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강래 중앙대 교수 “17개 광역지자체, 5~7개 정도로 통합해야”
한국의 도시가 죽어가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달로 외형은 화려해졌을지 모르지만, 정작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은 오히려 활력을 잃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하나로 요약됩니다. 바로 도시 발전에 ‘사람’이 빠졌기 때문입니다. 도시는 생명체입니다. 도시는 자본의 ‘상품’이 아니라 시민의 ‘삶터’입니다.
한국도시행정학회와 시사저널은 도시의 주인인 시민이 행복한 ‘착한 도시(Good City)’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함께 고민하고자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GOOD CITY FORUM 2018」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그 첫걸음으로 위기에 내몰린 지방의 현주소와 지방 소멸 위기를 어떻게 대응할지, 그리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도시재생뉴딜 사업’이 지역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낼지 심도 깊게 논의합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GOOD CITY FORUM 첫 번째 섹션 ‘지방 소멸 위기, 어떻게 대응하나’에서 ‘위기의 지방, 뭉쳐야 산다’ 주제로 강연한다. 마 교수는 최근 《지방도시 살생부》라는 책을 통해 지방도시의 쇠퇴 원인과 그 대안을 제시했다.
지방 중소도시의 쇠퇴 원인으로 저출산, 고령화, 저성장 그리고 제4차 산업혁명을 꼽았다.
“지방 소도시에는 애를 낳을 젊은이들이 많지 않다. 인구도 매우 고령화돼 있다. 일자리가 많지 않으니 활력이 떨어져 있다. 지금도 지식기반 제조업은 대도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이게 중소도시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 국토에는 대도시와 그 주변지역으로 인구와 산업이 집중되는 대도시권화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날 것이다. 그리고 공간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강화될 것이다.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 쇠퇴의 대안으로 ‘압축도시’를 제안했다.
“지방 중소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원도심 쇠퇴는 도심 외곽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건설과 맞물려 있다. 인구가 정체했거나 감소하는 상황에서 도시의 외곽 개발은 원도심의 인구를 빠져나가게 했다. 게다가 지방 중소도시들에서의 인구유출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20년이 조금 넘게 지나면 우리나라 지자체의 30% 정도는 제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인구는 자꾸 줄어드는데 도시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은 계속 늘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인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인구밀도가 너무 낮아지면 기초적인 생활 인프라도 제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것이다. 이런 도시들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도시의 외곽 개발을 금지하고 교통 결절점을 중심으로 압축해야 한다.”
지방은 광역시도 어려워진다고 한다. 지방이 전반적으로 붕괴되는 건 아닌지.
“지난해 전국의 6대 광역시 중 수도권에 속한 인천을 제외한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의 인구가 줄었다. 그리고 이렇게 인구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가 수도권으로의 인구유출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이런 분석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다. 인구가 줄어들긴 했다. 하지만 큰 권역으로 보면 인구가 줄었다고 볼 수는 없다. 지방 광역시의 인구 감소는 수도권 외곽 팽창과 유사한 형태로 나타났다. 서울 인구는 줄고 있지만, 수도권 인구는 늘어난 것처럼 말이다.
부산에서는 수도권으로 이동한 인구보다 양산으로 간 인구가 훨씬 많다. 흥미로운 사실은 부산 인근지역을 합친 ‘부산권’은 인구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구도 마찬가지다. 대구시 인구 중 상당수가 경산으로 이사했다. 대구와 경산이 동일한 생활권역이 된 건 오래전 일이다. 도시의 범위를 대전권, 광주권, 대구권, 부산·울산권의 ‘대도시권역’으로 본다면, 상황이 그리 나쁜 건 아니다. 이 지역들은 그나마 인구와 산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대도시권에는 상대적으로 일자리와 젊은이들이 많다. 젊은이들을 붙잡아 두고, 일자리와 연계될 수 있는 거점대학도 있다. 지역에 특화된 산업도 있고, 신산업을 유치할 능력도 된다. 지방 대도시권은 저성장·저출산·고령화의 파고 속에서 지방을 살리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 지방을 살릴 불씨인 것이다. 대도시권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꺼져가는 지방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대 지방’의 구도가 아닌, ‘수도권 대 지방 대도시권’의 구도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금과 같은 ‘수도권 vs 지방’ 프레임은 균형발전을 위한 논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방(혹은 비수도권)은 수도권과 양립 가능한 용어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이 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수도권을 구성하는 서울·경기·인천은 유기적(有機的) 결합관계 속에 있다. 그래서 서울·경기·인천은 하나의 통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지방의 서로 다른 지역들은 연계의 정도가 매우 약하다. 같은 생활권도, 경제권도 아니다. 하나로 간주되기에는 그 지역적 범위도 넓다. 수도권으로 갸우뚱하게 기울어진 국토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어디에 기울여야 하는가? 이 질문에 ‘지방(혹은 비수도권)’이라 답하는 순간, 해결책이 모호해진다. 균형발전을 위해 힘을 쏟을 대상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수도권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수도권과 맞짱을 뜰 수 있는 곳이다. 그곳은 바로 ‘지방의 대도시권’이다.”
문재인 정부는 개헌과 맞물려 지방분권 강화 및 국토의 균형적 발전을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광역자치단체 17개, 기초자치단체가 226개 있다. 기초자치단체 중 30%는 앞으로 20년 내 존폐가 불투명할 정도의 어려운 지자체들이다. 대도시권화 현상은 예산 부족에 허덕이는 지자체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다. 게다가 지방분권까지 이루어진다면, 가난한 지자체는 답이 없다. 지방분권을 하지 말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방자치는 우리가 끝까지 추구해야 할 소중한 가치다. 하지만 226개 기초지자체에 권한을 주다간 지역 간 격차만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권한 이양의 공간적 단위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분권 전에 지자체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행정구역을 통합해 광역적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일단 17개 광역지자체를 5~7개 정도로 통합해야 한다. 지방분권의 공간적 단위는 이런 광역 단위여야 한다. 광역지자체가 대도시·중소도시·농어촌 각각을 압축하고, 광역적 시각에서 도시 간 연계전략을 자율적으로 세우게 해야 한다. 그리고 광역지자체 내 도시 간 격차는 ‘거점의 개발이익을 주변지역으로 이전시키는 상생발전 프로젝트’를 통해 줄여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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