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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문 대통령은 탈원전 행보에 더욱 속도를 내는 듯했다. 그해 6월 국내 최초의 원전인 고리 1호기 영구정지 기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탈핵시대’를 선포했다. 기존의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승격시키겠다고도 발표했다. 이처럼 탈원전 정책은 문 대통령이 취임 전후로 가장 강력하게 실천의지를 표명한 국정과제 중 하나였다. 그러나 원전을 둘러싼 정치권 안팎의 찬반 논쟁은 날로 뜨거워졌다. 수십 년 지속된 우리의 전력체계를 뿌리부터 바꾸는 결단이었기에 우려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가장 큰 쟁점이 된 사안은 대통령이 일찍이 공사 전면 중단을 약속했던 신고리 5·6호기였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사가 진행된 이래, 신고리 5·6호기의 종합공정률은 2017년 5월 기준 28.8%에 이르렀다. 공사 중단이 해당 지역경제에 미칠 부정적인 전망은 탈원전을 외쳐온 정부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29일, 당선 후 처음 열린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일시적으로’ 중단할 것을 결정했다. 그리고 시민이 참여하는 공론화를 통해 건설의 완전 중단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시민참여단 471명이 참여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대대적인 숙의 과정을 진행했다. 2017년 7월부터 3개월간 진행된 공론화 결과는 뜻밖이었다. 시민참여단이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중단 중 하나를 선택한 최종 결과 재개 의견은 59.5%로, 40.5%에 그친 중단 의견을 앞질렀다. 문 대통령의 공약과 반대되는 결과였다. 공론화위는 과정을 마무리하며 해당 결과를 반영한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약속대로 이를 수용해 신고리 5·6호기의 건설 재개 방침을 확정 지었다. 이로 인해 정부의 탈원전 방향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더욱 거세졌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야당은 탈원전에 대해 앞다퉈 원전 산업을 무너뜨리고 일자리를 줄이는 문재인 정부의 오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부는 공론화 결과로 인해 다소 힘이 빠졌음에도 전체적인 탈원전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는 곧장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와 별개로, 신규 원전 백지화와 노후 원전 폐쇄 등의 내용을 담은 ‘에너지 전환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이 무렵 정부는 기존의 ‘탈원전 정책’이란 용어가 정부의 다양한 에너지 정책을 전부 담지 못한다고 판단,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고 공식 용어를 변경하기도 했다. 정부는 2017년 말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앞서 발표한 로드맵을 고스란히 반영해 담았다. 역시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없던 일로 하고 2022년까지 가동 가능했던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지난 6월 원전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사회를 통해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의결하면서 정부 계획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에 대한 한수원 노조와 월성 1호기 인근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오랜 기간 탈원전을 위해 싸워온 시민단체 역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기구화하겠다고 공약한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여전히 국무총리실 산하 기구로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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