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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답방 다가올수록 격화되는 南南 갈등…“차분히 지켜볼 때”

북한은 대한민국에 늘 이중적인 존재였다. 대한민국의 주적인 동시에 언젠가 만나야 할 통일의 대상이었다. 그렇기에 얄미우면서도 외면할 수 없는 존재였다. 20세기에 지속된 이데올로기 전쟁과 동족상잔의 비극 이후 이념 대립은 극에 달했다. 그 속에서 ‘북한’이란 존재는 사회 균열의 불씨였다. 북한과 관련된 쟁점들을 둘러싼 사회적 균열 구조와 갈등은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고 강력했다. 북한이 등장할 때마다 대한민국은 둘로 나뉘었다.

지난 1년, 한반도 정세는 180도 달라졌다. 북한과 미국은 연일 말씨름을 벌였다. 엄포는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2018년 들어 분위기는 급변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과 평양에서 평화를 말했다. 서로를 비난하던 북한과 미국의 지도자도 사상 처음으로 만나 손을 맞잡았다. 그리고 2018년 12월, 북한의 최고 권력자가 서울에 올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분단 이후 단 한 차례도 없었던 일,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 현실화되고 있다.

그 순간이 다가올수록 대한민국 사회도 흔들리고 있다. 이념 스펙트럼의 양극단에 위치한 단체들은 벌써부터 헤게모니 전쟁에 돌입한 모양새다. 한쪽에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문을 환영하는 단체를 만들고, 북한 정권을 미화하는 전시회·상품 판매 등을 진행했다. 다른 쪽에선 환영 단체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며 “김정은을 제거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서울 정상회담의 시곗바늘이 움직일수록 대립은 점차 격화되고 있다. 그들의 움직임이 부각될수록 시민들 사이의 균열도 점차 커질 것으로 보인다.

“나는 공산당이 좋아요.” 11월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나온 발언이다. 김 위원장의 한국 답방을 환영하는 사회단체 ‘위인맞이 환영단’이 발족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김 위원장을 ‘위인’으로 칭송하고 북한 정권을 미화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김수근 위인맞이 환영단 단장은 “김 위원장은 평화를 위해 나아간 위대한 지도자라고 생각한다”며 “사회의 비판적 시각을 각오하고 위인이라는 칭호를 붙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다가올수록 남남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반도기를 흔드는 환영 집회 참가자(왼쪽 사진)와 태극기·성조기를 든 반대 집회 참가자의 충돌도 우려된다. ⓒ AP 연합


陽地로 나오는 극단주의 단체들

친북 성향 단체 10여 곳이 결성한 ‘백두칭송위원회’는 결성 행사에서 북한 대표 악단으로 알려진 모란봉악단의 대표곡에 맞춰 율동을 하고, 꽃술을 흔들어 환영 표시를 하는 등 퍼포먼스를 펼쳤다. 백두혈통이란 김일성 국가주석의 직계 혈족을 신격화하는 북한식 표현이다. 이 밖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남북정상회담 환영 청년학생위원회’ ‘서울시민환영단’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방문 강북구 환영위원회’ 등이 등장했다. 지금까지 출범한 김 위원장 환영 단체만 1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거리에서 전시회, 환영엽서 캠페인, 지하철 광고비 모금 운동을 진행하며 세 불리기에 나섰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선전·선동에서 멈추지 않았다. 북한 인권 문제를 말하거나 김 위원장을 비난하는 인사들에게 테러에 가까운 협박을 자행하고 있다. 최근 결성된 ‘백두수호대’ 회원들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에게 “민족 배신자의 최후가 어떤지 알 것” “가만히 있으라” 등의 협박성 메일을 보냈다. 태 전 공사가 칼럼을 게재하는 대북 전문매체에 찾아가 항의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보수단체도 반격에 나섰다. 자유연대와 자유대한호국단은 이나현 한국대학생진보연합 공동대표 등 70여 명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태극기집회를 주도하고 있는 대한애국당도 백두수호대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 백두수호대의 수배 명단에 포함돼 있는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상임대표는 “그들의 사상을 존중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킬 수 있는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 종북단체들이 벌이는 일련의 행위는 마땅히 국가보안법 찬양고무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다가올수록 이념 대립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는 점이다. 환영 단체들은 김 위원장의 서울 방문 때 10만 명의 환영 인파를 조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들은 노동·시민단체에 퍼져 있는 조직력을 활용해 환영 인파를 조직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안이 특수한 만큼 조직적으로 연석회의를 구성하자는 등의 제안은 없었다”면서도 “각 부문·지역 단위로 NL(민족자주)계열 활동가들이 조직 활동을 벌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탈북자 단체 등 일부 보수단체도 김 위원장을 ‘척살’하겠다며 조직화에 나섰다. 박상학 북한인권단체총연합 상임대표는 “김정은은 여전히 22만 명을 정치범수용소에 가둬 인권을 유린하고 있는 민족의 역적”이라며 “북한 정권을 직접 체험했던 탈북자들이 김정은 척살을 위해 암암리에 지원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기자회견 따위는 하지 않고 실제 행동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이 행동으로 옮겨져 불상사가 발생할 경우 남북관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다.


“과도한 선전, 오히려 거부감 커질 듯”

시민들 다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자체에 찬성하는 분위기다. 지난 10월 경향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에 대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85.6%로 나타난 바 있다. 11월27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리서치앤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설문조사 참여자의 60.1%가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동시에 김 위원장에 대한 미화나 칭송 활동에 대해서도 거부감을 갖고 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남북 사이 풀리지 않은 숙제가 많은데 김 위원장을 과도하게 칭송하는 모습이 지속해서 노출되면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찬성했던 사람들도 ‘이건 너무했다’는 생각과 함께 돌아설 수 있다”며 “북한의 인권 문제 등을 덮고 비핵화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사무국장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악마와도 마주 앉을 필요가 있는 것처럼 서울 답방 자체를 반대하긴 어렵다”면서 “오히려 김 위원장이 서울의 발전상과 민심을 읽을 기회로 여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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