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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수사 본격화…폐쇄적인 직장문화·관련법 부재도 도마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전(前) 직원 폭행 파문이 일파만파다. 당국의 수사·감독이 본격화하고 처벌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시민들은 '이런 일이 왜 그간 수면 아래에 가라앉아 있었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다. 
2016년 12월 한국미래기술 군포 연구소에서 근무 중인 양진호 회장 모습. 배경에 로봇 '메소드-2'가 보인다. ⓒ 연합뉴스


당국, 전방위 수사·근로감독

 

경찰은 11월2일 회사 전 직원을 폭행하고 수련회 등에서 엽기 행위를 벌여 물의를 빚고 있는 양진호 회장의 주거지 등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형사 합동수사팀은 성남시 분당구 판교동 양 회장의 자택과 인근 위디스크 사무실, 군포시 한국미래기술 사무실 등 10여곳에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는 양 회장이 위디스크의 전 직원을 폭행하고,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살아있는 닭을 죽이도록 강요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최근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은 양 회장의 각종 자료를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양 회장을 긴급체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증거관계를 명확히 확인해 최대한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 후 검찰 수사와 재판 등 단계가 남아 있지만, 폭행 증거 등이 명확한 만큼 양 회장은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강신업 변호사는 "처벌 수위가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 피해자가 폭행으로 인해 트라우마를 겪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단순 폭행이 아닌 상해죄와 관련한 사안"이라며 "(트라우마에 대한) 진단서가 제출되는지 여부를 봐야겠으나, 만약 상해죄 적용 시 7년 이하의 징역에까지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회장이 연루된 폭행 사건은 더 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에 따르면 양 회장은 2013년 12월 A씨가 아내와 외도한 것으로 의심, 동생과 지인 등을 동원해 A씨를 때린 혐의(특수상해)를 받고 있다. A씨는 사건이 발생하고 약 4년이 흐른 지난해 6월 양 회장 등을 검찰에 고소했다. 앞서 성남지청은 양 회장 일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지난 4월 서울고검으로부터 다시 수사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아울러 고용노동부는 사건의 심각성을 고려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주관으로 특별근로감독반을 편성하고, 양 회장의 사업장에 대해 11월 5~16일 고강도 근로감독을 실시할 방침이다.    

숨죽였던 직원들…엽기·잔혹 행위 막을 법 不在  

 한편 국회 행안위 전체회의에서 김영우 의원은 "양진호 회장의 폭행 동영상을 보니 차마 끝까지 볼 수 없겠더라. 연산군 이상이었다"며 "정말 있을 수 없는 갑질 중의 갑질이다. 신속하고 확실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경찰에 당부했다. 영상 속 폭행 장면과 함께 또 다른 충격을 안긴 것은 당시 주변에 있던 직원들이었다. 양 회장의 무차별 폭행 속 위디스크 직원들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할 뿐이었다. 위디스크 관계자는 뉴스타파를 통해 양 회장이 폭행 영상을 직원 중 한명에게 촬영하게 지시하고, 영상을 기념품으로 소장했다고 밝혔다. 상식을 초월한 잔혹하고 강압적인 분위기 속 직원들은 얼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폭행 피해자 A씨에 관한 증언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엿보였다. A씨가 양 회장 사무실에서 폭행당하는 정황을 목격했다는 위디스크 전 직원은 뉴스타파 인터뷰에서 "퇴근 전 양 회장의 손님이 왔나 했다. 그런데 갑자기 험악한 소리가 나더라. 직원 두 명이 황급히 회장실 블라인드를 내리고, 그 뒤부터 험악한 소리는 더 크게 났다. 누군가 양진호 회장한테 잡혀 왔구나, 다들 그렇게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노동법률단체 '직장갑질119'의 조은혜 노무사는 YTN에 출연해 "지난 1년간 직장 갑질 사례들이 많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더더욱 회장의 위력이 회사 내부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던 것 같다"면서 "위디스크 직원들이 폭행을 옆에서 지켜보며 '다음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닭을 생으로 잡게 하는 등 가학적인 행위를 거론하며 "양 회장의 개인적인 성격도 많이 반영된 듯하다. 그가 가진 권위가 같이 시너지 효과로 발생하면서 정말 어이없고 무서운 악행들이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양 회장 사태로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통과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직장 내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행위를 방지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 등이 네 차례 발의됐으나 모두 폐기됐다. 직장갑질119 측은 "직장 내 부당한 강요를 경험한 직장인들에게 (우회적으로) 형법상 강요죄 등을 들어 고소하는 방식으로 상담을 해주고 있다"며 "부당한 업무 지시가 있다면, 이를 불이행했을 때 가해지는 부당 징계를 놓고 다투는 쪽으로 상담을 진행한다"고 했다. 하지만 위디스크와 같은 조직문화에서 경제적·법적으로 약자일 수밖에 없는 직원들이 회사와 다투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특히 IT 등 폐쇄적인 업계에선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다. 폭행 파문 전 겉으로 드러난 양 회장은 '멀쩡한 IT업계 실력자'였다.  

한국미래기술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직립보행 로봇 '메소드-2'(Method-2)를 개발한 로봇 제작 업체로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양 회장은 경기 군포시에 한국미래기술을 설립하고 2010년께 국내 연구진을 모아 로봇 개발을 시작했다. 2016년에는 키가 4m 정도인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퍼지며 화제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양 회장은 당시 인터뷰에서 거대 로봇을 가지고 싶었던 어린 시절 꿈에 따라 이런 로봇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또 한국미래기술 창업 전에 IT 사업을 20년 이상 해왔다고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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