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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생각이 갈린 분기점은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 반전(反戰) 데모가 들끓었을 때부터다. 강력한 원자폭탄은 전쟁의 악몽을 상기시켰다. 여기에 환경단체가 반(反)원전에 가세했다. 여론조사를 해 보면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보다 원자로 건설에 반대하고 원자력 이슈에 강력하게 반응한다고 심리학자 크리스 무니는 《똑똑한 바보들》이란 책에서 기술했다. 한국갤럽에서 원전건설에 대한 찬반을 물으면, 보수인 한국당 지지자들은 59%가 안전, 진보인 민주당 쪽은 64%가 위험에 답한 것으로 나온다. 확실하게 진영논리가 지배한다. 여자들이 남자보다 원전을 더 싫어한다. 대형 원전 사고는 스리마일(미국 1979년), 체르노빌(소련 1986년), 후쿠시마(일본 2011년)에서 세 번 일어났다. 원전은 양날의 칼이다. 대형 사고의 위험이 항상 존재하는 반면, 발전비용이 싸고 깨끗하기 때문에 탈원전을 하면 비용이 올라 가정과 기업에 부담이 된다. 태양광과 풍력 등 대체에너지 30%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독일은 전기료가 크게 오르고, 이산화탄소 증가로 고통을 받는다. 경북 영양군은 소음투성이 풍력발전기를 더 이상 짓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탈원전이냐 아니냐, 마치 햄릿의 고뇌 같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쪽에 주사위를 던졌다. 전 세계에서 독일·스위스·벨기에 세 나라가 확실히 탈원전을 선택했고, 대만과 스웨덴은 다시 원전발전으로 선회했다. 신고리 5·6호기의 운명을 판가름할 공론화위원들이 선정됐고, 그들이 정부의 최종결정에 참고가 될 자료를 제시한다. 원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아니면 사실은 안전한지의 판단은 신(神)의 영역이다. 미국·영국도 신규 원전을 짓는다. 진보진영 지도자였던 오바마 전 미 대통령도 원전 5기 건설을 허용했다. 한국은 원전산업에서 세계 선두권이다. 원전산업 크기는 4대강 사업의 20~30배에 달한다. 대한민국의 흥망이 걸린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배심원단이 찬반 어느 한쪽에 손을 들면 국민은 수용할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