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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지지층 노동계와 갈등 심화…文 대통령 지지율 하락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19대 대선 때 현 여권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노동계 반발은 예사롭게 볼 일이 아니다. 자칫 민심이반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노동계를 향한 여권의 공세는 점점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의 발언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임 실장은 11월6일 국회에 나와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데 이어 11월13일 국회 예결위에서 민주노총과 관련해 “많은 고민과 우려를 갖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원내사령탑인 홍영표 원내대표도 11월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민주노총과는 대화로 뭐가 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날을 세웠다.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 대표로선 이례적인 반응이다.

 

12월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2018 전국민중대회 참석자들이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고 있다. ⓒ 시사저널 최준필


여권 “노동계 사회적 약자 아니다” 비판

문재인 대통령도 비슷한 뉘앙스로 발언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1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모두 개혁의 주체”라며 “자기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 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계 역시 맞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노총과 50여 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민중공동행동은 12월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2018 전국 민중대회’를 열어 문재인 정부가 개혁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문재인 정권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각종 노동정책 등 개혁에 역주행하고 있다”며 “정부는 민중의 요구가 제대로 반영된 사회 대개혁을 이뤄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날 행사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노동계가 대정부 시위에 나선 거라는 데서 예사롭게 볼 수 없다.

그만큼 여권의 시각은 복잡하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의원은 “주 52시간 근무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 등은 자영업자들과 소시민들의 반발을 감내해 가며 정부가 노동계와의 약속을 이행한 것이다. 그런데도 자신들의 뜻을 들어주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민주당은 민중대회가 열린 12월1일 서재헌 상근부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어느 정권보다 더 비정규직 철폐와 노동존중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여권 관계자도 “문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시행한 게 뭔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문제 아닌가”라면서 “10년 가까이 해결되지 않던 KTX 승무원, 쌍용차 노동자 복직 문제를 해결하는 등 비정규직 철폐와 처우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러한 공로를 몰라주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가중되는 경제난은 갈등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고 있다. 국내외 경제기관들이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로선 마냥 노동계 입장만을 들어줄 수 없는 상황이다. 경제난 가중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지지도 하락과 직결돼 있다.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임시처방은 한계가 분명하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해 명확한 입장 정리가 되지 않고 있다. 올 7월 도입된 주 52시간 근무제는 계도기간이 올해로 끝난다. 물론 재계는 여전히 제도 도입에 부정적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융통성 없는 근로시간 규제는 기업 생산성을 떨어뜨려 일자리를 줄이는 부작용을 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재계는 현재 최대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을 확대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대안으로 제시된 탄력근로제에 대해 노동계는 반대 입장이 분명하다. 노동계는 ‘주 52시간’ 원칙을 한 주가 아니라 분기나 반기, 또는 1년을 기준으로 평균을 내 주당 법정근로시간을 지키는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노동 강도가 세지고 임금이 줄어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에 맞서 11월21일 하루 총파업을 벌인 바 있다.

광주시가 토지를 대고 현대차가 생산시설을 짓는 이른바 ‘광주형 일자리’도 난제다. 노동계 입장을 가까스로 받아들여 만든 협상안에 대해 현대차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노동계와의 갈등은 과거 참여정부의 데자뷔와 같다는 점에서 여권의 시름을 깊게 만들고 있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비정규직 관계법을 개선해서 제도화하겠다. 비정규직 사용 범위를 제한하고 정규직 노동자와 똑같이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특수고용직 노동자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약속은 집권 후 하나도 지켜지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22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첫 회의에서 재계·노동계 대표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동계 “文정부, 참여정부 닮아간다”

참여정부의 실패 원인은 간단하다. 재계와 노동계 양측 간 갈등을 중재하는 데 실패한 게 한 요인이다. 당시에도 정부는 사회적 대타협을 강조하며 노동계 원로인 김금수씨를 노사정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1년도 채 안 된 2003년 6월 철도노조 파업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갈등을 벌였다. 2004년엔 지금처럼 민주노총을 배제한 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회협약’을 체결했다. 노동계가 강력하게 반대한 비정규직 보호입법안도 국회에 상정시켰다. 당시 참여정부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제출한 보고서는 지금 여권의 시각과 별반 다르지 않다. 보고서는 민주노총을 ‘암적 존재(scourge)’로 규정하고 ‘죽음에 이르는 파업전략(strike to death strategy)’을 구사한다고 비판했다. 핵심지지층인 노동계가 “배신”을 입에 올리며 돌아서면서 노무현 대통령 지지도는 급락했다. 정부 출범 초기 75.1%였던 지지도는 취임 8개월 만에 반 토막 났다.

참여정부의 정치적 후계자를 자처하는 현 집권층의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다. 노동계와의 갈등은 지지층의 지지 철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여론조사 업계에서 보는 문재인 정부의 지지층은 통상 45~47% 정도다. 그 근거는 지난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받은 41%와 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득표율 합산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12월 첫째 주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49.5%를 기록했다. 긍정평가와 부정평가가 비슷한 수준이다. 만약 40% 중반대까지 떨어진다면 지지층 이탈이 본격화됐다는 의미다. 참여정부의 악몽이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여권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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