실패한 기업 또한 가까운 미래에 혹독한 대가를 지불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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