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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골목길 자본론》 저자 모종린 연세대 교수

한국의 도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오히려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바로 도시 발전에 ‘사람’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생명체입니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입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한 ‘착한 도시(Good City)’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의 현주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깊게 논의합니다.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대표적인 ‘골목길 전도사’다. 그가 지난해 낸 책 《골목길 자본론》은 경제·경영분야에서 오랜 기간 베스트셀러 자리에 올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도시 개발의 만능키로 여겨져 온 신도시 개발 시대에서 ‘도시재생과 골목산업 정책’ 시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시 개발의 핵심은 신도시가 아니라 ‘골목’에 있다는 의미다. 


시사저널은 10월3일 서울 신촌 연세대 새천년관에서 모 교수를 인터뷰했다. 그는 10월23일 열리는 ‘2018 굿시티 포럼(GOOD CITY FORUM 2018)’에서 골목산업 개발을 통한 도시 개발의 가능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 그는 “골목상권은 문화와 새로운 융합산업을 만들어낼 수 있다. 골목을 살리는 것이야말로 ‘원도심’의 부활과 도시의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시사저널 임준선


 

골목상권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고 있다. 


“도시재생이 성공하려면 지속 가능해야 한다. 도시재생 대상지역을 보면 대개 낙후지역이 많다. 우리나라 기준으로 보면 소위 ‘골목지역’이다. 특히 원도심의 골목지역이 지속 가능하려면 경제적 기반이 있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골목상권 외에는 활성화 수단이 없다. ‘골목상권’이 다시 떠오르는 것은 도시재생 사업에 있어서 큰 행운이다.” 


골목상권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나. 


“라이프타임의 문제다. 과거에는 대형 쇼핑몰에 가서 물건을 구입했다. 하지만 요즘에는 온라인 쇼핑이 이미 일상화됐다. 골목상권도 마찬가지다. 대형 쇼핑몰과 온라인에서의 구매 스타일이 다르듯이 골목에서의 소비 패턴 역시 다르다. 걷고 즐기고 먹기 위해 홍대나 연남동, 연희동으로 간다. 취향에 맞는 독립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는 형식이다. 소위 근린상권으로서 주민을 위한 상권이 형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은 사람들이 거주지 500m 안에서 소비를 한다. 교외의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에 가는 것은 한 달에 한 번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지금은 로컬(Local)이 트렌드다. 세계적으로 쇼핑몰은 쇠락하고 있다.” 

 


“이제는 로컬(Local)이 트렌드”


현재 서울시의 경우 특색 있는 거리가 늘었다. 전국적으로도 늘고 있는데. 


“서울에 20~30개가량 된다. 홍대거리와 이태원, 삼청동, 가로수길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생긴 상권은 사람과 돈이 모이게 한다. 근린상권에서 관광상권으로 발전한 것이다. 골목과 거리 문화를 쇼핑몰에서도 재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리와 골목 문화가 대세가 된 것이다. 이런 골목과 거리가 문화를 창조할 수 있다. 대기업 쇼핑몰은 문화를 만들지 못한다. 신도시가 관광지가 되는 경우는 없다. 역사와 문화가 없기 때문이다. 골목에는 문화와 역사가 살아 있다. 그것을 바탕으로 문화산업과 창조산업을 살려야 한다.” 


홍대와 이태원 등은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가 나오기도 한다.


“1세대 골목상권이라 할 수 있는 홍대, 이태원, 삼청동 등은 이미 창조도시 단계로 넘어갔다. 대기업 자본이 들어와 본래 있던 상가가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극히 일부다. 오히려 동네의 특색에 맞는 독립적 기업들이 들어왔다.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코워킹(Co-working) 스페이스나 북 카페, 커뮤니티 카페, 살롱, 커뮤니티 호텔 등 독립 브랜드가 많이 생겨나고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기업은 의미가 없다. 대기업이 주도하는 느낌을 준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옛날처럼 소규모가 아니라 공간 기획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브랜드가 생겨나고 있다. 일반 기업들이 창조산업에 다 들어가 있다.” 

 


“골목상권이 도시재생의 ‘만병통치약’이다”


골목상권 내지는 거리의 문화가 뻗어나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홍대, 이태원도 확장 중이다. 삼청동도 익선동으로 확장됐다. 성수동도 건대에서 한강 쪽으로 확장할 것이다. 지역에 뻗어나갈 곳이 많아야 한다. 홍대는 서강대에서 마포역 쪽으로 넘어갔다. 홍대는 어떻게 보면 마포구 전체를 흡수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형성된 상권이 연희동과 남가좌동, 수색 등지로 뻗어나가고 있다. 서울 서부가 모두 홍대 문화권이 되는 셈이다. 

 서울 균형발전 추이를 보면 동부는 낙후되고 있는데 서부는 홍대 중심으로 살아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결성이 필수다. 차가 다니는 도로가 아니라 보행이 쉬워야 한다. 연남동에서 연희동으로 넘어갈 때 연희교차로는 너무 넓어 건너갈 수 없다. 하지만 옆에 있는 굴다리를 통해 보행으로 넘어갈 수 있다. 유동인구가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라이프타입을 강조했는데, 현재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입장이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돼야 골목이 살아날까. 


“신도시 개발에 대해서는 평가하기 어렵다. 하지만 도심 주택공급을 늘리는 방안에 대해서는 찬성이다. 사람들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서 회사를 다니고 소비를 즐기고 싶어 한다. 골목상권 주변에는 젊은이가 많이 사는데, 골목상권을 핵으로 주변에 주택을 공급한다면 호응이 있을 것이다. 대규모 단지보다는 도시형 주택을 골목상권 주변에 공급하는 게 지역발전 차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 


현재 소위 ‘동네 가게’들은 망하기 일보 직전이라고 하소연을 한다. 이곳들과 ‘골목상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골목상권의 반대말은 ‘먹자골목’이다. 연세대 앞 거리를 보면 소위 직장인들이 좋아할 만한 식당들만 즐비하다. 게다가 골목의 뒤가 막혔다. 배후거리에 차가 다닐 수 있어야 하는데 못 다니게 되면서 상권 전체가 혜택을 볼 수 없게 됐다. 이제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젊은 층이 즐겁게 찾을 수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나 브런치 가게 등이 들어서야 한다.” 


‘2018 굿시티 포럼’에서도 골목길의 중요성에 대해 강연할 예정인가. 


‘굿시티’는 좋고 착한 도시라는 뜻이다. 대기업이나 자동차, 단지에서 착한 도시는 그 반대로 봐야 한다. 소상공인, 보행자, 작은 건물 등이 중심이 된 도시가 착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미래를 생각할 때 좋은 도시에 대한 비전을 확립할 때가 됐다. 해외를 봐도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이 대세다. 이곳에서 창조·문화산업 육성이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다. 하지만 아직 인식이 부족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여전히 대규모 개발의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골목상권이 도시개발의 ‘만병통치약’이라는 느낌을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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