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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 부동산 대책은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다 쏟아냈다고 봐도 될 만큼 종합적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정부는 재건축·재개발 과정에서 늘 걸림돌이 되던 두 가지, 조합원들이 합의가 잘 안되는 문제와 관공서의 인허가 지연 문제를 이번에 고쳤다. 조합원의 75%가 동의해야 진행되던 것을 70%로 문턱을 낮췄고 그 동의율을 확보하고 나서도 가장 동의율이 낮은 동도 50% 이상은 동의해야 된다는 규정을 3분의 1로 고쳐놨다. 재건축·재개발 과정의 심의 인허가 단계도 줄이고 통합해 입주까지 15년 걸리던 기간을 9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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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으니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는 뜻일 것이다. 그렇다면 질문해 보자.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는데 왜 지금까지는 규정을 안 바꾸고 있다가 아파트 값이 급등하는 걸 확인한 후 부랴부랴 이런 대책을 내놓았을까.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생애 최초로 구매했다면 그 빌라는 아파트 청약 가점을 계산할 때 유주택으로 보지 않겠다는 정책도 박수를 보낼 만한 좋은 변화다. 신혼 내 집 마련을 값싼 빌라로 시작해도 불이익이 없다는 신호를 준 것이라 무너진 빌라 시장에 꽤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도 빌라를 구매하지 않아 빌라 가격이 하염없이 내리기만 하면 모든 빌라는 결국 ‘깡통빌라’가 된다는 걸 정부가 이해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부분도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생애 두 번째로 구입한 빌라는 안 된다는 뜻인데 그럼 빌라로 내 집 마련을 시작한 청년들은 청약에 당첨될 때까지 이사를 가면 안 된다는 뜻인가. 그래야 하는 정책적 이유가 뭘까. 공시가격 5억원 이하 빌라를 구입해 잘 살다가 청약에 당첨되면 아파트로 이사하라는 배려가 그 정책의 취지라면 나중에 그 빌라도 쉽게 잘 팔려야 한다. 그런데 그 빌라의 가격이 올라 공시가격이 5억원을 넘으면 그 빌라는 과연 누가 구매할까. 구매하는 순간 5억원 넘는 빌라이니 청약에 불이익을 받게 될 텐데 누가 그걸 사겠는가.

좋은 정책 아이디어를 꺼내들고 왜 ‘생애 최초’라든가 ‘5억원 이하’라는 딱지를 붙여 결국 작동하지 못할 누더기를 만들어 놨을까 생각해 보면 참 안타깝다.  5억원 이하 생애 최초 조건을 만족하는 서민만 그 시장에서 보호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결과적으로는 계속 서민으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이상한 정책이 돼버렸다. 

지난 정부의 부동산 정책 담당 부처의 장관이 “아파트가 빵이라면 밤을 새워서라고 만들겠다”고 한 이야기는 부동산 정책을 어떻게 다루고 접근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불이 붙었다면 이미 좀 늦은 것이다. 언제 불이 붙을지 모르니 늘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불이 붙으면 이런 정책을 내놓자는 식의 접근으로는 항상 실패한다.

부동산 수요는 쉽게 뜨거워지지 않는다. 아파트가 빵도 아니고 십억원이 넘는 집을 구매하면서 충동구매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그럼에도 수요에 불이 붙는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걸 아파트로 돈을 벌겠다는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된 판단이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희망은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1년 내내 늘 가슴에 묻고 다니는 생각이다. 그러나 아파트 투기 수요는 있을 때도 있고 없을 때도 있으니 문제는 욕망 그 자체가 아니라 욕망에 불을 붙이는 그 뭔가다. 그게 뭘까. 이런 식으로는 내가 원하는 지역에 주택 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나 두려움이다.

재개발 조합원들이 서로 싸우면서 결국 조합장이 사퇴했다는 뉴스. 조합이 만들어진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재건축은 하세월이라는 뉴스. 빌라 전세를 아무도 들어가려고 하지 않자 빌라 착공이 10분의 1로 줄었다는 그런 뉴스들이 하나하나 모여 불씨가 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아파트 값이 오르면 하루 날 잡아서 머리 싸매고 만드는 뭔가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이진우 MBC 《손에 잡히는 경제》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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