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우파 보수정치 재기 해법과 관전 포인트 다섯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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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바른미래당 행보와 선거구제 개편
유승민 바른미래당 전 대표의 행보도 주목받는다. 유 전 대표는 11월28일 이화여대, 29일 연세대에서 강연에 나섰다. 유 전 대표는 지방선거 이후 전혀 공개적인 자리에 나서지 않았다. 당내 행사에서도 얼굴을 보기 힘들었다. 당연히 다양한 해석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유 전 대표 측은 이러한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당 내외 행사에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유 전 대표가 공개적인 자리에 나서는 것은 여론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28일 이화여대 강연에서 유 전 대표는 “한국의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느냐를 저에게 주어진 정치적 소명이라 생각한다. 그걸 위해선 어떤 노력이든 어떤 희생이든 하겠다”고 해 정계개편에 동참할 뜻을 비쳤다.
유 전 대표의 정치적 행보는 자유한국당 당권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두 가지 가정이 가능하다. 만약 친박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유 전 대표의 자유한국당행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유 전 대표에 대한 친박계의 거부반응은 상당하다. 이럴 경우 자유한국당 비박계와 유 전 대표가 제3지대에서 만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볼 수 있다.
반대로 비박계가 당권을 잡는 경우다. 거세게 반발하는 친박계 일부 인사들이 탈당하면 새로운 보수를 기치로 든 유 전 대표의 자유한국당 복귀는 실현 가능한 문제다. 중립 성향의 전직 국회의원 B씨는 “지역구(대구 동구 을)에서마저 정치적 활로를 모색하기 어려운 유 전 대표 입장에서는 따뜻한 보수를 기치로 수도권 출마를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유 전 대표 역시 이화여대 강연에서 “자유한국당 내 지인들로부터 몇 차례 영입 요청을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선거구제 개편은 야권의 정치지형 변화를 가속화시킬 재료다. 비례, 초선의원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바른미래당은 현재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행 선거제도는 강력한 지지층을 가진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유리하다. 현재대로 선거가 치러지면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의 설 자리는 넓지 않다.
그런 면에서 보수 성향의 옛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선택의 카드가 마땅치 않다. 최근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는 이언주 의원이 유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함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4. 새로운 보수 어젠다 뭘 담나
정계개편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많다. 통상 정치권은 대선과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를 중심으로 정치지형이 변한다. 총선을 1년 넘게 앞둔 시점에서 통합과 분당은 먼 훗날 이야기라고 치부하는 진영에서 보수정치 구도의 변화가 쉽지 않다고 말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신당설이 소설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도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이다. 한 자유한국당 의원 보좌관은 “신당을 만들어 성공한 사례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DJ(김대중 전 대통령) 정도로 손에 꼽는 정도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신당 창당에는 실패했다”면서 일부 보수 인사의 창당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바른미래당 소속 의원 보좌관도 “현행 선거제도에서 당을 하나 만든다는 것은 엄청난 돈이 드는 일이다. 야권이 현재 당사를 운영할 만한 경비마저 넉넉지 않은 것이 이를 잘 말해 준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진영에서 신당설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것은 왜일까. 구심점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 호소할 정치적 어젠다가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런 면에서 전면적인 쇄신 없이 보수정치 부활은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선거는 리더를 내세워 치러야 하는데, 현 정부의 실정에 반사이익만 기대했다가는 다음 총선에서 보수정치권이 완패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인사는 “지난 총선에서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자유한국당이 의석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의당이라는 제3당이 여권의 표를 잠식했기 때문”이라면서 “진보진영은 단일대오가 형성된 반면, 보수진영은 여러 계파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보수진영의 패배는 불 보듯 뻔하다”고 분석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적당히 망해선 안 된다. 완전히 폭삭 망해야 위기 차원에서 새로운 인물 수혈이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치권에서 보수진영이 추구한 가치는 안보와 시장주의다. 그러나 안보는 반통일, 시장주의는 양극화라는 프레임에 갇혀 있어야 했다. 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기득권 세력을 대변해 주는 보수정치의 가치는 확장성 면에서 한계가 있다. 김대호 한국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자유, 민주라는 가치 외에 ‘더불어 함께 산다’는 의미의 공화(共和)라는 가치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내세운 개념인 ‘따뜻한 보수’는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도다.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2010년 마이클 샌델(미국 하버드대 교수)이 쓴 《정의란 무엇인가》가 공전의 히트를 친 것은 그만큼 사회구성원들이 공정과 정의에 목말라 있다는 방증인데 여전히 보수는 안보와 시장 제일주의라는 가치에만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정두언 전 의원도 “보수, 진보 양대 정당은 재벌과 귀족노조라는 전체 국민의 10%가량 이익만 대변해 주고 있다”면서 “두 세력과 결별하고 90% 국민의 이익을 대변할 정당의 필요성이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5. 황교안·오세훈·원희룡 등 야권 잠룡 향방
리더는 정치지형 변화에 있어 필수적 요소다. 한때 폐족 위기까지 갔던 친노가 화려하게 부활할 수 있었던 것도 문재인이라는 구심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참여정부 시절 비서실장으로 활동하면서 쌓은 국정경험에 의정활동이 더해지면서 문재인을 중심으로 한 진보진영은 정권 재탈환에 성공했다. 그런 면에서 보수진영의 새 리더 발굴은 시급한 과제다. 현재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인물로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지사 정도다.
황 전 총리는 친박계 인사들의 호응도가 높다. 태극기부대로 대표되는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선호도 마찬가지다. 고성국 ‘고성국 TV’ 대표는 “정치적으로는 신인이지만 통합진보당 해산 때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전면에 나선 것을 보면 정치적으로 상당한 결단력이 있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한 친박계 의원도 “황 전 총리는 TK와 보수 유튜브 스타를 중심으로 한 태극기부대 세력을 한데 묶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 경험이 없다는 것은 아킬레스건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라는 것은 강력한 투쟁을 통해 얻어내야 하는데, 황 전 총리가 그런 능력이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박근혜 인사라는 꼬리표는 황 전 총리의 확장성에 한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수진영의 진짜 고민은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모두 정치적 후계자를 키워내지 못했다. 그게 지금의 보수정치 위기의 근본원인이다. 오세훈 전 시장과 원희룡 지사 역시 참신성 면에서 거리가 멀다.
물론 두 사람은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으로 가담하지 않았다. 배신자라는 프레임에 갇히기는 어렵다. 김홍국 경기대 교수는 “오세훈 전 시장과 황교안 전 총리가 친박계와 손잡고 새로운 정치지형도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오 전 시장은 보수정치 재건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11월29일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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