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역 앞 ‘쌈리’라 불리던 곳이 있었다. 우리나라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라고도 하는 유명한 집창촌이다. 비단 평택 뿐 아니라 성매매업소들은 유독 역 앞에 많이 생겼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기차역 특유의 분위기 때문일까. 나들이 여행객들, 바쁜 출퇴근길에 나선 직장인들, 하릴없는 유랑객들이나 노숙자까지, 기차역 풍경은 마치 우리 사회의 축소판 같다. 그렇게 오래 머무르지 않고 굳이 서로 알 필요도 없는 이들이 한데 섞여 성매매라는 무책임한 일탈의 장소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했다.집창촌 재개발은 언제나 ‘
한옥이 힙해졌다.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라거나 보존이 필요한 역사 유산으로서가 아니다. 카페, 레스토랑,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하게 활용되는 한옥의 모습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이 새로운 한옥들은 한국에서 꼭 가봐야 할 필수 방문지로 손꼽힌다.서울을 비롯해 우리나라에는 많은 한옥마을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 가장 이슈가 됐던 곳은 단연 익선동일 것이다. 익선동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도시형 한옥단지’다. 조선인을 위해 조선인 건설업자들이 개발한 주거지로, 부자들이 살던 넓은 땅
‘기부채납'이란 제도가 있다. 글자 그대로 국가나 지자체에 기부한 개인 재산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는 ‘기부’란 표현이 무색하게, 주로 건설사들이 개발에 유리한 조건을 허락받는 대신 도시 기반시설을 지어서 무상으로 제공하는 관행이다. 그래서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나 다름없다.기부채납 대상이 되는 인프라로는 도로나 주차장, 공원과 같이 지역사회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시설이 일반적이다. 한편 기부채납이 지역에 수준 높은 문화시설을 유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이용하는 도서관이나 스포츠센터뿐만 아니라
세계 인구 1위가 바뀌었다. 중국을 제치고 가장 많은 인구수로 주목받게 된 나라는 인도다. 인도는 인구가 많기만 한 게 아니라 평균 연령이 28세로 매우 젊다. 빈부 격차, 성차별 등 민감한 이슈에도 이 나라의 성장 행보에 전 세계가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이다.인구가 젊고 많다는 것 외에 인도가 가진 중요한 특징이라면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종교, 민족, 언어까지 각양각색이라 한 나라 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다. 심지어 지역마다 외모도 조금씩 다르다. 공용어는 무려 22개에 달하고 사용되는 언어만 해도 1600여
연말은 1년 중 거리가 가장 화려하게 장식되는 시즌이다. 특히 이번 겨울은 그 어느 때보다 휘황찬란한 불빛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다. 여전히 코로나19는 우리 곁을 맴돌고 있지만 거리두기나 의무격리 조치가 사라진 2023년의 연말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딜 가나 사람들로 붐볐다.연말이 다가왔음을 제일 먼저 실감나게 하는 것은 뭐니뭐니해도 건물 외벽을 조명 장식으로 한껏 치장한 백화점들이다. 작년에는 단순히 전구로 불을 밝히는 것에서 더 나아가 아예 벽면 전체를 미디어월로 만들어 한층 섬세하고 동화 같은 이미지를 선보인 곳도 있었다
인천 송도에 새로운 박물관이 하나 생겼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이다. 무려 9개 시도가 이 박물관을 유치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경기도 여주시와 세종시도 마지막까지 고려된 후보지였는데, 두 지역 모두 세종대왕과의 연을 강조했다. 한편 인천이 내세웠던 것은 ‘국제도시’로서 면모였다. 인천공항과 가깝고 일찍이 각종 글로벌 거점들을 유치해 왔다는 점이 박물관 부지선정위원회에서 제시한 평가항목들에 적절히 부합했다는 후문이다.이번 세계문자박물관의 조성 목표는 한글의 세계화였다. 한글의 독창성,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알린다는 취지다. 대부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가 얼마 전 폐막했다. 2017년 처음 시작해 벌써 4회째를 맞이한 도시, 건축 분야의 전시축제다. 갈수록 다양한 모습으로, 또 복잡하게 변해가는 도시 문제들을 각계 전문가와 시민들이 함께 고민해보는 장으로 기획됐다. 그동안 전시공간으로 활용된 장소들도 이색적이다. 서울도시건축전시관, 세운상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 서울 도시개발의 여러 가지 실험을 이루어졌던 현장들이었다.주로 실내에서 전시가 이루어졌던 지난 행사들과 달리, 이번에는 메인 전시장이 야외라는 점이 눈에 띄었다. 열린송현녹지광장이란 곳이다. 서울도시건
강원도 동해안 도시들이 뜨고 있다. 양양이 서핑비치로 이름을 날리더니, 인스타그램에 등장할 법한 핫플레이스가 해변을 따라 동해안 전체로 퍼져 나간 모양새다. 감자, 문어 등 강원도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들도 이색적이다. 코로나를 겪으며 해외 대신 국내 여행지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강원도 도시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그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었을지 몰라도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다.할아버지 조선소 물려받은 손자, 이색 놀이터로 만들다청초호 변에 ‘칠성조선소’라는 곳이 있다. 일단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여기가 맞나 싶은
요즘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의 방문 위시리스트에 전에 없던 새로운 이름이 등장했다. ‘스누피가든’이다. 개장한지 이제 만 3년으로 작년에 이미 누적 방문객 100만 명을 달성했다. 아기자기한 정원들이 콘셉트에 따라 이어지고 중간 중간 귀여운 만화 캐릭터가 등장해 미소를 자아낸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절에도 넓은 야외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복잡한 실내를 피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대안이 됐다.원래는 수목원을 만들던 자리였다고 한다. 그런데 제주도를 찾는 사람들이 오름이나 곶자왈처럼 천연의 숲을 선호하는 것을 보고, 공간을 기획하던
전북 고창군 홍보 팸플릿에는 ‘유네스코 세계유산도시’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는 고인돌 유적, 자연유산인 갯벌, 인류무형문화유산이라는 판소리와 농악이 고창에서 많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창에 위치한 운곡 습지는 2011년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람사르 습지로 등록됐으며, 고창군 전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이기도 하다.이쯤 되면 고창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도시라 부를만한 것 같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중요한 알맹이가 빠져있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하나하나 유명한 것들은 많지만 딱히 고창만
경기도 화성시 곳곳에 미술관이 생기고 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나 시크한 현대미술관과는 거리가 멀다. 어떤 곳은 한때 찜질방이었던 건물이고, 어떤 곳은 병인박해 순교지에 세워진 웅장한 성당이며, 어떤 곳은 한국전쟁 때 미군의 사격지였던 벌판이다. 이 미술관의 이름은 바로 ‘도시는 미술관’이다.‘도시는 미술관’은 화성시에 자리한 한 사립미술관에서 주관하고 있는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현재까지 9개의 장소가 이 프로젝트에 포함돼 있다. 모두 화성시를 대표하는 자연 경관이나 역사적인 장소들이다. 공공미술 프로젝
서울식물원이 문을 연지 거의 만 4년이 돼 간다. 그 시간만큼 식물원의 꽃과 나무도, 식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삶에도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공모전을 거쳐 선발된 정원 디자인들이 식물원 한 켠에서 실제로 꽃을 피우고, 달리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러닝크루를 만들어 식물원의 호숫가와 습지를 누볐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와중에도 드넓은 야외 공간을 가진 식물원은 지친 시민들의 탈출구가 됐다. 오히려 코로나19 덕분에 도시에 이런 탁 트인 녹지, 비워져 있는 오픈스페이스가 왜 필요한지를 비로소 실감했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다.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