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안보적 경험과 안목 의문…한국을 북한으로 여러 번 잘못 불러
검증 벼르는 트럼프, 사생활 문제 고리로 해리스의 ‘원칙과 정의’ 흔든다
미국의 사상 60번째 대통령선거가 올해 11월5일 치러진다. 이제 두 달 남짓 남았다. 50개 주와 워싱턴DC에 배분된 538명 선거인단의 매직넘버는 270명이다.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의 ‘보완재’였다가 7월21일 대선후보직 사퇴로 돌연 ‘대체재’가 된 카멀라 해리스는 최근 선전 중이다. ABC·입소스(9월1일자)를 비롯한 최근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오차 범위 내, 혹은 그 이상의 우위를 한 달 넘게 유지하고 있다.
3대 경합주로서 선거인 44명이 걸린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여론조사(뉴욕타임스·시에나 조사, 8월5~9일)에서도 트럼프에게 4%포인트 앞섰다. 비경합주들의 선거 지형이 2020년 대선처럼 견고하게 양분된다고 보면, 나머지 3개 경합주(애리조나·네바다·조지아, 33명)를 내주더라도 이 3곳에서 이기면 당선되는 구도라는 게 현지의 분석이다.
해리스 선전의 이유는 복합적이다. ‘트럼프 공포’에 가까운 광범한 반(反)트럼프 정서와 81세의 바이든 사퇴에 따른 안도, 해리스 개인이 주는 신선함이 우선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해리스가 갖고 있는 다양한 정체성과 다문화가정의 입지전적 성취는 물론 낙태권 옹호, 이민 개혁, 흑인 지원책 등을 앞세운 사회에 대한 변화 잠재 역량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의 경쟁력도 한몫을 했다는 해석이 많다.
한인사회가 뿌리 깊은 샌프란시스코만 지역에서 태어나서 자라고 공부하고, 직업적·정치적으로 일가를 이룬 해리스에게 한국은 낯설지 않다. 해리스가 대선후보직을 공식 수락한 8월21일,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해 응원한 친조카 남매의 어머니는 한국계인 주디 리 박사다. 재미 ‘200만 동포’의 기대를 받음 직하다.
9월10일 트럼프와 첫 TV 토론이 관건
그렇지만 선거전은 이제 초반이다.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도 트럼프 후보는 여론조사의 열세를 실제 투표에서 뛰어넘었다. 5~6개 경합주의 몇만 표가 당락을 갈랐다. 어느덧 세계의 눈과 귀는 9월10일 첫 TV 토론에 가 있다. 흑인들의 ‘하버드’로 불리는 하워드대학의 토론팀에서 일찍이 실력을 닦은 해리스는 상대의 약점을 잘 파고들며, 예리하다고 한다. 트럼프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야 익히 지켜봐온 바다.
해리스의 초반 리드를 불안하게 하는 변곡점은 세 가지 범주다. 첫째, 해리스에게는 외교·안보의 직업적 경험과 안목이 보이지 않는다. 몇몇 제한된 국내 문제에서 진보적 목소리를 내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미국 구조계획법 등 주요 경제법안 처리 시 캐스팅보트(결정권)를 행사한 일부 업적은 있다.
하지만 대외 문제에 대한 정제되고 명료한 관점은 아직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보좌진에도 외교안보에 내공이 있는 사람이 안 드러난다. 글로벌 리더십의 미국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으로서는 실은 중대한 결함이다. 2022년 9월29일, 그녀가 판문점 DMZ를 방문해 한국을 ‘북한(Republic of North Korea)’으로 반복적으로 잘못 불러 외신의 빈축을 산 일화는 실수로 넘기기에는 여운이 남는다.
8월18일 발표된 ‘2024 민주당 정강’상의 외교안보 정책은 대선후보 교체 상황이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8월21일 후보 수락 연설도 바이든의 외교안보 노선 내에 있었다. 지금 미국 앞에 대외적 난제는 켜켜이 쌓여 있다. 2년7개월을 끌고 있는 푸틴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떻게 결정적 국면을 만들어낼지, 이스라엘과 이란 대리그룹들의 확전은 어떻게 막을지, 대만해협에서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을 어떻게 상대할지 등 과제는 많은데 아직 전략은 빈약하다. 외교안보정책에서 ‘안티 트럼프’로는 부족하다.
북한 핵은 한반도를 넘어서는 글로벌 위협이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강화 및 한미 일체형 ‘확장 억제’라는 심리적 콘셉트에 기댄 바이든 행정부 4년은 오바마 행정부 8년의 ‘전략적 인내’의 연장이었다. 그 중간의 트럼프 행정부 4년은 시행착오였다. ‘핵을 쓰면 정권의 종말’을 문서에 담았으되, ‘북한 비핵화 추구’는 수사로만 남았다. 핵미사일의 진전을 단 한 치도 제어하지 못했다. 김정은의 집권기 15년을 미국은 그렇게 보냈다. 6월19일 러·북의 상호군사원조조약으로, 북한이 미 본토 공격이 가능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에 한발 더 다가간 지금, 또 속절없는 ‘전략적 인내’로 4년을 풀어놓는다? 미 조야와 서방 전문가들의 우려가 하나씩 매체를 타고 있다.
둘째, 그녀의 사생활과 정계에서 초고속 성장한 배경을 보면, ‘원칙과 정의의 검사’와는 거리가 있다. 1994년 30세 때, 캘리포니아 앨라미다 카운티 검사 시절 시작된 61세의 흑인 거물, 윌리 브라운 주 하원의장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캘리포니아 정가에서 가장 부패한 정치인으로 거론되었다. 해리스가 캘리포니아주 첫 소수계 검사장으로 명성을 날리던 2004~11년, 그리고 주 검찰총장이던 2011~17년, ‘성범죄 여전사’로서의 커리어를 내세웠지만, 정작 결과는 가톨릭교회의 아동 성범죄 스캔들을 덮어주는 주역 격이었다. 그 배후에는 정치 네트워크와 후원금이 작용했다(《부패 프로파일》, 피터 슈와이저 2020). 트럼프가 역풍을 의식해 수위를 조절할 뿐 이를 그냥 둘 리 만무하다.
러닝메이트 ‘월즈 효과’ 누리는 해리스
셋째, 본질적인 변수는 능력이다. 23년의 검사 경력에다 2017년 1월 바바라 박서 상원의원의 후임이 된 지 4년 후에 부통령을 지낸 해리스를 두고, “백악관에 입성할 만큼의 집중력이 있거나,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보는 이가 많다”는 시각에 공감이 간다. 일부 언론은 그녀가 잘하는 것은 “크게 웃는 게 전부”라고 혹평한다. 인종, 성, 직업과 같은 정체성에 기반한 정치(identity politics)는 타자의 거부감을 산다. 오바마는 흑인의 한계에 갇히지 않았고, 메르켈은 동독 출신의 여성임에 기대지 않았다.
미 최초의 여성 부통령, 첫 흑인·아시아 소수계 부통령이라는 수식어를 다시 갈아치울지, 아니면 그것에 발목이 잡힐지, 해리스는 그 기로에 섰다. 그렇다면 세계 10위 경제권, 재래식 군사력 5위권의 미국 맹방인 한국은 이 대선을 어떤 위치에서 임해야 하나? 참관자로 남아서는 무책임하다. 향후 4년간은 한반도의 변곡점이 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