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연 공간 만들어 흡연자·비흡연자 분리 시민 10명 중 9명, 간접흡연 피해 경험
개정된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2015년부터 모든 영업소에서 금연이 시행됐다. 2017년 말부터 당구장·스크린골프장 등 실내 체육시설도 금연 구역으로 지정됐고, 지난 2월엔 아파트 실내에서 흡연도 금지됐다.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서울시 실내·외 금연구역은 26만 곳을 넘었다. 2012년 7만여 곳에서 5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반면, 합법적인 실외 흡연구역은 59개소다. 특히 회사가 밀집된 종로구엔 흡연구역이 단 2곳이다.
이런 탓에 흡연자는 회색구역으로 몰린다. 회색구역은 금연구역이나 흡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은 곳을 의미한다. 비흡연자와 흡연자가 혼재하므로 간접흡연이 증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공공장소에서 비흡연자의 간접흡연율은 22.3%로 조사됐다. 공공장소 중 간접흡연이 빈번한 곳은 길거리, 건물 입구, 버스정류장 등 회색구역이 다수를 차지했다. 서울시가 2015년 285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서도 간접흡연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응답자의 91%에 달했다. 그 피해 장소로는 길거리(63.4%), 건물 입구(17.3%) 등 회색구역이 다수였다.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고 흡연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분연(分煙)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분연 정책은 흡연자와 비흡연자를 분리해 간접흡연의 피해를 줄이는 정책이다. 회색구역을 줄이기 위해서는 흡연 시설이 필요해 보인다. 2015년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 흡연자·비흡연자 500명 가운데 79.9%(흡연자 77%, 비흡연자 80.6%)는 흡연공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지난 4월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금연구역의 흡연실 설치를 의무화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분연 정책을 펴는 대표적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2002년 8월 간접흡연 방지를 건강증진법에 넣어 명문화했다. 간접흡연율을 낮추기 위함이다. 행정기관은 현재 16.9%인 간접흡연율을 2022년까지 0%로, 음식점은 50%를 15%로 줄인다는 목표를 정했다.
일본, 2004년부터 분리형 정책 추진
이를 위해 일본은 2004년부터 ‘분리형’ 정책을 추진해 오고 있다. 분리형이란 흡연공간을 만들어 비흡연자와 흡연자를 떼어놓는 방식이다. 건물 내부의 흡연공간에 대해 일본 정부는 출입 형태, 내부 소재, 배기 풍량 등의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건물의 금연구역 지정을 의무화하지는 않았다. 대신 사업자나 시설관리자가 자율적으로 흡연공간을 설치하면 정부는 보조금을 지급한다. 2015년 기준 일본 내 음식점은 70%, 사무실은 97%가 금연과 흡연 공간이 분리됐다.
일본 정부는 분리형 정책을 실외에도 동일하게 적용했다. 실외 금연구역을 지정할 때에도 흡연공간을 동시에 만들었다. 실외 흡연공간은 비흡연자의 동선에서 떨어진 장소, 담배 연기나 냄새가 실내로 들어가지 않도록 건물 출입구에서 떨어진 장소에 설치됐다. 나무나 화분 등으로 흡연공간을 둘러싸서 흡연구역을 명확하게 하면서도 시각적 불쾌감을 줄였다. 흡연자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모킹은 “단순히 금연구역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금연구역에 비례해 흡연 시설을 보강하는 분연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