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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사용했다고 상표권 인정 안돼…피해 막기 위해 특허청 상표 출원해야

 

제가 애지중지 아끼던 물건을 도둑맞았습니다. 누가 훔쳐갔는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제가 도둑이라고 합니다. 원래 그 물건은 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걸까요? 

 

얼마 전 아는 형님이 간만에 저녁이나 먹자고 해서 날짜를 잡았습니다. 약속 당일 예약장소를 문자로 보내주셨는데, 요즘 음식점 치고 상호가 사실 좀 촌스러웠습니다.(실명을 밝히긴 좀 그렇구요) 동네에 있는 배달전문 야식 집 느낌? 

 

가벼운 마음으로 식당을 찾아갔더니, 웬걸 대로변에 위치한 모범음식점 간판을 단 고급 식당이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매니저분께 웃으며 이런 얘기를 했더니, 나름 사정이 있으셨습니다.

 

특허청은 올 초 ‘앰부시(Ambush·매복) 마케팅’ 논란을 빚은 SKT의 평창 동계올림픽 홍보 캠페인 광고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고 관련 광고를 중단하도록 시정 권고했다. ⓒ연합뉴스

 

 

모방 상표 이유로 권리 주장 힘들어

 

지역에서 15년간 영업하면서 사용하던 상호가 있었는데, 종업원으로 있던 분이 근처에 식당을 차리면서 동일한 이름으로 상표등록을 해버렸다는 것입니다. 결국 상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사업주는 간판을 내리고, 부랴부랴 새로운 상호로 바꾸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상표를 뺏기게 된 경우, 기존의 단골들은 사장이 바뀌었거나, 제3자가 새로 차린 곳이 원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결과, 그동안 고객들과 쌓은 신뢰, 장기간의 영업과 마케팅으로 쌓은 고객 흡입력을 그대로 뺏겨버리는 치명적인 손해가 발생하게 됩니다. 물론 홈페이지, 포장, 광고물도 모두 휴지조각이 돼버리죠.

 

하지만 등록 상표가 모방 상표라는 이유만으로 그 권리를 없애 버릴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상표권은 ‘먼저 사용한 사람’이 아니라, ‘특허청에 먼저 상표출원을 해서 등록 받은 사람’에게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나중에 사용한 사람이라도 먼저 상표출원을 해서 등록 받게 되면, 원래 사용하던 선사용자의 사용을 금지시킬 수 있습니다. 물론 공개된 기술일 경우 누구도 등록을 인정받을 수 없고,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되는 특허와 다른 부분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선사용권’이라는 제도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요건이 엄격하고 민사소송을 통해 선사용자가 권리를 주장·입증해야 하는 점에서, 상표 출원비용보다 훨씬 고액의 지출이 수반됩니다.

 

 

파리바게트 상표 출원만 4534건

 

설사 승소해 자기 상표를 계속 사용하게 되더라도 단골들, 즉 수요자들의 혼동을 막을 수 없고, 오히려 자기는 상표권자와 다르다는 표시를 선사용자인 자신이 해야 하는 점에서, 억울함은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가맹점을 모집해 프랜차이즈 기업으로 확장해 나가는 사업모델에 있어서, 상표, 상호, 서비스표의 안정적 확보는 필수적입니다. 상표권자가 아니라면 가맹점에 사용권을 설정해줄 수도 없고, 로열티를 받을 근거도 없습니다. 또한 제3자가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경우 가맹점을 보호해줄 수도 없습니다. 

 

아래는 유명 프랜차이즈 기업의 상표출원과 등록 수입니다. 이런 기업들이 상표권 확보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이제는 알기 때문입니다. 지금껏 당했던 억울한 일, 앞으론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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