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자체를 지우거나 디지털 공간의 지능화된 해킹 등 신종범죄 생겨날 것
2030년, 질풍노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J군이 부모님께 ‘친구와 공부를 하겠다’고 거짓말을 하고 홀로그램 게임장에 가려고 한다. 이런 거짓말이 통할까? 정답은 ‘아니다’이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거추장스러운 선들을 몸에 붙여 맥박과 호흡, 그리고 손에 흐르는 땀 등으로 거짓 유무를 판독하곤 했다. 그러나 2030년에는 몸에 주렁주렁 선을 달지 않아도 웨어러블 장비로 감정·뇌파·호흡·땀을 실시간 측정한다.
구글 안경은 눈동자가 흔들리는지, 당황했는지, 시선을 피하는지 등을 실시간으로 판단한다. 트위터·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는 누구에게 ‘좋아요’를 누르는지, 누구와 친한지, 어떤 장소를 방문했는지, 반사회적인 콘텐츠에 관심을 가지는지, 공상허언증을 겪고 있는 정신병자인지 등을 추론한다. 손목에 찬 삼성 기어 워치는 끊임없이 맥박의 강약과 빠르기, 그리고 손목을 지나는 혈류량을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전송한 후 분석한다. 이들은 거짓말탐지기로 개발된 제품은 아니지만, 이 정보들이 하나둘씩 모이면 ‘양치기 소년’인지 여부를 쉽게 가릴 수 있게 된다.
신뢰를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서글픈 면도
2030년 태어난 K는 걸음마를 떼자마자 부모로부터 스마트 발찌를 선물 받았다. 스마트 발찌를 착용한 날부터 K가 어디를 다녀왔는지 부모는 다 알게 된다. 제법 말을 할 줄 알게 되자, 웨어러블 슈트를 선물 받았다. 이 슈트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재미난 소리가 나거나 옷의 단추가 반짝거린다. 마치 게임을 하듯이 ‘말의 진위’가 드러난다. 웨어러블 슈트를 입으면 ‘땀을 흘리는지, 피부에 트러블은 없는지’를 알 수 있다. 구글 안경을 착용하자, ‘시선의 방향과 초점’이 더해졌다. 즉 K의 속옷에 땀이 많아지거나 체온이 높아지면서 동시에 눈동자가 긴장한 듯 빠르게 움직일 때, K의 불안 정도가 드러나게 된다. K는 성장함에 따라, 어릴 적보다 생각이 많아지고 감정이 복잡해졌다. 동시에 웨어러블 속옷, 겉옷, 손목시계, 안경, 팔찌, 발찌 등이 늘어났다. 이 많은 장비들은 생활의 편리를 주지만 동시에 복잡한 감정도 드러내준다.
K의 유년기에는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K의 개인정보가 부모에게 전달된다. 그리고 K가 청소년이 되었을 때에는 자녀의 교육을 위해 개인정보가 부모에게 전달된다. K는 성장과 함께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굳이 가훈으로 ‘정직’이라고 정하지 않아도 어려서부터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감시 사회에 살게 된 셈이다.
2030년 부모에게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자녀들은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하지 않는 습관을 가지며 성장하게 된다. 그렇다면 20살이 된 K는 과연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거짓말이 난무하던 과거보다 살맛이 날까?
우선 2030년 거짓말탐지기는 중요한 비즈니스 결제 때 활용된다. 또는 경찰 조사에서 법원의 증거로 채택된다.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 중요한 문제를 다룰 때는 어떤 종류의 거짓말탐지기와 함께 처리되었다고 기록된다. 거짓말은 상당히 어려워졌고 거래 등에서 안전은 높아졌다. 거짓말로 생기는 사회적 비용이 감소한 탓이다. 반면, 거짓말탐지기 등과 같은 기계에 의존하는 세상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를 기계에 의존해야 하는 서글픈 면도 존재한다.
기술에 모든 것 맡기고 의존하는 습관 바꿔야
이렇듯 거짓말이 통하지 않는 2030년에도 사기죄가 존재할까? 우리는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프라이버시 공간을 허락받을 수 없다. 스스로 자립해서 살아갈 수 없는 유아의 경우에는 24시간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30년에는 부모의 훈육이라는 이름으로 거짓말 탐지 기능을 갖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구현될 것이다. 부모는 사춘기에 접어든 자녀가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 더 이상 궁금해하지 않는다. 자녀에게 선물로 준 청소년 전용 인공지능 비서는 자녀의 안전과 교육에 필요한 정보를 부모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오늘날도 마찬가지지만 미래에도 자녀가 성장한다는 것은 부모의 보호와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다락방 같은 공간이 넓혀지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착용한 전자팔찌, 전자발찌, 위치추적이 가능한 스마트폰, 감정 기복을 전달해 주는 의복, 하루 학습량을 전달하는 스마트 책과 노트 등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독립된 존재가 된다. 따라서 스마트 감시와 거짓말탐지기의 놀라운 능력에 감탄하고 자란 2030년 시민들은 기본적으로 거짓말이 쉽게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경찰서에서 수사를 할 때 반드시 거짓말 탐지용 인공지능 로봇과 동석하거나, 사업상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거짓말 탐지 서비스를 사용한다. 그러함에도 질문에 대한 거짓말을 가려낼 수 있을 뿐, 질문 자체가 우둔하거나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면 여전히 사기를 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거짓말을 하기 위한 이야기 구조를 설계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할 경우에는 큰 수준에서는 ‘사기’임에도 미세한 세부 질문에서는 ‘참’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따라서 미래 사회에 상대를 기망해 이익을 얻는 사기죄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2030년 사기와 유사한 범죄는 어떤 것이 있을까? 거짓말을 하기 힘든 사회에서 팩트 자체를 지우거나 디지털 공간의 지능화된 해킹이 자주 일어나게 될 것이다. 어려서부터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로 센싱된 값을 믿고 있는 미래 시민의 허점을 노린 범죄다. 2030년의 시민들은 사람의 말보다 빅데이터 분석의 결과를 더 믿는다.
따라서 J군이 평소보다 혈류량이 늘어나고, 시선을 고정하지 못하고, 말이 평소와 다르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데이터 자체를 바꾸거나 지워버리는 해킹을 통해 사기를 칠 수 있다. 이런 유형의 사기는 2030년이 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사회는 기술에 모든 것을 맡기고 의존하는 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이런 사기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