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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당일치기 방북’ 김정은 면담…文대통령에 결과 보고

북·미는 10월7일 북한의 비핵화 실질적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를 놓고 주고받기식 담판을 벌였다. 3개월 만에 머리를 맞댄 양측은 ‘선(先) 비핵화’냐 ‘선(先) 종전선언’이냐를 두고 팽팽히 맞서왔던 것과 달리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다. 영변 핵시설 페기와 종전선언 맞교환 등 추가적인 조치와 관련해서도 진전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앞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 리스트 신고를 미루고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동시 추진하는 방안을 중재안으로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제안한 중재안을 북·미 양측이 논의했을지, 논의했다면 어느 정도에서 합의점을 찾았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7일 오후 방북 직후 청와대를 찾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을 만나 환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나절 담판’ 北·美 타협점 도출 최대 관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이날 반나절 방북을 둘러싼 최대 관심사는 북한의 추가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 조치 간 절충점을 찾을지에 맞춰졌다. 북한이 미국의 기대 수준에 맞는 추가 비핵화 조치를 내놓고 미국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약속하는 등 양국 간 타협점을 찾으면 북·미 협상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오전 평양에 도착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곧바로 북측 카운터파트와 만나 비핵화, 2차 북·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포괄적으로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장관이 반나절 방북을 결정한 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면담 일정까지 공개한 점으로 미뤄 이미 북·미가 비핵화 조치에 관해 어느 정도 접점을 찾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에 앞서 일본 도쿄로 향하는 길에 기자들에게 “최종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FFVD)가 완수되면 평화협정을 맺을 수 있을 것이며, 여기에 중국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해 비핵화 협상 성공 기대감을 높였다.

 

실제 협상 결과에는 진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장관은 방북을 마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면담한 결과를 전달하는 자리에서 “오늘 북한 방문에서 상당히 좋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지만, 아직 우리가 할 일이 상당히 많지만 오늘 또 한 걸음 내디뎠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합의점을 도출했음을 시사했다.

 

북·미는 이날 협상에서 서로 원하는 조치를 얻기 위해 추가 논의도 이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플러스알파’로는 대북제재 완화, 연락사무소 개설 등이 거론돼왔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난달 북한과 특정 시설과 특정한 무기 시스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고, 북한은 최근 들어 줄기차게 대북제재 완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전 또다시 대북 독자 제재 카드를 꺼내들며 제재 고삐를 쥐었다는 점에서 미 측이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받아줬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대신 개성공단 사업,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남북한 간 경제협력 사업의 길을 터주기 위해 일부 제재 적용의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이 거론됐을 가능성이 있다.

 

로이터 통신 역시 폼페이오 장관이 김 위원장과 북한의 핵, 미사일 프로그램을 해체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관측했다. 폼페이오 장관과 사절단으로 방북에 동행한 한 미국 관리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지난번보다 좋았지만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작업(a long hau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 통신은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방문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는 것을 포함해 몇몇 진전을 이뤘지만 추가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이 관리 발언의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리의 언급은 ‘빈손 방북’ 논란이 많았던 지난 7월 초 3차 방북 때와 달리 비핵화 협상에서 일정한 진전을 거뒀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의 영변 핵시설 폐기와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의 등가성을 맞추는 문제가 논의의 핵심이었을 것”이라면서 “여러 옵션을 들고 방북했던 폼페이오 장관이 바로 어떤 합의안을 발표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점은 어떤 진전된 성과를 기대해볼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10월7일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北·美 정상회담 일정도 조율했을 듯

 

양측은 2차 미·북 정상회담 개최 날짜와 장소에 관해서도 대략적인 논의를 마쳤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인 일정은 북한의 비핵화 이행 상황을 지켜본 뒤 추후 공개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은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조정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11월6일 이전을, 트럼프 행정부는 정상회담 성패 논란 등을 감안해 중간선거 이후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일각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예상보다 빨리 성사된 점을 들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미국 중간선거인 다음달 6일 이전에 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장소로는 1차 때처럼 유럽 등 제3국 개최나 판문점 개최 방안 등이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한편 폼페이오 장관은 문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도 전달했다. 그는 “감사드린다. 제가 북한을 방문한 다음 곧장 여기에 방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이 비핵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여기에 곧장 방문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감사의 말씀을 전해달라고 했다”며 “문 대통령과 한국이 여기에 오기까지 상당히 많은 역할을 했고, 남북정상회담과 여러 다양한 것을 통해 여기까지 오는 것으로 전 세계는 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실무만찬을 하면서 방북 결과를 공유하고 한미 간 의견 조율에 나섰다. 폼페이오 장관은 전날엔 일본 도쿄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을 하고 “FFVD 원칙을 재확인했다”고 미 국무부가 밝혔다. 그는 10월8일엔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측 카운터파트와 방북 결과를 공유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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