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패션노조 前 대표 배트맨D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 개혁 의지 없어”
2014년 10월 페이스북에 ‘한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직원 월급 내역’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인턴이 한 달을 일해 쥐는 돈은 30만원. 견습은 이보다 못한 10만원. 정직원이 되면 110만원. 한글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상봉 디자이너실의 월급이었다. 사회는 분노했지만 패션계는 침묵했다. 그러자 한 ‘초짜 디자이너’가 배트맨 가면을 쓴 채 길거리에 나와, 유명 디자이너들의 ‘열정 페이’ 관습을 타파하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패션노조 대표인 일명 ‘배트맨D’(가명)였다.
패션계에 몸담은 현직으로서 패션계의 선배들과 싸운 ‘유일무이한’ 후배로 기억되는 배트맨D. 투쟁 후 4년이 지난 지금, 과연 그가 바라보는 패션계는 어떨까. 11월21일 시사저널과 만난 그는 “패션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문제 탓에 악습이 바뀌지 않고 있다”며 “국회도, 한국패션디자이너협회(CFDK)도 바꾸겠다는 말만 할 뿐, 결국 아무것도 바뀐 게 없다”고 밝혔다. 다음은 배트맨D와의 일문일답.
2014년 이후 어떻게 지냈나.
“투쟁에 나설 당시 난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지금은 전공을 살려 패션 관련 자영업을 하고 있다.”
패션계는 좁다. 그럼에도 투쟁에 나섰던 이유가 있었나.
“그래서 익명을 쓰고 가면을 쓴 것이다. 노조가 지니는 특유의 어려운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가명을 배트맨이라 짓고,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그래야 20대를 비롯한 젊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이고,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효과는 있었나.
“당시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보였었다. 그러나 여론이 식자 유야무야 대책도 없어졌다. CFDK도 개선점을 찾겠다고 했지만 그때뿐이었다.”
패션업계에서 저임금 문제가 자꾸 불거지는 이유가 있을까.
“종사자들의 심리적 이유가 크다고 생각한다. 우선 화려하다. 그렇다 보니 사회 경험이 없는 20대 친구들이 저임금을 감수하고 일을 한다. 즉, 이런 젊은 노동력의 공급이 계속 이뤄지는 상황에서 수요자인 패션회사나 디자이너들은 갑(甲)이 된다. 변화를 일으킬 동력을 찾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패션업계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나.
“결국에는 정부 차원의 강력한 규제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무엇보다 유명 디자이너들에게 ‘좋은 옷을 만들기 전에, 좋은 사람부터 돼라’고 말하고 싶다.”
※연관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