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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막내아들을 위한 신혼부부 특별공급
30대가 아파트 매입 주역으로 변신한 이유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 매수자로 떠오른 두 번째 이유는 ‘주택 구입 부담의 하락’ 때문이다. 2010년 이후 서울 등 핵심지역 주택 가격의 조정이 나타난 반면, 대출금리의 하락이 출현함으로써 장년·노년층의 임대용 주택 구입 부담을 낮추었다. 실제로 주택금융공사가 측정하는 ‘주택구입부담 지수’는 2015년을 전후해 역사적인 저점 수준에 도달한 바 있다. 주택시장의 주된 매입 세력이던 장년·노년층을 대신해 30대가 대거 아파트 매입에 나선 것은 청약제도를 통한 주택 마련의 어려움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무주택자의 당첨 확률을 높이고자 투기과열지구 내 전용 84㎡ 이하 중소형 면적에 대해 100% 가점제를 시행하면서 부양가족 수가 적고 무주택 기간이 짧은 30대의 당첨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10월31일 당첨자를 발표한 서울 동작구 ‘이수 스위첸 포레힐즈’의 당첨자 평균 최저 가점은 58.5점을 기록했다. 반면 3인 가족 기준, 30대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가점은 52점에 불과하다. 청약 가점은 무주택 기간(32점), 부양가족 수(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 등 총 84점으로 구성된다.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전에 결혼한 경우를 제외하면 만 30세부터 산정된다. 3인 가족 기준으로 만 30세부터 무주택자인 경우 통장에 가입해 만점을 받아도 52점을 넘어설 수 없다. 결국 최근 30대가 주택시장에서 주된 ‘매수 세력’으로 변신한 것은 현재의 청약제도가 지닌 구조적인 문제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민간택지도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며 앞으로 주택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늘어난 것도 30대의 주택 매수 열기를 높인 요인으로 꼽힌다. 즉, 기약 없는 신축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구축 아파트 시장으로 이동하는 30대가 늘어난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가 그토록 붙잡고 싶어 하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멈추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 대목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은 독자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결혼한 지 7년이 안 된 30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이하 ‘특공’)이라는 ‘대안’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신혼부부 특공은 경쟁률이 세 자릿수에 달할 뿐만 아니라, 조건도 비현실적이어서 항간에서는 ‘부잣집 막내아들 특공’이라고 부른다. 신혼부부 특공은 우선 혼인신고한 날로부터 만 7년 이내의 부부 중 전 세대원이 무주택자이면서 부부 합산 소득이 전년도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100%, 맞벌이의 경우 120% 이하를 충족해야 신청할 수 있다. 2018년 3인 이하 가구의 평균 소득은 세전(稅前) 540만1814원(맞벌이 648만2177원)이니 연봉으로 계산할 경우 외벌이는 약 6500만원, 맞벌이는 합산해 약 7600만원 이상이면 신혼부부 우선공급을 신청할 수 없다. 그런데 현재 대졸 신입사원의 초임 연봉이 평균 3200만원 정도이고, 요새 결혼들을 늦게 하니 결혼할 당시의 연봉은 당연히 더 올랐을 것이다. 결국 대졸자들끼리 맞벌이를 하면 소득 구간을 훌쩍 넘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최근 분양하는 아파트 가격은 아무리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다 해도 꽤 높다. 예를 들어 7억원짜리 아파트를 분양받는다고 가정하고, 결혼과 동시에 만 7년 동안 열심히 벌어 아이도 한 명 낳고 부부 합산 소득이 월 600만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치자. 소득의 절반만 쓰고 7년을 모은다 해도 자산이 2억6000만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럼 7억원짜리 아파트에 청약하려면 얼마나 대출받아야 할까? 그리고 대출은 어떻게 갚아 나갈 수 있을까? 제도의 취지를 생각할 때 상식적이지 않은 설계임을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이 제도로 누가 혜택을 볼 수 있을까? 부모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이 있는 부잣집 아들이나 혜택을 보는 특공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주택 공급 확대가 현실적 대안
이제 마지막으로 해결책에 대해 살펴보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해결책은 청약 가점제의 비중을 줄이는 한편, 추첨제를 확대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로또 아파트’ 광풍이 불 수 있기에, 오히려 부동산 매수 열기를 더욱 높일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현실적인 대안은 ‘주택 공급’을 늘리는 것뿐이다. 주거용 건축물 착공은 2015년을 고비로 급격히 줄어듦으로써 ‘신축주택’이 날이 갈수록 희소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높이고 있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서울 등 핵심지역에 임대주택을 건설하고, 재건축 및 재개발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전환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