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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간 생존 주장…현대 과학에서 ‘사기’로 들통

생제르맹 백작은 1710년부터 거의 120년 동안이나 유럽에 종횡무진으로 나타났던 인물이다. 동양에 삼천갑자 동방삭이 있다면, 서양에는 불사신 생제르맹이 있었다. 모험가·연금술사·연주자·작곡가로 활동했는데, 궁전 파티에 나오면 모르는 것이 없고 현란한 말솜씨와 화려한 연금술로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5개 국어에 능통했는데, 나중에 이 사람은 전 세계의 언어를 알고 있을 것이라고 과장되었다.

궁중을 출입하던 생제르맹은 1758년 루이 15세에게 ‘우리가 아는 가장 풍부하고 희유한 발견’(la plus riche et la plus rare découverte qu'on ait faite)을 가져온다고 약속했다. 루이 15세는 샹보르성을 그에게 사용하도록 내어주었고, 생제르맹은 이 성에 하인들을 고용하고 연구실을 마련했다. 루이 15세의 애인 퐁파두르 후작 부인에게 “귀부인들의 소망은 불로의 묘약이고, 신사들의 소망은 현자의 돌입니다. 불로의 묘약은 영원한 아름다움을 주고, 현자의 돌은 영원한 부를 의미합니다”라고 했다. 프랑스의 볼테르는 그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결코 죽지 않는 남자가 사교계를 장악하고 있다”고 했고, 프리드리히 대왕은 그를 “이해할 수 없는 남자”라고 했다.

생제르맹 자신은 수천 년 전부터 존재하며 죽지 않는다고 말해 왔고, 특수한 묘약 덕택에 음식을 먹지 않아도 젊음을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카사노바가 쓴 회고록에 생제르맹 백작을 만난 기록이 있다. 그의 실험실에 갔었는데 테이블 위에 있던 구리로 만든 화폐에 불길이 일었다가 사라지고 금으로 변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생제르맹 백작 ⓒ wikipedia



1784년 사망 후에도 행적 기록 이어져

생제르맹은 1784년 3월 독일의 에케른푀르데 교회 묘지에 묻혔다. 그런데 이것으로 그의 기록이 끝난 게 아니다. 1787년 루이 16세가 머지않아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 예언대로 2년 뒤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고 루이 16세는 사형당했다. 파리에 있던 시절에 라모아 제르지 백작 부인이 그의 애인이었다. 1821년 라모아의 증손녀인 엘리메아가 그를 빈에서 만났을 때, 생제르맹은 그녀에게 할머니는 편안히 가셨는지를 물었다. 1930년 신비주의 종교단체인 신지학회의 애니 배산트는 플로리다로 가는 여객선에서 그를 만났다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영계(靈界)의 화신이 되어 지구를 돕고 있다고 한다.

불사신의 특징을 알아보자. 한 생애에 익히기 힘든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아는 것이 많고, 모든 질문에 대답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불로와 부귀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일반인이 보기에 마술과도 같은 재주를 보인다. 생제르맹의 경우 그것을 연금술이라고 불렀다. 티베트·인도·중동 등에 있었다고 하는 신비함도 갖췄다. 무엇보다 스스로 죽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다닌다.

탁월한 재능으로 당대에는 사실 여부를 몰랐지만, 칼 세이건은 원소를 바꾸는 인류의 오랜 꿈인 연금술에 대해 “지팡이 하나로 변환시킨다는 사기였다”고 비판했다. 중세의 불사신도 현대의 과학자에게 걸리면 들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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