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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자율주행’ 시대 엔터테인먼트 공개된 CES
“현실과 동떨어졌다” 지적도

‘죽도록 즐기기.’ 미국 미디어학자 닐 포스트먼이 20세기에 쓴 메시지다. 현대인들이 TV의 쾌락에 중독될 것이란 예언이다. 어느 정도 들어맞았다. 바뀐 건 TV가 지금 스마트폰이 됐다는 정도다. 그리고 이제 스마트폰은 자동차로 다변화될 예정이다. 그것이 좋든 나쁘든,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서만큼은 이미 현실이 됐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세계 최대 IT박람회 CES는 가히 모터쇼를 방불케 했다. 자동차 신기술이 대거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영화나 게임 등 차 안에서의 놀거리에 큰 관심이 쏠렸다.  이는 자칫 위험할 수 있다. 운전자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이 전제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이번 CES에선 기업들이 앞다퉈 다양한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였다. 자율주행 이후 미래시장을 선도하겠다는 목적이 엿보인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 엑스포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CES. ⓒ 시사저널 공성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 엑스포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CES. ⓒ 시사저널 공성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 엑스포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CES. ⓒ 시사저널 공성윤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와 샌즈 엑스포에서 1월8일(현지시각) 열린 CES. ⓒ 시사저널 공성윤

CES가 그린 ‘자율주행 시대의 즐거움’

특히 아우디의 ‘이머시브 인카 엔터테인먼트’는 자동차의 개념을 이동수단에서 유희수단으로 넓혔다는 평을 받았다. 이는 쉽게 말해 자동차를 4D 극장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다. 기자가 1월8일 전시장을 반나절 동안 둘러보면서 느낀 바로는, 짧은 시간 동안 비교적 많은 사람이 몰린 코너였다. 체험해보려는 사람들이 많아 이날 전시회가 끝날 때쯤 다시 찾았다. 차 운전석에 앉으니 스크린에서 영화 《어벤저스》의 한 장면이 재생됐다. 오토바이를 탄 캡틴 아메리카가 코너를 도니 기자가 탄 차도 한쪽으로 기울었다. 헐크와 아이언맨이 주먹을 부딪칠 때마다 차도 들썩거렸다. 좌석에서도 진동이 느껴졌다. 실내등과 에어컨도 영상 내용에 따라 반응했다. 현장에서 만난 피터 쿤쉬 아우디 R&D 선임연구원은 “꽉 막힌 도로나 차고 안에서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영화뿐만 아니라 가상현실 게임에도 같은 기술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텐츠 업계와의 협업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차 안에서 4D 극장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우디의 이머시브 인카 엔터테인먼트(Immersive In-Car Entertainment) ⓒ 아우디 제공
차 안에서 4D 극장 체험을 할 수 있는 아우디의 이머시브 인카 엔터테인먼트(Immersive In-Car Entertainment) ⓒ 아우디 제공
현대·기아차도 가세했다. 그런데 두 곳의 부스에선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자동차를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반구 모양의 캡슐만 놓여 있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동수단이었다. 자율주행 시대의 ‘인 카 라이프(In-Car Life)’를 보여주겠다는 취지다. 현대차 부스의 캡슐은 △업무 △스포츠 △탐험 △쇼핑 등 네 가지 기능을 탑재했다. 기자는 ‘업무’를 선택했다. 차안에 비치된 스마트폰에 그림판이 떴다. 손가락을 움직여 도형을 그리자 앞에 있는 화면에 입체 모양으로 펼쳐졌다. 탑승자가 건축가라는 전제 하에 차 안에서 설계도를 그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쇼핑의 즐거움도 있었다. 차 안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물건을 고르고, 원하면 실물이 있는 매장으로 이동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형 자동차 콘셉트. 차 안에서 학습, 운동, 업무 쇼핑 등을 할 수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형 자동차 콘셉트. 차 안에서 학습, 운동, 업무 쇼핑 등을 할 수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형 자동차 콘셉트. 차 안에서 학습, 운동, 업무 쇼핑 등을 할 수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현대차가 공개한 미래형 자동차 콘셉트. 차 안에서 학습, 운동, 업무 쇼핑 등을 할 수 있다. ⓒ 시사저널 공성윤
기아차 부스에 전시된 'R.E.A.D(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시스템 ⓒ 시사저널 공성윤
기아차 부스에 전시된 'R.E.A.D(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시스템 ⓒ 시사저널 공성윤
기아차는 리드(R.E.A.D) 기술을 적용한 캡슐을 등장시켰다. 탑승자의 표정을 읽고 기분을 감지한 뒤, 그에 따라 반응하는 시스템이다. 캡슐에 앉은 기자가 인상을 찌푸리자 “피곤해 보인다”는 영어 음성이 나왔다. 이어 화면에 자연 풍경이 펼쳐졌고, 잔잔한 음악이 재생됐다. 위에선 은은한 향이 풍겨 나왔다. 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 기분을 풀어준다는 아이디어다. 차가 잠시 멈춰선 사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는 영화를 보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였다. ⓒ 시사저널 공성윤
일본 자동차 부품회사 덴소는 영화를 보거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였다. ⓒ 시사저널 공성윤
일본 자동차 부품업체 덴소가 마련한 캡슐은 아예 바퀴 달린 방에 가까워 보였다. 캡슐 안에 마주 앉은 사람들은 가운데 놓인 테이블에서 여러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게임을 하거나 영화를 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한다. 현장 관계자는 “자동차가 회의실도, 거실도, 게임방도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즐거움을 누리는 데 있어 공간은 제약이 되지 않는 셈이다.   이러한 비전의 초석이 될 자율주행은 언제 현실이 될까. 우리 정부는 2025년에 레벨4 자율주행 시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차량이 스스로 모든 상황을 판단하고 움직이는 단계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그 이후를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현대차는 이미 ‘포스트 자율주행’ 시대를 대비한 연구·투자를 진행 중인 걸로 알려졌다.
국내 중소기업 유브릿지가 선보인 ‘네비테인먼트’ 시스템. ⓒ 시사저널 공성윤
국내 중소기업 유브릿지가 선보인 ‘네비테인먼트’ 시스템. ⓒ 시사저널 공성윤

자율주행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있어

그러나 자율주행에 대한 회의적 시선도 있다. 일단 사고가 났을 때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해킹 가능성도 제기된다. 자율주행차는 전자장치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운전 프로그램을 조작해 핸들을 절벽으로 틀어버리면, 이동수단이 살인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 2015년엔 보안 전문가들이 지프 차량을 해킹해 에어컨과 라디오를 원격으로 조정해 보이기도 했다. 일각엔 “글로벌 기업들이 CES에서 현실적 기술을 내세우는 대신 겉멋에만 치중했다”는 아쉬움도 묻어 있었다. CES를 취재 중이던 미국 지역채널 ‘콜로라디오’의 프로듀서 캔디스 지에리는 “바이튼(중국 전기차 제조업체)은 프레스 컨퍼런스 때 정말 화려한 연출을 선보였다”며 “하지만 정작 공개한 기술은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있어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바이튼은 이번에 AI, 안면인식, 자율주행 기능 등을 모두 갖춘 콘셉트카 ‘M-바이트’를 공개했다. 한편 다소 현실적인 카 엔터테인먼트를 선보인 곳도 있다. 국내 중소기업 유브릿지는 ‘네비테인먼트’ 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네비게이션과 엔터테인먼트를 합친 개념이다. 이는 미러링(보고 있는 화면을 다른 디스플레이에 표현하는 기술)을 통해 스마트폰 속 콘텐츠를 차에서도 계속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남유식 유브릿지 차장은 “자동차 제조사와 상관없이 티어 원(1차 부품 공급사)과 협력해 적용 가능한 기술”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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