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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현지 변호사 “법원, 피해 차주 손 들어주는 분위기”

13만 명의 국내 소비자가 폭스바겐에 속았다. 깨끗한 디젤차라고 해서 샀더니 일반 차량보다 더 독한 배출가스를 내뿜었다. 전 세계적으로는 1100만 명이 기만당했다. 지난 2015년 미국에서 터진 디젤게이트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했다. 미국과 유럽에선 즉각 소송 물결이 이어졌고, 독일에서만 3만여 건의 소송이 제기됐다. 그중 약 1만 건에 대해선 판결이 내려졌으며, 최근 들어 피해 차주들의 승소가 늘어나는 추세다.

디젤게이트 발발 이후 국내에서도 즉각 피해보상 소송이 제기됐다. 그러나 3년이란 시간이 흘렀음에도 아직 1심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피해보상에 대한 국내 민사소송 1심 판결은 이르면 내년 4월에 나올 전망이다. 당초 내년 1월경에 재판 결과가 예상됐지만, 12월10일로 예정됐던 결심공판이 내년 3월18일로 미뤄졌다. 독일에서는 이미 수천 건의 재판이 진행된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가 10월14일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참석해 선서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독일 법원, 차량 전액 배상 최초 판결

지난 11월 독일 바이에른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아우크스부르크 법원은 폭스바겐이 피해 차주에게 차량 전액 2만9907유로(약 3775만원)를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피해 차주가 6년 전 폭스바겐 골프 1.6 TDI 모델을 구매할 때 지불했던 금액을 고스란히 되돌려받는다는 의미다. 법원은 여기에 원금에 대한 이자까지 얹어 주라고 명령했다.

독일 법원에서 전액 배상 판결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연식과 주행거리에 따라 차량 원금의 일부만 배상해 주는 식이 대부분이었다. 루돌프 바이겔 아우크스부르크 판사는 전액 배상 판결 근거를 ‘부도덕(sittenswidrig)’에서 찾았다. 폭스바겐그룹이 배출가스를 조작해 소비자를 속였고,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고 봤다. 피해 차주의 물질적 피해만 고려한 것이 아니라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악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현지에서도 이번 전액 배상 판결이 앞으로 소송과 판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독일 법원이 배출가스 조작 손해배상 소송을 모두 개별적으로 다루는 만큼, 유사 사례에 있어선 비슷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폭스바겐은 이번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폭스바겐그룹 대변인은 “고객들은 재산상 손해를 입지 않았으며, 차량은 안전하고 주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독일에선 디젤게이트가 터진 직후인 2015년 10월부터 소비자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시작됐다. 개별 소비자뿐 아니라 각종 자동차 및 환경 단체들도 소를 제기했고, 이는 거대한 소송 물결로 이어졌다. 2017년 들어 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오기 시작해 지금까지 수천 건에 이르는 판결이 쌓였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금까지 독일에서 약 3만 건에 달하는 개별 소송을 당했고 그중 1만여 건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내려졌다. 폭스바겐은 약 6000건의 승소를 기록해 승소율은 60% 정도로 알려졌다. 소송은 독일에 한정되지 않고, 전 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힐트루드 베르너 폭스바겐그룹 이사회 소속 법무 담당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전 세계 50개국에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누적 판결로 따지면 폭스바겐의 승소가 많지만, 최근 들어 피해 차주들의 승소 추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현지에서 배출가스 소송을 대리하는 필립 카바 법무법인 간젤(Gansel Rechtanwälte) 변호사는 시사저널e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대리한 판결 중 약 60~70% 소비자들이 승소했다. 최근 들어 이러한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으며 115개 독일 지방법원 중 90개 가까운 법원이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2016년 초까진 소비자들이 패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후 디젤게이트에 대한 세부 내용들이 폭로되며 분위기가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법무법인 간젤은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소송을 대리하는 대표 로펌 중 하나로, 2016년 이후 지금까지 약 3000건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또 카바 변호사는 폭스바겐이 2심 패소를 피하기 위해 꼼수를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합의금을 미끼로 고소 철회를 유도한다는 내용이다. 카바 변호사는 “폭스바겐은 고등법원 패소를 막으려고 총력을 기울인다. 피해 차주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방식인데, 피해 차주로서 합의 제안을 물리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피해 차주들은 합의를 조건으로 고소를 철회한다. 얼마나 많은 피해 차주들이 고소를 철회했는지 정확한 수를 알기는 어렵다. 대개 보상금을 받는 대신 ‘침묵’을 강요당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독일에서 소비자들의 승소 경향이 뚜렷해지며 1심 판결을 앞둔 국내 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에는 5000여 명의 피해 차주들이 폭스바겐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었고, 하종선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가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하 변호사가 대리하는 여러 소송 중 첫 소송의 1심 판결이 내년 초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폭스바겐 마이스터모터스 한남전시장 ⓒ 시사저널 최준필


국내 법원은 누구 손 들어줄까

일각에선 독일보다 한국이 피해 차주들에게 더 유리한 조건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에선 독일과 달리 배출가스 조작 차량들의 인증 취소까지 이뤄졌기 때문이다. 카바 변호사는 “만약 독일에서 배출가스 조작 차량 인증 취소가 이뤄졌다면 소비자들의 승소 사례가 훨씬 더 많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판결을 앞둔 이번 소송은 앞으로의 재판에 기준이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국내 피해 차주들의 피해보상 여부가 이번 판결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한 상황이다. 소송을 대리하는 하 변호사는 독일에서의 피해자 승소 추세를 긍정적으로 봤다. 그는 “초기에는 폭스바겐의 승소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피해자인 원고들의 승소 판결이 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것으로 보이며, 관련 내용을 제출해 국내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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