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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수입 의약품 검수 과정 의문...비용 대비 위해성 따져야"

 

결핵 예방을 위해 1세 미만 영아에 접종하는 BCG 백신에서 비소가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해당 제품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그러나 백신에 비소가 왜 들어갔는지, 수입 의약품 검수 과정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신생아에게 극소량의 비소는 안전한지 등에 대해 식약처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해당 백신을 맞은 아이의 부모들은 '비소 공포'에 휩싸였다. 

 

식약처는 11월7일 결핵 예방을 위해 1세 미만 영아에 접종하는 일본산 '경피용 BCG 백신'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 후생성이 최근 비소가 검출된 해당 제품의 출하를 정지한 데 따른 조치다. 

 

일본 후생성에 따르면, 백신에 첨가하는 생리식염수액에서 비소 0.039㎍(0.26ppm)이 검출됐다. 이 양은 1일 허용 기준치인 1.5㎍/일(5㎏)의 38분의 1 수준이다. 일본 국립의약품식품위생연구소는 건강 영향 평가를 한 결과, 함유된 비소로 인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어 회수 없이 출하만 정지했다고 발표했다. BCG 백신은 평생 1회 접종하므로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일본산 경피용 BCG 백신은 국내 경피용 BCG 시장을 독점하는 제품이다. 이 백신은 '일본BCG제조'가 만들고 학국백신상사에서 수입·유통한다. 시중에 유통된 해당 제품의 양은 14만2125팩이다. 

 

식약처는 국내 BCG 백신 대체품(피내용 BCG 백신)이 있는 점을 고려해 일본산 제품의 회수조치를 결정했다. 대체품은 피내용 BCG 백신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40만명이 접종할 수 있는 분량이다. 피내용 BCG 백신 접종은 전국 보건소와 지정의료기관 372개소에서 할 수 있다. 신현영 한양대명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모유나 과자 등에서도 비소가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지만, 의약품에서 비소가 나온 것은 문제"라며 "수입 의약품을 사전에 검수하는 과정이 어떤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내용(왼쪽)과 경피용 BCG 접종​ 모습(식품의약품안전처)


 

비소는 구리·납·아연 등의 금속을 제련할 때 부산물로 생기는 물질로, 보통 다른 원소와의 화합물로 존재한다. 원소 자체로는 독성이 없으나 화합물은 독성이 강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일본이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근거는 비용 대비 위해성이다. 일본은 비용을 투자할 정도로 위해성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우리는 이 판단 없이 안전성만 따져 일단 회수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비용을 들여서라도 위해성을 완전히 차단할 것인지 아니면 안전성에 큰 문제가 없으면 감수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 내지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피용은 피부에 주사액을 바른 후 9개 바늘이 달린 주사 도구로 피부를 강하게 눌러 주사액을 신체 내로 주입하는 방식이다. 유료인 경피용 BCG는 주사 흉터가 적게 남는다는 이유로 신생아의 절반 정도가 맞은 것으로 추산된다. 

 

피내용은 피부에 주삿바늘을 15도 각도로 삽입 후 약물을 주입하는 방식이다. 직접 삽입 방식이므로 약물 주입량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결핵연구원 관계자는 "처음 경피용 방식이 나왔을 때 세계보건기구(WHO)는 효과나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권장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연구 결과가 쌓이면서 현재는 안전하다는 방향으로 바뀐 상태"라고 말했다. 

 

수입 백신에 비소가 왜 들어갔는지, 수입 의약품 검수 과정은 제대로 작동하는지, 신생아에게 극소량의 비소는 안전한지 등 여러 의문이 남는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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