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원내 중심 국민정당’과 DJ의 ‘중산층·서민의 정당’ 길 걸어야
더불어민주당 8·18 전당대회는 예상대로 이재명 대표에 대한 ‘충성 레이스’와 ‘개딸만의 리그’로 치러졌다. 큰 변화와 감동 없이 막을 내렸다. ‘개딸 전체주의’와 ‘이재명 일극체제’의 민낯을 더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이른바 ‘정봉주 숙청’이 벌어졌다는 점은 특히 씁쓸하다.
선거 초반 1위를 달리던 정봉주 최고위원 후보가 이재명 대표 후보와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조직적 도움을 받은 김민석·전현희 최고위원 후보에게 각각 1·2위 자리를 내주고 6위로 탈락했다. 대통령 부부에게 ‘살인자’라는 막말을 한 전현희 후보는 ‘개딸’ 지지를 받아 2위로 올라선 반면 ‘이재명 팔이 척결’을 발언한 정 후보는 탈락했다. 정 후보는 ‘개딸 전체주의’라는 독거미에 물려 숙청당한 비극적인 정치인상을 보여준다.
이번 숙청을 통해 민주당의 대표성이 ‘민심’보다는 ‘개딸과 명심(이재명의 의중)’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 ‘개딸 팔이’로 떴다가 ‘친명 팔이’로 추락한 정봉주 사건은 개딸의 환심으로 최고위원 1위에 오른 친명마저도 개딸 눈 밖에 나면 언제든 숙청당한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딸 전체주의’에 공고해진 ‘이재명 일극체제’
이번 전대에서 85.4%라는 압도적 득표로 당선된 이재명 대표는 연임에 성공했으며, 최고위원에는 친명계 5인(김민석·전현희·한준호·김병주·이언주 후보)이 모두 당선됐다. 마침내 ‘정봉주 숙청’을 통해 ‘강성 친명체제’로 무장한 민주당 2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이 대표는 대권 도전을 위해 제2기 지도부에 대해서도 ‘일극체제 공고화’에 매진하고 있다. 중앙위원회를 열어 일극체제를 강화하는 강령 및 당헌 개정안을 채택했다. 자신이 제시한 기본소득을 ‘기본사회’로 바꿔 강령에 삽입했다. 기존 ‘대화와 타협’ ‘상생의 정치’ 표현을 ‘더 강한 민주주의’ ‘당원 중심 대중정당’으로 변경했다.
이 대표는 당 장악에 이어 자신의 사법 리스크 방탄을 위해 대통령 탄핵소추를 위한 입법·특검 독주에도 승부를 걸 태세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도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은 반복될 것이다. 이 대표는 대권에 도전하고 있지만 과연 이재명 2기 지도부가 수권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왜냐하면 이번 전대에서 이 대표의 대권 도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개딸 전체주의’와 ‘사당화’, ‘일극체제’ 등이 재연된 만큼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어둡기 때문이다. 민심보다는 ‘개딸’의 당심을 좇는 강경 노선은 중도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오는 만큼 수권능력의 제고를 위해서는 이재명 2기 지도부가 국민이 원하는 바를 찾아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 가지만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총선 승리의 오만에서 벗어나야 한다. ‘총선에서 이기지만 대선에서 지는 게임’을 설명하는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야 한다. 과거 민주당은 과반 의석을 얻어 국회를 장악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진 ‘승자의 저주’ 경험이 있다. 열린우리당 시절인 2004년 17대 총선에서 152석을 얻었으나 3년 후 치른 대선에서 패배했고, 2020년 21대 총선에서도 180석을 차지하는 압승을 거뒀지만 2년 후 정권을 잃었다.
민주당 180석은 총선 역사상 특정 정당이 얻은 최다 의석이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엔 ‘레임덕 없는 사상 첫 정권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정작 유권자들은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왜 그랬을까? 민주당 지도부와 이재명 후보가 오만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개딸’과 같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당내 분위기가 지지층 확장에 도움이 될지, 이를 지켜보는 중도·무당층이 어떤 선택을 할지 냉철하게 분석하지 못한 채 오만하게 행동했다.
민주당 구성원인 당원과 지지자들은 스스로 이번 전대의 모순을 돌아보고, ‘일극체제의 위험성’을 자각해야 한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만드는 게 다양성에 기반한 당내 민주주의와 당의 지지 기반을 확대하는 데 독이 될 수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다면 승자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엇을 해결해야 할까?
둘째, 공화정을 중우정으로 타락시키는 ‘개딸 전체주의’와 포퓰리즘 선동정치를 중단하고 정치의 본령인 ‘정치의 공공성’과 ‘공화주의’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 집권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승리 지상주의’나 ‘사익 추구적인 정쟁’에서 벗어나 국민이 원하는 ‘공공성 실현’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놓고 비전과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 대표의 사적인 방탄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대통령 탄핵소추, 입법·특검 독주 등의 정쟁을 멈춰야 한다. 또 재원 마련에 대해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장되어 포퓰리즘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기본소득’을 재검토해야 한다. 이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중산층과 서민의 정당’으로 돌아가야 한다. 중산층을 두껍게 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과 같은 성장 정책을 사용해 빈부 격차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증오 발언’ 일삼는 정치인에 공천 불이익 줘야
셋째, 시대착오적인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노선을 중단하고 ‘민심 중심의 원내정당’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당원 중심의 대중정당’ 노선은 민심보다는 ‘개딸’의 당심을 우선하겠다는 뜻이다. 21세기 후기 산업화 시대에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대중정당’을 주장하는 것은 적실성이 없다. 이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했던 ‘원내 중심의 국민정당’ 노선으로 돌아가야 한다.
사회 이익이 파편화되는 후기 산업화·정치 양극화의 시대에 소속감이 없고 배고프고 외로운 군중에게 기본소득과 같은 포퓰리즘을 선동하면 ‘떴다방’같이 부유하는 대중이 일시적으로 정당에 떼거지로 모이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떼거지로 나간다. 우원식 국회의장 선출에 반대해 ‘개딸’ 당원 2만 명이 탈당했던 것처럼 당원의 유동성이 커진 만큼 당원 유지를 지속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대중정당 모델의 적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정치 양극화를 중단하고 중도 수렴의 민생정치에 나서야 한다. 이번 전대에서 ‘대통령 부부가 살인자’라는 극언으로 최고위원이 된 전현희 의원처럼 상대를 악마화하는 강성 정치인이 ‘정치 양극화’의 주범임이 드러났다. 이런 정치 양극화는 여야 협치를 불가능하게 하고, 대화와 타협의 어려움으로 인해 민생법안 처리를 어렵게 한다.
양극화의 본질이 이런 것이라면 정치 양극화의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전략적 극단주의’를 멈추고 ‘중도 수렴 전략’으로 돌아가 중도층을 대변하는 것이 해법의 실마리다. 우선 극단적 유튜브에 출연하거나 ‘증오 발언’을 한 강성 정치인에게 공천에서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부터라도 이 대표와 민주당은 달라져야 한다. 정쟁에 앞서 민생부터 챙기는 성숙한 제1당의 면모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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