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무혐의’ 후 활동 넓히는 金, 12일 도이치 항소심 선고 주목
‘전주’ 손모씨 유죄 나오면 김건희 여사 기소 압박도 커질 듯
“추석 인사 영상 못 틀지도” vs “선고 관계없이 계속 활동할 듯”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에 대해 ‘무혐의’로 결론지은 후 김 여사의 대외 활동이 부쩍 늘어났다. 자신을 짓눌러온 무거운 짐 하나를 덜어냈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그러나 김 여사의 향후 행보를 가름할 또 하나의 분기점이 남아있다. 김 여사가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선고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전주(錢主·돈을 댄 사람)’에 대한 선고 결과에 따라 김 여사의 행보가 다시 잠잠해질 것이란 전망과, 이와 무관하게 계속해서 활동 폭을 넓혀갈 거란 관측이 분분하다.
법조계에 따르면, 12일 서울고등법원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계자 9명에 대한 항소심 결과를 선고한다. 사건의 주범은 이미 1심에서 유죄를 선고 받은 권 전 회장이지만, 더욱 이목이 집중되는 피고인은 바로 이 사건의 ‘전주’로 지목된 손 모씨다. 이 사건에 있어 김 여사와 가장 유사한 행위를 한 인물로 꼽히기 때문이다.
즉, 손씨에게 유죄 선고가 나오면, 그만큼 김 여사도 사법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이후 검찰은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그에 대해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최소한 손씨가 주가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방조하고 자금을 댔다는 것이다.
만일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손씨가 무죄를 선고받게 될 시, 그동안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미뤄온 검찰이 무혐의 종결 절차를 밟을 거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김 여사는 ‘명품백 무혐의’에 이어 또 하나의 커다란 사법 리스크를 털어냈다고 판단해 공개 활동을 더욱 본격화 할 거란 관측이 많다.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대국민 추석 인사 영상에 함께 등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설 명절 당시엔 명품백 수수 논란 확산으로 영상에 등장하지 않았다. 김 여사는 지난 3일 미국 상원 의원 부부들을 청와대 상춘재에 초청해 만찬을 함께하며 자신의 생일을 축하받기도 했다. 6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부 방한 당시에도 직접 자리를 챙기고 함께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윤 대통령이 빠진 독자 행보도 재개했다. 김 여사는 전날(10일)엔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맞아 생명 구조 최일선에서 일하는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마포대교를 함께 도보 순찰하며 “현장의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에서도 김 여사가 명품백 관련 리스크를 떨쳐낸 만큼 “영부인 본연의 역할을 다시 수행할 때”라는 입장이다.
“용산, 잠행이 도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듯”
‘전주’ 손씨가 항소심서 ‘유죄’를 선고 될 경우 김 여사의 향후 행보에 대해선 정치권 내 관측은 엇갈리고 있다. 사법리스크가 다시 전면에 부각되는 만큼 또 다시 잠행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거란 관측도 있는 반면,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공개 활동을 늘려나갈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여사가 다시는 예전처럼 수개월 동안 공개 활동을 멈추고 잠행할 일은 없어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에 대해선 “대통령실과 김 여사는 그러한 잠행이 결과적으로 별 도움이 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인상만 키운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근 ‘총선 공천 개입’ 의혹 등 김 여사와 관련한 리스크들이 꼬리를 물고 나오고 있는 만큼, 여권 내에서도 김 여사의 잦은 노출이 정부와 여당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당내에선 김 여사를 향한 법적 판단과 별개로 김 여사가 스스로 진정한 사과를 통해 성난 민심을 달래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야권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빠르게 통과시킨 데다 다가오는 국정감사를 ‘김건희 국감’으로 치르겠다고 벼르는 만큼, 김 여사가 정부‧여당에 줄 부담은 더욱 거세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민심을 의식해 뒤늦게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는 ‘제2부속실’ 역시 계속해서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어 ‘김 여사 리스크’ 해소에 대한 여권의 고심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