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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검·경 출신 의원 23명 전수조사

한국전쟁 직후인 1954년 1월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서울 태평로 부민관(옛 국회의사당 건물)에서 ‘형사소송법 초안에 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선 10개가량의 항목이 주요 토론 대상이었다. 그중 첫 번째 주제는 검찰과 경찰 간의 수사를 둘러싼 관계 정립이었다. 다음은 공청회 회의록의 일부다. 

범죄수사에 있어서 사법경찰관에게 주도권을 줄 것인가 또는 현행형사소송법과 마찬가지로 사법경찰관리를 검사의 지휘 하에 둘 것인가 말하자면 사법경찰관리와 검사와의 관계가 상호협력관계이냐, 상명하복의 관계에 둘 것이냐, 이 문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서일교 법사위 전문위원)

우리는 대륙법계통인 독일법계의 형사소송법을 연구했습니다. 우리의 생각은 검찰관이 수사의 주도체가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영미식의 형소법이라는 것은 그렇게 돼 있지 않습니다. 미국의 예를 들면 미국은 수사는 경찰관, 기소는 검찰관, 재판은 법관… 미국 사람들 생각에는 권력이 한 군데에 집중되면 남용되기 쉬우므로 권력은 분산이 돼야 개인에게 이익이 된다, 이렇게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실정으로 보면 검찰기관이 범죄수사의 주도체(主導體)가 된다면 기소권만을 가지고도 강력한 기관이거늘 또 수사의 권한까지 플러스하게 되니 이것은 결국 검찰 ‘팟쇼’를 가지고 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일본이나 미국 같은 데 있어서는 경찰기관이라는 것은 자치단체에 들어가 있어요.… 이런 나라에서도 수사는 경찰관이 해라, 기소 여부는 검찰관이 해라… 또 증거가 모자라면 경찰에다가 의뢰해라… 이렇게 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경찰이 중앙집권제로 돼 있는데, 경찰에다가 수사권을 전적으로 맡기면 경찰 ‘팟쇼’라는 것이 나오지 않나, 검찰 ‘팟쇼’보다 경찰 ‘팟쇼’의 경향이 더 세지 않을까? 이런 점을 보아 가지고 소위원회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오직 우리나라에 있어서 범죄수사의 주도권은 검찰이 가지는 것이 좋다는 정도로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장래에 있어서는 우리나라도 조만간 수사권하고, 기소권하고 분리시키는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엄상섭 무소속 의원)


 

다음은 57년 후인 2011년 6월20일 열린 제18차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언급된 내용이다.

 

검찰청법에 과거에 복종의무를 규정한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 조항에 근거해서 법무부령으로 사법경찰관리의 집무규칙을 정해 왔던 것,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보고할 것인지, 보고를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 그런 것들을 다 정해 왔던 것인데 검찰청법을, 복종의무 조항이 너무 권위적이기 때문에 폐지하자고 5인소위에서 합의를 했기 때문에 그 폐지하는 대신에 형사소송법에 검사 지휘에 관한 준수 업무를 규정하고 그에 따라서 법무부령을 그쪽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이귀남 법무부 장관)


정말로 검찰이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검찰 아닙니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 아니라 검찰공화국이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저는 그것을 액면 다 그대로 믿지는 않습니다마는 일반 국민의 여론은 그렇습니다. 검찰이 너무 비대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그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그런 말이 있듯이 검찰 내에 그러한 어떤 권한이나 권력이 남용되고 있다…(김창수 자유선진당 의원)

 


 

수사권을 둘러싼 검찰과 경찰의 관계 정립은 이처럼 오래된 논쟁이다. 특히 60여 년 전과 현재 논의되는 사안이 크게 다르지 않다. 주도권을 누가 가져갈 것인지, 상호 견제관계를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하다.
검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2011년에 심도 있게 논의됐었다. 1954년에는 검찰에 기소권, 경찰에는 수사권을 주는 것에 대해 고민했다면 2011년에는 ‘수사지휘’에 대한 세부적인 논의가 있었다. 같은 해 말에 수사권 조정안 대통령령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은 남아 있다. 

 


노무현 정권서 수사권 조정 재논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2000년대 들어서는 노무현 정권에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 2004년 9월 ‘검·경 수사권 조정 협의회’가 발족돼 활동을 시작하면서 수사권 문제가 테이블에 올라왔다. 이어 같은 해 10월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경찰의 날 기념식에 참석해 “수사권의 조정문제는 자율과 분권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와 국민 편익을 고려해 반드시 실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때부터 논의에 속도가 붙기 시작해 2004년 12월 민간위원과 검·경 대표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발족됐으며 2005년 4월11일에는 수사권 조정에 대한 공청회가 열렸다. 2005년 12월에 당시 열린우리당이 경찰의 수사권을 인정하는 조정안을 발표하기까지 했지만, 2006년 9월까지 조정작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사실상 중단되고 말았다. 


죽었던 수사권 논의는 2010년부터 다시 달아올랐다. 당시 김희철 민주당 의원은 경찰을 수사의 주체로 명문화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법안 발의 후 당론화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정부는 4개월여 뒤인 2010년 5월 ‘검·경 개혁 범정부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수사권 조정 등 검·경 개혁 논의를 포괄적으로 하기로 결정했다.

 

해를 넘긴 2011년 6월, 드디어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인정하되 경찰에는 ‘수사 개시권’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에 검찰과 경찰이 최종 합의하게 된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된 법안은 수사지휘에 대한 구체적인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2011년 11월, 국무총리실은 수사권 조정안의 세부 사항을 확정해서 발표한다. 문제는 여기서 벌어졌다. 수사 개시는 경찰이 할 수 있지만, 내사를 할 때에도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도록 하는 내용이 명문화된 것이다. 결국 경찰은 숙원이었던 ‘수사권 독립’에서 검찰에 ‘판정패’를 하게 됐다. 


이후 2012년 대선에서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수사권 문제를 공약으로 들고나온다. 2012년 10월19일 당시 박 후보는 검찰과 경찰 간 협의를 통한 합리적 수사권 분점을 추진하겠다며 부분적인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는 “효율적이고 책임 있는 수사를 위해서는 검찰과 경찰 간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른 합리적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며 “검찰과 경찰을 서로 감시하고 견제하는 관계로 재정립해서 국민들이 바라는 안정적인 치안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 취임 후에는 수사권 조정 문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경찰이 박근혜 정권 초기에 특수수사에 많은 신경을 썼다.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해 수사권 조정의 당위성을 얻어내겠다는 계산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계속 실패하면서 수사권 조정은 요원한 일이 됐다”고 전했다. 19대 국회 동안 수사권 문제는 논의하지 못한 채 20대 국회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결국 수사권 조정의 공은 20대 국회로 넘어왔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경찰 출신 국회의원은 모두 8명으로, 역대 국회 중 가장 많다. 이 때문에 국회 임기 직후부터 수사권 조정에 대한 얘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또 최근 ‘정운호 게이트’와 진경준 검사장 사건 등 검찰과 관계된 비리사건들이 불거지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면서 수사권 조정을 위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사저널은 20대 국회 검·경 출신 국회의원 23명에게 20대 국회에서 수사권 조정에 착수할 수 있을지, 착수한다면 그 시기가 언제쯤 될 것인지에 대한 전망을 물었다. 


여당인 새누리당에는 검찰 출신 의원뿐만 아니라 경찰 출신 의원도 가장 많다. 권성동·김도읍·김진태·경대수·최교일·김재경·주광덕·곽상도 의원 등 8명은 검찰 출신이며, 경찰 출신은 김한표·윤재옥·김석기·이만희·이철규 의원 등 5명이다. 

   


  

새누리당 의원들, ‘미온적인’ 반응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반적으로 수사권 조정에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검찰 출신 의원보다 경찰 출신 의원들이 말을 더 조심하는 모양새였다. 먼저 법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성동 의원은 수사권 조정 문제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은 “(수사권 조정 문제는) 워낙 휘발성이 큰 사안이라 (여당이든 야당이든) 쉽게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대수 의원은 “논의하고 싶지 않다”며 의견을 내지 않았다. 곽상도 의원 역시 “국민들이 호응을 하면 모를까, 국민들이 시끄럽게 생각할 일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며 수사권 조정 논의에 부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반면 최교일·김재경·주광덕 의원은 ‘온건파’에 가까웠다. 최교일 의원은 “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영장 청구 문제인데, 이는 헌법이 걸려 있는 문제라 쉽지 않다”면서도 “이런 것 외에 경찰이 수사 과정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있다면 현실에 맞게 손볼 필요는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김재경 의원은 “개인적으로 현장 치안 수사권은 경찰에 주는 것은 맞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대한 문제는 검찰에서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광덕 의원은 “18대 때에 (입장을) 이미 다 밝혔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었던 2011년 7월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찰한테도 일정한 권한과 또 일정한 명예나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는 만들어줘야 한다”며 “양 수사기관에 있어서 그 정도의 권한 조정은 오히려 대한민국이 더 선진국가로 가는 데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출신 새누리당 의원들은 말을 아꼈다. 김한표 의원은 “검찰 출신 의원들은 대부분 (수사권 조정을) 반대하고 경찰 출신들은 찬성하는 것 같다”며 더 이상 의견을 내지 않았다. 경찰청 정보국장과 경기지방경찰청장을 역임한 윤재옥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의지를 가지고 해야 할 문제”라며 “수사권 조정 논의가 이슈가 된다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2011년 수사권 조정 이슈가 불거졌을 때 경찰 측의 한 축을 담당했던 이철규 의원도 “제도란 결국 민의에 따라가는 것”이라며 “때가 된다면 입장을 밝히겠다. 지금은 어떻게 말해도 오해만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기 의원은 바쁜 일정으로 인해 통화하지 못했다. 다만 김석기 의원 관계자를 통해 대략적인 입장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관계자는 “어느 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일본식이다. 경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하고, 검찰이 개입하지 않는 형태다. 20대 국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더민주)과 국민의당 소속 국회의원들은 개인적인 시각차를 보였다. 기존에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을 주장해온 의원들도 시기를 놓고 의견이 달랐으며, 조정의 정도에 대해서도 조금씩 견해차를 보였다. 

  

 


더민주·국민의당 ‘개인 시각차’ 보여


먼저 더민주 소속 의원들은 대부분 수사권 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선 인정하면서도 시기나 정도에 따른 차이를 보였다. 검찰 출신인 금태섭 의원은 “예전에 (수사권 조정에 대해) 글도 썼었는데, 그때와 마찬가지 입장”이라며 “직접수사는 경찰이 하고, 검찰은 수사지휘를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 또 검찰과 경찰의 지위 차이도 문제인데, 경찰의 지위를 올리기보다 검찰의 지위를 낮추는 게 좋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백혜련 의원은 수사권 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내년쯤에나 논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 의원은 “수사권 조정 문제가 아니더라도 검찰 개혁과제가 너무 많다. 아마도 대선이 있는 내년에 권력기관 개혁과 맞물리면서 (수사권 조정 논의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현 시점에서 테이블에 올리기에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반면 송기헌 의원은 제도보다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송 의원은 “검찰에 대한 견제가 필요하다는 논리는 맞지만, 검찰과 경찰 간에는 균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검찰에 대한 견제는 경찰이 아니라 다른 측면을 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현행 수사제도를 손볼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검찰의 내부비리와 수사능력저하 문제는 상설특검을 기구화해 검찰에 대한 감찰 및 수사를 하도록 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의 자유권은 이미 100% 가까이 있으며, 경찰의 수사권을 독립시켜주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경찰에 더 권한을 준다는 것은 경찰수사를 통제하지 말라는 의미”라며 “완전한 (수사권) 독립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야당의 경우 경찰 출신 의원들이 여당만큼 많지 않아 의견이 다양하지 못했다. 표창원 의원은 지역구 행사가 있는 관계로 직접적인 의견을 듣지는 못했다. 표 의원은 7월11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전·현직 검사가 연루된 사건에 대해 일정기간 검사의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제한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 입법토론회를 열었다. 표 의원은 “그동안 경찰이 전·현직 검사의 피의사건을 수사하는 사실이 검찰에 알려지게 될 경우, 수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검사가 형사소송법 제196조 제1항을 근거로 해당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도록 지휘해 사실상 ‘셀프수사’로 이어지곤 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이 법안으로 인해 수사권 조정 논의가 재점화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권은희·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은 수사권 조정이 20대 국회 중에는 반드시 논의될 것으로 전망했다. 먼저 권 의원은 “검찰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권한을 나누는 문제”라며 “수사권 조정이 이뤄지거나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될 수 있겠지만, ‘경찰의 수준이 부족해서 수사권을 내줄 수 없다’는 논리라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섭 의원은 “당의 전체적인 의견을 잘 모르겠지만, 수사권 독립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도 선진국처럼 경찰에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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