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시 이어 신안군도 반발···“권한없는 감사자치권 훼손” vs “정당한 감사 진행”
전남도의 시·군에 대한 자치감사를 둘러싼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나주시 공무원노조에 이어 신안군 공무원노조가 전남도 종합감사를 못 받겠다고 반발하고 나서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전남도가 시·군 전반의 자치사무에 대한 권한 없는 감사로 시·군의 감사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이들 공무원노조의 거부 이유다. 이에 대해 전남도는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감사를 하는 만큼 예정대로 종합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전남도 종합감사에 대한 거부 움직임이 전공노 전남본부와 또 다른 시·군 노조로 확산될 지 주목된다. 일부에서는 ‘제발 저린 격’이 아니겠냐며 이들 공무원노조의 행보를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다른 시·군 노조로 확산 주목…‘제발 저린 격’ 전남도 감사 무력화 시도 비판도
전남 신안군공무원노조는 11월 21일 낸 성명서를 통해 “전남도의 시·군 자치감사는 권한 없는 자료 요구나 중복감사로 거부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사무 처리가 법령을 위반했거나 위반한 것으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안에 한정해 감사하도록 규정돼 있다”면서 “전남도가 지난 수년간 시·군 전반의 자치사무에 대한 권한 없는 감사로 시·군 자치권을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어 “자료요구나 중복감사 등이 계속될 경우 공무원 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나주시지부와 연대해 법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남도의 신안군 종합감사는 오는 26~27일 이틀간 사전 자료조사를 하고, 29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9일간 종합감사가 예정돼 있다. 전남도의 감사는 행안부 규칙 등에 따라 3년 만에 한 번씩 일선 시·군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감사로 고발과 감사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반박했다.
앞서 지난 12일 공무원노조 나주시지부는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6일까지 실시된 전남도 종합감사와 관련, 법령위반 사항이 아닌 감사자료를 요구하고 광범위한 감사를 실시했다”며 전남도 감사관 등 15명을 검찰에 고발해 파문이 일었다.
나주시 노조가 고발장에 적시한 고발사유는 △법령에 위반되지 않은 자치사무에 대해 권한없이 자료요구 및 감사 △행정감사규정 개정취지(2010년)에 역행하는 자치사무 감사로 자치권 훼손 △사전조사 기간에 감사실시, 구두자료 요구 등 사전조사 규정 악용 등이다.
나주시 노조는 “중복감사 금지, 지자체 수감 부담 절감, 감사 효율성 등을 위해 2010년 5월 행정감사규정을 전면 개정했다”며 “하지만 전남도는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수년간 감사를 실시해 자치권을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고발과 별도로 전공노 전남본부, 시·군 노동조합과 연대해 권한 없는 전남도 종합감사를 중단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부 시·군 노조의 감사 거부라는 ‘월권 행위’가 전남도 입장에서는 괘씸할 수 있지만,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전남도 감사관실 관계자는 “신안군 입장이 아닌 노조의 주장일 뿐이다. 전혀 개의치 않는다”면서 “정당한 절차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노조와 전남도가 감사 갈등을 빚는 것은 다분히 이례적이다. 여기에는 현 정부 들어 전남도 종합감사를 바라보는 시각차가 우선 지적된다.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자치분권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상급기관의 감사활동을 월권행위로 보는 게 아니냐는 인식이 나오고 있다. 노조가 문제 제기하는 부분도 ‘자치권 훼손’을 명분으로 삼고 있다.
양측 갈등의 내막에 다른 배경이 있는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이번 ‘감사 갈등’은 전남도가 시·군 전반의 자치사무에 대한 감사를 하는 것이 과연 적법한지 여부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 정도 사안이라면 관련 규정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중앙부처 관계기관 질의를 통해 얼마든지 적법성 여부를 따질 수 있다는 게 공직사회의 일반적인 판단이다.
그럼에도 감사 거부 권한이 없는 이들 노조가 반발하는 것은 ‘자치권 훼손’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으로 전남도 감사를 무력화시키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다. 전남도 감사로 인해 여러 문제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감사 거부나 고발 등으로 시간을 끌어 ‘감사 기간’을 넘기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간과 분야, 내용까지 사전에 협의해 진행되는 종합감사는 기간이 지나면 추가로 진행할 수 없다.
이를 두고 공직사회 내부에서조차 “시·군 노조가 감사를 거부하는 것은 행·재정적 지원 등 수혜만 받은 채 지자체가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행정의 투명성과 적법성 확보를 위해 상급기관의 감사는 필요하다”며 “시·군 공무원 노조가 지적하는 자치권 훼손 우려에 대해서도 귀 기울여야 할 대목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