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중간평가와 21대 총선 '전초전' 관심 고조
경남 정치 1번지로 일컬어지는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5개월 여 남았다. 고(故) 노회찬 의원이 사망하면서 내년 4월3일 선거가 치러진다. 역대 총선에서 이곳은 경남 전체 총선의 승패를 결정짓는 바로미터로 여겨져 왔다.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이념 중심축 깨지고, 표 이동성 커져
현재 이곳은 다수 인사가 출마의사를 밝혔다. 보수진영은 2명, 진보진영에선 4명 인사가 대표적이다. 자연스레 예상 후보 간의 다자대결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과거 총선에 비하면 판세 변화가 큰 양상이다. 최근 19대 대선과 6·13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이곳은 과거 선거에서 상수(常數)처럼 작용했던 진보·보수 이념 구도가 무의미해졌다.
이곳은 과거엔 보수와 진보가 표의 큰 덩어리를 나눠 가졌다. 유권자들은 18~20대 총선에서 보수와 진보를 각각40.21~49.04%, 43.83~51.50% 비율로 찍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과 민주노동당·정의당 양강 후보가 판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가변성이 커지면서, 과거처럼 보수와 진보로 크게 표를 나눠 가진 뒤 중도에서 작은 규모의 표가 움직이던 경향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이다. 11월9일 남양동 우성아파트에서 만난 최아무개(43)씨는 “과거와 달리 이념적으로 투표할 가능성은 줄어들었다”면서 “이전까지 겪어보지 못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곳의 유권자들은 어떤 정치인을 원할까. 결론적으로 높은 인지도와 강한 내공을 지닌 소위 ‘스타성’ 있는 정치인에 대한 선호가 뚜렷했다. 17~18대 총선엔 권영길 의원, 20대 땐 고 노회찬 의원 등 이름값 있는 인사들이 당선됐다. 이들은 지역 연고가 없었지만, 인지도와 안정감 있는 경륜의 정치로 당선됐다.
이곳 유권자들은 지역구 의원의 역량에 따라 그들의 위상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실제 창원의 5개 구 가운데 이곳 유권자들의 학력과 소득 수준은 가장 높은 편이다. 11월10일 대방동 대동아파트에서 만난 허아무개(51·여)씨는 “보통 인지도는 후보가 어떤 노력을 했는지를 볼 때 쓸모가 있다”며 “난 고 노회찬 의원 등 대형 이슈를 놓고 경쟁자와 싸울 수 있는 경험 있는 정치인을 선택했다. 보수든 진보든 유력 정치인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유권자, 인지도 높은 스타 정치인 원해…진보진영 후보 단일화 ‘애매모호’
또 유권자들은 진보 세력이 방심했다간 큰 코 다치기 쉬운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 성산구는 비싼 가격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외부 유입 인구가 많이 늘었다. 반면 여태까지 진보 세력의 중심이던 창원공단 근로자들은 인근 의창구와 김해 진영읍으로 대거 빠져나간 상태다. 과거와 달리 노동자 중심의 진보 정치적 색채가 뚜렷하지 않다. 때문에 유권자들은 남북관계, 경제문제 등 각종 변수에 표심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11월8일 가음정 시장 상인 김아무개(49)씨는 “역대 총선과 달리 대형 이슈가 몰고 올 ‘바람’이 판을 흔들 수 있다”며 “북미정상회담, 부동산 정책 등 시민들의 관심이 높은 현안에 대한 후보와 소속 정당의 공약이 선거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보진영 후보 간 단일화도 단연 화두다. 진보진영은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던 19대 총선을 제외하곤 17대 총선 이후 모두 승리했다. 그러나 현 여권의 지지율이 워낙 두터운 상황에서 진보진영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단일화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진보진영 안팎에서는 “지금 대통령이나 여당 지지율이 높다고 해서 내년 보궐선거가 반드시 민주당에게 유리하다는 것은 속단”이라는 말로 후보 단일화를 희망했다. 반면 이곳의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진보진영 단일 후보 논의는 부적절한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조재욱 경남대 교수는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독주가 계속되면서 진보진영 간 입장차가 크다”며 “결국 진보진영 후보 단일화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각자 후보를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