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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따른 내년 세수 감소 전망…집행기관 국세청 역할론 ‘주목’

“작년보다 더 좋다. 이대로만 가면 ‘역대급’이 예상된다.” 올해 ‘세수진도율’(세수 목표 대비 실적 비율)을 놓고 관가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8월까지 걷힌 세수(국세)는 21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조7000억원 늘었다. 2018년이 4개월(9~12월) 남은 상황에서 79.5%의 세수진도율을 기록해 총 세수 규모는 올해 목표치인 268조1000억원을 크게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 곳간을 풍족히 채운다는 점에서 세수 호황은 반길 만한 일이지만 한 가지 의아한 부분이 있다. 체감 경기는 바닥을 치고 있는데 ‘소득’의 양과 ‘거래’의 빈도를 바탕으로 세수 규모가 결정되는 상승폭이 오히려 늘었다는 점이다. 세수통계를 보면, 법인세는 올 들어 9월까지 65조1000억원 걷혔다. 지난해 대비 11조2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법인세의 세수진도율은 이미 100%을 넘어선 103.3%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법인세수 증가는 반도체 호황 등으로 인한 중간예납의 증가 때문이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초과세수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경기는 불황인데 세수는 호황?

같은 기간 소득세도 총 63조1000억원 걷혀 지난해보다 8조2000억원 증가했다. 부가가치세는 지난해보다 2조9000억원 늘어난 52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의 세수진도율은 각각 86.5%, 77.8%였다. 소득세 증가는 명목소득의 증가, 부가가치세는 수입 증가가 영향을 미쳤다.

경기 침체에도 세수가 호황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시점 차이를 거론했다. 법인세의 경우 기업이 과거에 벌어들인, 현재 이전의 소득이므로 지금의 경기가 반영될 리 없다는 것이다. 한 국책 연구원은 “반도체, 석유화학, 자동차부품 등의 호조로 기업소득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의 불황이 세수에는 반영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올해 같은 세수 호황이 내년에도 계속될까. 세수 호황이 멋쩍게 한국 경제가 이미 침체 국면에 진입했고, 내년에는 우리 산업을 이끌어온 반도체 등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이 후퇴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2019년 주요 산업별 경기 전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내년 반도체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ICT 산업은 후퇴 국면에 접어들고 글로벌 수요 둔화로 기계와 석유화학도 마찬가지”라고 분석했다. 또한 “건설, 자동차, 철강은 내수부진과 수요 산업 경기 악화로 침체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계와 학계에서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11월20일 한국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혁신성장을 위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방안’ 세미나에서 발제자로 나서 “유례없는 현재의 반도체 호황은 버블”이라며 “지난해 반도체 수출이 57% 증가했지만, 실수요를 반영한 수량 기준 D램 수출은 1.4% 줄었고, 메모리 용량 기준으로 한 ‘전체 성장률’도 호황기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송용호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는 국내 수출품목 1위, 세계 시장 점유율 2위, 일자리 16만5000명 등의 눈에 보이는 실적이 있지만, 대기업이 주도하는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 국한돼 있다”며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 이상은 시스템 반도체인데, 국내 팹리스(Fabless) 기업의 시장점유율은 1%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올해 세수입 최종 실적을 약 290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 예상보다 22조원가량 더 걷힐 것이라는 예상이다. 내년도 세수입 전망치는 향후 경기전망과 유류세 인하 등 세수 증감 효과를 반영해 목표치를 짠다. 그러나 올해와 같은 ‘대박’은 없다는 게 중론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올해와 같은 세수 풍년이 내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세종시에 있는 국세청 본청 ⓒ 연합뉴스


내년엔 올해 같은 ‘대박’ 없다

침체국면에 들어선 경기로 인해 집행기관인 국세청의 역할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내년도 국세 세입예산안이 올해 268조1000억원 대비 31조2000억원(11.6%) 늘어난 299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는데, 경기침체 국면으로 달성 자체에 의문부호가 붙기 때문이다. 앞서 전망한 대로 경기 침체가 현실화되거나 더욱 심화된다면 올해 효자 노릇을 한 ‘법인세수’가 쪼그라들 가능성이 가장 높다. 이 경우 비중이 큰 만큼 그에 따른 낙폭도 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문성환 세연회계법인 회계사는 “반도체 불황이 현실화되면 법인세 수입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국세청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해 세무조사 선정 및 세무 검증에서 배제하겠다고 밝혀 이에 따른 세수 감소도 불가피하다. 국세청에 따르면, 이 범주에 들어가는 개인사업자가 519만 명, 소상공인이 50만 명이다. 세무조사 선정 제외, 세무검증 배제로 줄어드는 세수 감소 효과는 현재 가늠하기조차 힘든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과세 사각지대’로 여겨지는 지하경제와 역외탈세에 행정력을 더욱 집중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해 국세청은 역외탈세 혐의자에 대해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벌여 사상 최대인 1조3192억원의 세금을 추징한 바 있다. 국세청은 역외탈세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한다’는 기조를 내년에도 이어갈 전망이다. 세무 업계 관계자는 “세무조사 면제 등은 집행기관인 국세청으로서는 목표치를 달성하는 데 불리한 여건”이라며 “역외탈세와 불법적 지하경제를 적발함으로써 세원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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