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가계대출,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증가세 완화 전망”
지난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이 전월보다 9조8000억원 늘어나면서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증가했다. 9월 스트레스 총부채상환비율(DSR) 2단계 규제 도입 전 대출 막차를 타려는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8월 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8000억원 증가했다. 2021년 7월(9조7000억원) 이후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전월 증가폭(5조4000억원)과 비교해서도 증가폭이 대폭 확대됐다.
가계대출 중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전세자금대출 포함)은 8조2000억원 증가해 890조6000억원까지 불어났다. 2004년 통계 편제 이후 최대 증가액이다. 특히 최근 증가세를 이끌었던 디딤돌·버팀목 등 정책대출보다 은행자체 주담대가 전월 대비 6조4000억원 크게 늘어나며 급증세를 견인했다. 디딤돌·버팀목은 3조9000억원 늘었으며 보금자리론은 2조1000억원 감소했다.
당초 당국은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를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었지만 돌연 2개월 연기했다. 이에 시장에선 대출을 최대한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7~8월을 인식하면서 주담대가 폭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박민철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5∼6월 늘어난 서울 주택 매매 거래가 2∼3개월 시차를 두고 주택담보대출 증가로 이어진 게 가장 주된 요인”이라며 “대출 규제(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 9월 시행) 도입에 따른 대출 선(先)수요의 영향도 어느 정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가계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은 1조1000억원 증가했다. 6월과 7월엔 각각 3000억원, 1000억원씩 줄었지만 증가로 전환했다.
올해 1~8월 가계대출 누적 증가액은 35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담대만 떼어 놓고 보면 40조2000억원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1~8월) 주담대 누적 증가액은 28조9000억원이다.
금융당국은 9월부터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스트레스 DSR 2단계 규제 시행과 함께 은행권의 수도권 주담대에 대한 스트레스 금리 강화 적용, 은행권의 가계대출 제한 조치 본격화 등의 영향이 9월부터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서울·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상승세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전 막차수요, 주식투자 수요 등에 따라 8월 가계대출 증가폭이 전월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상황”이라며 “거시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지금은 가계부채를 보다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