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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보다 언론에서 러브콜 받은 펄 김…골리앗에 맞선 ‘26세 다윗’ 토마스 오

 


■ 당보다 언론에서 러브콜 받은 펄 김

“저는 성폭행 생존자이고, 암 생존자입니다. 제 부모님은 아무것도 없이 미국에 왔습니다. 그것이 제가 이번 선거에 출마한 이유입니다. 잊힌 것을 보겠습니다. 들리지 않는 것을 듣겠습니다. 누군가 아프면 제가 돕겠습니다. 제 스스로가 증거입니다. 저를 워싱턴에 보내주세요. 모든 ‘아메리칸 드림’을 위해 싸우겠습니다.”

펜실베이니아 제5선거구에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로 출마한 펄 김(39)의 공식 홍보영상 속 메시지다. 이처럼 펄 김 후보는 스스로를 ‘소수자’로 정의한다. 유색인종 여성으로서 성폭행 피해와 암 투병을 이겨낸 경험을 내세웠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에 큰 반향을 일으킨 ‘미투(#MeToo)’ 운동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서기도 했다. 펄 김 후보는 개표가 98% 진행된 11월14일 현재 34.9%의 득표율로 낙선이 확정적인 상태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 태어나고 자란 펄 김 후보는 2007년 펜실베이니아주 델라웨어카운티 검찰청에서 검사로 일하다 2017년 주 검찰청 수석 부검찰총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2015년 미 전역에서 단 한 명의 검사가 수상하는 미국 변호사협회의 ‘놈 말렝 정의구현상’을 수상했다. 아동 학대와 가정폭력 근절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다.

 

ⓒ 펄 김 페이스북·토마스 오 페이스북


그가 공화당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출마한 건 아니다. 펄 김 후보는 그가 겪은 특별한 경험 덕에 언론의 주목을 먼저 받았다. 그는 선거운동 초기부터 워싱턴포스트, BBC와 인터뷰를 가졌고, 다른 여성 의원 후보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난 9월 CNN의 저명한 앵커 반 존스가 진행하는 쇼에 등장한 펄 김 후보에 대해 반 존스는 “공화당의 떠오르는 후보”라며 치켜세웠다. 그는 공화당 후보였지만, 그가 내세운 공약은 공화당답지 않았다는 게 미국에서의 평가다. 펄 김 스스로도 “나는 스스로를 재정적 보수주의자라 생각하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지만, 이민이나 기후 변화에 대한 입장은 보다 온건적이다. 나는 독립적으로 사고한다”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우세지역이었던 만큼 펄 김 측은 당선을 예상했지만, 결과적으로 경쟁 후보인 민주당 메리 스캔런에게 패했다. 스캔런 후보 역시 여성이었기에 경쟁력에서 밀린 데다, 스캔런 측의 후원금이 펄 김 측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탈락이 확정된 이후 펄 김 후보는 SNS를 통해 “이번 선거에서 모두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소중한 경험을 했다”며 “그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골리앗에 맞선 ‘26세 다윗’ 토마스 오

버지니아 제8선거구에 출마한 토마스 오 공화당 후보는 본선 진출에 만족해야 했다. 토마스 오 후보는 23.7%의 득표율로 3선에 도전하는 돈 바이어 민주당 의원(76.3%)에게 크게 뒤지는 결과를 받았다. 이 지역은 애초부터 민주당의 텃밭에 가까웠다. 게다가 토마스 오는 올해 26세다. 경쟁 후보였던 민주당 현역의원 돈 바이어(68)보다 마흔 살 이상 젊다. 돈 바이어 의원이 지난해부터 186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모을 때, 토마스 오 후보는 4만6000달러의 선거자금을 확보했다.

토마스 오는 미 육군 대위 출신으로, 지난해 전역한 뒤 현재 조지메이슨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과정 중이다. 그는 젊은 피를 내세우며 약진했지만 민주당 텃밭인 지역의 한계를 넘을 순 없었다. 그는 ‘중도보수’라고 스스로를 지칭하면서 총기 규제나 이민 확대 등 공화당의 방침과는 반대되는 공약을 내세웠다. 이 때문에 골수 공화당의 큰 지지를 얻진 못했지만, 이 지역 중도층의 표를 가져올 수 있었다.

낙선이 확정된 이후 토마스 오 측은 공식 입장문을 통해 “버지니아주 연방 관직에 입후보한 최초의 아시아계 미국인이 돼 영광이었다”면서 “이 역사적 순간을 만든 것은 공화당이며, 이를 가능하게 한 모든 지지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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