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월24일. 미국 현지 시각으로 이날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애플을 이어받아 이끌고 있는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취임 5주년을 맞는 날이다. 마치 애플의 전통인양, 팀 쿡 역시 잡스처럼 언론과의 접점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경영자다. 사실 IT쪽 대다수의 경영자들이 그렇지만. 다만 그에게도 5년이란 시간은 나름 정리해 볼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워싱턴포스트는 그의 취임 5주년을 얼마 앞둔 8월12일, 쿡과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사망한 스티브 잡스에 대한 생각부터 FBI(미 연방수사국)와 세금 문제를 둘러싼 논란, 동성애 공개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인터뷰를 몇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보자.

 


 스티브 잡스 

 

그에게 스티브 잡스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다. 어떤 누구라도 말이다. “난 그런 통찰력을 가져본 적이 없다.” 쿡은 잡스의 사망일을 역대 최악의 날로 꼽았다. “난 그냥 혼잣말을 했다. 그가 아마도 돌아올 것이라고. 나 자신에게 타일렀다. 왜냐면 그는 항상 그랬으니까.”

 

 

 동성애자 

 

쿡은 2014년 10월30일 미국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기고문을 통해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쿡이 게이라는 사실을 알거나, 게이일 거라 짐작하는 아이들에게서 수많은 메일을 받은 뒤 그는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메일을 보낸 아이들은)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았다. 자신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뭔가를 이루지도 못 할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가 동성애자라는 진실을 공개하는 데는 약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무엇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 내용과 방식에 대한 정리가 필요했다. 그는 앤더슨 쿠퍼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쿠퍼는 CNN의 대표 앵커로, 2012년 7월 커밍아웃했다.

 

 

 조언자들 

 

애플은 기업 규모부터 사업의 영역, 소비자층 등 그 모든 것들이 다양하고 거대하다. 과거 비슷한 기업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그러다보니 쿡은 다방면의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한다고 했다.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을 하는 것이 좋은가를 두고 워렌 버핏에게 전화했다” “애플의 세금 문제를 두고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에게 연락했다” “정치를 잘 알고 있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쿡은 외부 전문가에게 애플의 문제를 드러내고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CEO라면 여러 관점을 들어야 하고 그들의 의견을 반겨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고립될 수 있다.”

 

 

 세금 

 

기자가 물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조셉 스티글리츠가 애플의 수익을 두고 ‘사기’라고 말했다.” 애플은 기업 활동의 대부분을 아일랜드 지사를 통해 운영한다. 애플은 아일랜드 코크 지역에 현지법인을 세웠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의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미국의 세율은 35%다. 

쿡은 말한다. "미국으로 수익을 가져오게 되면 연방세 35%에 주세 5%가 추가로 적용된다. 40%의 세율인데 더 적합한 세율이 적용될 때까지 아일랜드의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오지 않을 거다. 이건 합법적이다. 애국자냐 비애국자냐의 문제가 아니다."

 

 

 FBI 

 

보안 vs 프라이버시. FBI는 샌버너디노 사건의 테러범 사예드 파룩(28)이 사용하던 '아이폰 5c'의 보안기능을 해제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애플은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거부했다. 엄청난 논란이 벌어졌던 사건이었다. 쿡은 “원했던 상황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들(FBI)이 이런 요구를 한 것 자체가 충격이었다. 세계 200여개가 넘는 국가가 있지만 이런 요청을 한 곳은 없었다”고 말했다.

 

 

 M&A 

 

애플은 인수의 제왕이다. 성장을 위해 과감하게 필요한 기업을(혹은 기술을) 인수해왔다. 쿡은 “우리는 뛰어난 사람과 뛰어난 지적재산권을 보유한 회사를 찾아다니고 인수를 한다. 과거 4년 동안 15~20개 정도의 회사를 인수했다"며 "매출이 아닌, 애플의 전략에 어울리는 회사라면 인수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인수의 목적을 두 가지로 분명하게 말했다. 하나는 ‘사람’이고 다른 하나는 ‘지적재산권’이다.

 

 

 중국 

 

애플은 중국에서 고전 중이다. 직전 분기에서 중국 내 매출은 3분의1가량 감소했다. 쿡은 중국을 장기적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매출의 관점만 작동하지 않는다. "중국은 정말 훌륭한 시장이다. 거대한 인재들의 보고(寶庫)로 말이다. 중국에서만 150여만 명의 개발자가 애플의 생태계에 있다. 주춤한 건 맞다. 하지만 1년 전 같은 분기에는 약 112% 성장했다. 이제는 좀 뒤돌아볼 때도 됐다."

 

 

 인공지능 

 

“인공지능에 의해 스마트폰은 사용자에게 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이다. 현재보다 더 뛰어난 도우미가 될 수 있다.” “성능은 비약적으로 향상될 것이다. 사용자는 AI(인공지능)를 통해 항상 연결돼 있을 것이다.”

애플 역시 인공지능을 ‘미래’로 주목하고 있다. 쿡은 ‘시리’를 강조했다. 그는 “2011년 시리를 출시했고 시리는 사무실이든 집이든 어디든 우리와 함께 했다”고 말했다, 현재 그가 보는 시리는 계속 정교해지고 있다. 인간의 자연어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고 예측도 잘 한다. 최근 서드파티에 시리를 오픈하겠다고 발표한 것 역시 활용폭을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가을이면 서드파티 개발자들이 만든 시리앱이 우르르 나올 거다. 이렇게 시리의 활용폭을 넓히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