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외 온도차 5도, 습도 50%, 2시간마다 5분 환기가 핵심
흔히 ‘냉방병’이라고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공식 인정된 질병은 아니다. 과도한 에어컨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다양한 건강 문제를 총칭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즉 냉방병은 단일 질병이라기보다는 여러 생리학적 반응과 증상의 복합체로 이해할 수 있다.
주요 증상으로는 두통·근육통·관절통·코막힘·인후통·기침·피로감·집중력 저하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들은 대개 냉방이 과도한 실내에 장시간 머물렀을 때 시작되며, 따뜻한 환경으로 이동하면 점차 완화되는 경향이 있다.
인체는 항상성을 위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이 메커니즘을 교란한다. 차가운 환경에 노출되면 피부 혈관이 수축하고 근육이 긴장하며 체온을 유지하려 하는데, 이 과정에서 근육통이나 관절통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는 일시적으로 면역 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비인두 점막의 섬모 운동이 저하되어 바이러스나 세균에 대한 방어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에어컨에 의해 건조해진 공기는 호흡기 점막을 자극하고 건조하게 만든다. 이에 따라 코막힘·인후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점액의 점도가 상승해 호흡기 방어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자율신경계의 불균형이다. 급격한 온도 변화는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 이는 두통·어지럼·소화기 증상 등 다양한 신체적 불편감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차가운 환경은 근육을 수축시키고 관절액의 점도를 상승시키는데, 이에 따라 근육통과 관절통이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이전에 근골격계 문제가 있던 사람들에게 더 두드러진 증상을 나타낼 수 있다.
냉방병 증상과 유사한 레지오넬라증
간과해서는 안 될 것 중 하나는 에어컨 시스템의 오염물질로 인한 영향이다. 에어컨 시스템, 특히 필터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경우에는 곰팡이·박테리아·먼지 등 오염물질이 실내로 유입될 수 있다. 이는 알레르기 반응이나 호흡기 자극을 유발할 수 있다. 특히 레지오넬라증은 에어컨 냉각수에서 증식한 레지오넬라균으로 인한 호흡기 감염증인데, 냉방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일 수 있으므로 호전이 없거나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가 필요하다.
냉방병 치료는 주로 대증적으로 이루어지며 환경 조절이 가장 중요하다. 실내·외 온도 차를 5~8도 이내로 하고, 적절한 습도(40~60%)를 유지하며, 주기적으로 환기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 가벼운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 증상이 심한 경우 진통제·소염제·항히스타민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5-5-5 규칙’(실내·외 온도 차 5도, 습도 50%, 2시간마다 5분 환기)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에어컨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고, 적절한 의복을 착용하며, 직접적인 냉기 노출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연구에서는 냉방병과 실내 공기질이나 건물증후군(Sick Building Syndrome)의 관련성 등이 연구되고 있다. 또한,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에어컨 사용 증가가 건강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에 대한 연구도 진행되는 중이다. 향후 스마트 건물 기술이나 개인 냉방 시스템 등이 냉방병 예방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