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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책 신당·TK당·反文연대…조만간 실체 드러낼 듯

정치는 생물이다. 변화무쌍하다.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된다. 그리고 다시 적이 되기도 한다. 정치 상황도 변한다. 최고 권력을 누렸던 이가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도 한다. ‘생물’이라는 말은 단순히 정치인을 의미하진 않는다. 정치 상황도 변한다. 정치적 상황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변화 방향을 예상하지 못하면 정치 생명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정치인은 늘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그 선택지는 지금 보수 세력 앞에 놓여 있다. 대한민국 70년 역사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보수 세력은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들은 지난해 최고 권력자를 잃었다. 그 과정에서 분열했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지 못했다. 또다시 선거에서 패배했다. 뼈를 깎는 혁신을 다짐했지만, 그 역시 지지부진하다. 각각의 세력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다. 몇 달 전까지 야심 차게 추진되던 ‘빅텐트론’은 선택지에서 사라졌다. 구심점이 사라진 보수진영은 여전히 각자도생을 택하고 있다.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지노선은 내년 2월 예정된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다. 이마저도 모든 위기의 순간을 넘겼을 때 가능한 얘기다. 12월 원내대표 경선이나 조직강화특별위원회의 당협위원장 교체에도 갈등의 휘발성이 내재돼 있다. 그 시점이 다가올수록 온갖 시나리오가 보수진영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그만큼 선택지가 복잡하다는 의미다. 지금 흘러나오는 군불이 언제 횃불이 될지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보수진영에서 신당 창당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신당설에 불을 지핀 전원책 변호사(왼쪽)와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 ⓒ 시사저널 박은숙



점점 실체 드러내는 신당 창당 시나리오

보수 재편 시나리오의 가장 큰 진원(震源)은 전원책 변호사다. 전 변호사는 한국당 조강특위에서 해촉된 이후 신당 창당을 시사했다. 전·현직 의원 등 10여 명으로 구성된 ‘혁신과 대안’이라는 모임을 주축으로 창당 작업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전 변호사는 이 모임에 참여한 현역의원이 5명 이상으로, 중진도 포함됐다고 했다. 전 변호사는 주말마다 현역의원들과 회동을 갖고 의견을 교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모두 보수의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전 변호사는 여전히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 체제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그는 인적 쇄신 가능성에 대해서도 “현재 불출마 선언한 여섯 분과 재판을 받는 5~6분들 빼고 나머지 분들을 어떻게 쳐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며 회의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신당 창당에 ‘최악의 경우’라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하지만 그 경우의 수가 가장 유력하다는 것을 수시로 내비치고 있다. 신당 창당의 스케줄도 정해졌다. 12월20일로 구체적인 시점을 못 박았다. 한국당 당협위원장 교체를 위한 현역의원 평가가 끝난 뒤다. ‘한 지붕 두 살림’을 하고 있는 한국당의 상황에선 어떤 결론이 나오든 원심력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전 변호사의 일련의 발언에선 인적 쇄신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그 결과에 대한 불만 세력을 취합해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전 변호사가 신당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파괴력이 컸다. 단순히 그가 추진하는 신당이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됐기 때문은 아니다. 그간 보수 재편 시나리오 일환으로 신당 창당에 대한 소문은 파다했지만, 누구도 공식 석상에서 언급하진 않았다. 서로 총을 숨기고 긴장감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가장 먼저 총성을 울린 셈이다.

친박계에서도 신당설이 피어올랐다. 한국당 조강특위의 인적 쇄신이 사실상 친박계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지자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조강특위의 의도가 분명한 상황에서 당하고만 있을 수 없다”며 탈당 및 신당 창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물론 이들이 신당 창당설을 뿌리는 것은 현 비대위 체제에 ‘무리수를 두지 말라’는 경고 성격이 짙다.

그러나 내부에선 TK(대구·경북)를 기반으로 신당 창당 가능성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적 쇄신 과정에서 친박계와 영남 출신 중진들이 대거 쫓겨날 경우, TK를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을 고려할 수 있다는 취지다. 실제로 이들은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몇 달 전에도 친박계 내부에선 실제로 신당 창당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전직 의원이 3월 한국당 중진의원들을 만나 가능성을 타진했다. 한국당 중진 5명이 당내 초·재선 의원 각각 5명씩을 포섭해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자는 제안이었다. 5명의 중진의원 이름도 구체적으로 거명되고 있다. 이들 중 한 중진의원은 신당에 적극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일부 의원이 “시간이 촉박하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무산됐다.

신당 창당 움직임은 한국당 외부에서도 감지된다. 바른미래당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성격의 모임이 여러 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아직까지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지금 상태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쳐 모이는 방식의 보수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빅텐트론 대신 ‘반문연대’

최근엔 ‘반문연대(反문재인 연대)’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가장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 정부의 실정을 막을 보수 세력으로 다 같이 뭉치자는 제2의 ‘빅텐트론’이다. 이 의원은 최근 본인의 행보에 대해 “결국 반문 깃발을 드는 것”이라고 밝혀 군불을 피웠다. 당적에 상관없이 반문이라면 모두 모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원내대표 선거를 앞둔 한국당 통합파에서도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우리 당이 지금 분란할 때가 아니라 모두 함께 가야 할 때”라며 “우파가 모두 통합해서 사실 문재인 정부가 지금 잘못하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큰 목소리를 한번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친박계에서도 화답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한국당 의원은 “대한민국 애국 세력이 갈등과 반목을 극복하고 반문연대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지금은 문재인 정부의 폭주가 계속되고 국가 정체성이 사회주의로 넘어가느냐, 마느냐의 절체절명의 위기다.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는데 친박이니 비박이니 아웅다웅 다투고 있다간 다 끝장”이라고 했다.

여기에서 ‘반문’이란 조건은 명분에 가깝다. 공동의 적을 만들어 내부 잡음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한국당이 올해 ‘국회 보이콧’이나 ‘장외투쟁’ 카드를 쓴 것과 비슷하다. 한국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재 상황에서 서로 흩어지는 것은 답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극단적인 대립은 서로 피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반문연대의 키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쥐고 있다는 평가다. 유 의원이 동참해야 산발적으로 흩어진 보수 성향의 야권 의원들이 반문의 깃발 아래 모인다는 주장이다. 한 한국당 의원은 통화에서 “유 의원이 모호하지만 일단 한국당과는 선을 그은 상태지 않으냐”며 “유 의원을 끌어들이려면 제3지대에서 명분을 갖고 헤쳐 모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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