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일한 경제 대처론 떨어지는 지지율 반등시킬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 지지율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 9월말 이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더니 최근 발표된 11월 넷째 주 조사에서는 49.0%를 기록하면서 50%대 밑으로 떨어졌다. 정권 출범 후 최초의 일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지지율 하락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변수가 현재로서는 뾰족하게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대해서는 ‘이영자(지지율 하락이 특히 두드러진 20대·영남·자영업자의 앞 글자를 따서 표현한 말)’ ‘이호자(20대·호남·자영업자)’ 등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 특정 지역 문제를 떠나 20대 청년층과 자영업자의 민심 이반이 심각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20대층은 문재인 정권에 대한 국민 지지를 적극적으로 추동해 왔던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낮은 연령층이다. 이는 통일연구원이 발행한 책자에서도 드러난다. 이 기관이 내놓은 《통일 이후 통합 방안: 민족주의와 편익을 넘어선 통일담론의 모색》이라는 연구총서에 실린 국민 인식조사 결과가 그렇다. ‘남북한이 전쟁 없이 평화적으로 공존할 수 있다면 통일은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조사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7.8%가 동의한다고 답했는데, 그중 20대는 62.3%가 동의함으로써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가장 높은 응답 비율을 보였다. 이처럼 지금 젊은 층에게 중요한 것은 관념적인 담론이나 손에 잡히지 않는 비전이 아닌 실질적인 희망이다. 체감되지 않는 미래의 이야기로는 그들이 현실에서 느끼고 있는 불안을 결코 다독여줄 수 없다는 얘기다. 그들 앞을 가로막은 높은 취업 장벽은 다른 어떤 성취로도 상쇄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협일 수 있다.
자영업자들은 또 어떤가. 가뜩이나 힘겨운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더욱 궁지에 몰린 그들의 생계 불안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12쪽 커버스토리 기사 참조). 커질 대로 커진 인건비 부담에 내수조차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아 눈앞이 캄캄하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관계 기관장에게 자영업자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도 그런 현실 인식을 반영한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자영업 문제뿐만 아니라 지금의 총체적 경제 상황은 앞을 내다보기 힘들 정도로 불확실하기 짝이 없다. 경제지표 전반이 겨울 하늘을 뒤덮은 미세먼지처럼 마냥 뿌옇기만 하다. 어느 하나 희망적인 요소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는 이제라도 경제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과연 우리 경제 현실에 맞는 단추였는지도 제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의욕만 앞선 정책으로는 현재의 난국을 결코 헤쳐 나갈 수 없다. 20대도 자영업자도 모두 웃을 수 있는 균형 잡힌 정책이 중요하다. 경제 각 부문이 살아나면 정부가 그토록 외치는 일자리의 숨통도 자연스럽게 트일 수 있다.
자꾸 깊어가는 국민들의 시름을 덜어주는 데는 다른 묘책이 필요 없다. 경제가 민심의 전부임을 알아야 한다. 경제에 안일하게 대처해서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반등시킬 수 없다. 점점 더 추워지는 겨울, 국민들은 경제가 지펴낼 최고의 난방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