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은행의 작은 컨설팅 이야기] 투자전략이 곧 경영전략이다
경제가 성숙기에 접어든 단계에서는 예전처럼 자기 능력과 열정만으로 외부 자금을 빌려 투자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창업해서 시설만 늘리면 매출도 늘고 현금도 쏟아져 들어오던 시절이 지나다 보니, 투자 방식도 새 공장을 짓는 방식 뿐 아니라 이미 가동중인 설비나 영업 실적이 있는 기업을 인수하여 위험을 줄이는 방식이 점점 더 중요하게 고려할 선택지가 되었다. 게다가 기대수익률은 내려가는 반면 불확실성은 더해가는 상황에서 투자자가 자금을 투입하기 전에 고려하는 요소의 범위와 깊이도 변하고 있으며, 투자 자금 조달에서도 은행 대출 외에 기업 공개, 유상 증자 등 다양한 위험과 성과 분담 방식이 활용된다.
이러한 방식은 단순히 자금조달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영 효율화와 사업 합리화, 투자금 회수 방식으로도 유용하게 쓰인다. 예컨대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뛰어나지만 경험 없는 창업자가 PEF에서 투자를 받아 공동경영하며 경영 노하우 및 전문경영인 풀을 활용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키우기도 하고, 주업에 집중하기 위하여 비주력사업부나 자산을 분리하여 관심 있는 기업에 매각하여 다시 성장할 여력을 확보하기도 한다. 즉 새로운 투자 수단은 새로운 경영 도구이기도 하며, 따라서 경영의 융통성을 높여 준다.
그런데 기업은 새로운 투자 방식과 새로운 자금 조달 방식을 과연 피상적 수준을 넘어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고려하여 투자 관련 결정을 내리고 있을까? 일정 이상 규모를 갖추고 관련 지식이 있는 인력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몰라도, 오랜 기간 동안 한 가지 주력 사업을 제대로 영위하는 데만 집중해 온 중소기업 가운데는 ‘본업만 제대로 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곳이 아직도 많다.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신사업을 계획하면서 향후 3년 매출액 말고는 원가율도, 상세 투자소요 내역도 추정해 보지 않은 기업도 있을 정도니, 새로운 투자와 자금조달 방식을 고려하거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기를 기대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에 M&A와 기업금융 업무를 담당하며 여러 중소·중견기업을 접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투자를 받거나 투자하여 성공하려면 꼭 필요한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해 보았다.
1. 객관적 상황 판단 및 전문가의 조언
전망이 밝을 때 투자하고 어두울 때 철수하는 전략은 일견 합리적이라, 이에 거슬러 행동하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다. 문제는 거래 상대방도 대부분 같은 근거로 행동한다는 데 있다. 이미 모두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산업에 적당한 가격으로 투자하기도 어렵고, 이미 모두 암울하다고 생각하는 사업을 만족스런 가격에 매각하기도 어렵다. 사업 전망은 당사자가 가장 잘 알 가능성이 그나마 높을지 모른다. 하지만 투자 또는 철수를 결정하는 데는 그 가능성과 투자시장의 흐름을 묶고, (자기 돈을 들이지 않았으니) 객관적으로 판단할 외부 전문가가 큰 도움이 된다.
예컨대,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던 A사는 전망이 밝아 보이던 신규 사업에 진출하여 몇 년 동안 성과를 내는 듯하다가, 경기가 악화하고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시설자금 상환을 연체하기 시작했다. 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해당 사업부를 매각하기로 했지만, 성숙기에 진입한 산업이라 사업부를 매각해 봤자 차입금도 상환하기 부족할 상황이다 보니 ‘전방산업 경기 1년 후 호전’이라는 기사를 근거로 차일피일 매각 작업을 미뤘다. 그리고 그 1년이 지나도 사업부의 사정은 회복하지 않았고, 결국 회사 전체가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당사자는 객관적 판단을 하기 어렵고 은행이나 자문사는 이해관계가 얽혀 조언을 해도 객관성을 의심받을 수밖에 없지만, 예컨대 이해관계가 없는 컨설팅사가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하여 제3자 입장에서 신속히 매각작업에 착수하도록 조언했다면 대표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2. 깊이 있는 투자 관련 전문 지식
‘중소기업인 거래처가 M&A 자문을 받고자 하는데 도와줄 수 있겠느냐’는 연락을 받은 적이 있다. 상황을 확인해 보니, 기업 대표가 지인에게서 사업체를 사기로 하고 이미 계약을 체결한 후였다. 계약까지 체결한 상황에서는 도움을 줄래야 줄 수 없는 일이다. 그 후 거래가 잘 끝났는지, 별다른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는지 듣지는 못했지만, 설령 아무 문제없이 거래가 마무리되었다고 해서 ‘쓸데없이 자문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거래를 잘 끝냈다’고 평한다면 마치 자동차보험을 들지 않고 운전을 한 후 ‘사고가 나지 않았으니 보험료를 아꼈다’고 말하는 격이다.
투자는 자동차 같은 공산품을 사고파는 일과 다르다. 같은 업종으로 묶이고 규모가 비슷한 기업이라고 해도, 들여다보면 제조 및 영업 구조부터 천차만별에다 지배구조, 법률관계는 말할 것도 없이 제각각이다. 예컨대 허가가 필요한 규제산업이라면 해당 사업권의 내용이 어떤지, 이전 허가가 날 가능성과 조건은 어떠한지 상세한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 캡티브 영업 비중이 큰 사업부나 회사를 인수했다면 거래 종결 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일정 매출을 보장하고, 해당 매출이 부진하면 매매대금을 정산할 때 일정액을 제할 수 있도록 거래구조를 짤 수도 있다.
이런 관련 지식을 매매당사자가 통달해야 할까? 사모펀드처럼 투자를 주업으로 하는 경우라면 그렇겠지만, 그 경우에도 투자를 할 때마다 당연히 법무법인과 회계법인을 고용한다. 사업다각화나 사업철수를 한 두 번 할까 말까 할 중소기업이라면 거래상대방이 고용한 전문가와 대등할 정도로 그런 지식을 쌓을 수도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 본질 평가에 집중하고, 계약관계 및 거래구조 같이 부차적이지만 본업 못지않게 중요한 사항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편이 합리적이다.
3. 신뢰할 만한 네트워크
투자자 입장에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투자할 만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회사를 찾는 것도 일이지만, 그 가운데 현 주주가 지분을 팔거나 투자를 받을 이유가 있는 회사를 찾지 못한다면 애초에 첫걸음도 떼지 못한 셈이다. 피투자자 입장에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예컨대 M&A가 공개입찰로 진행된다 해도, 그 중 절대다수는 매각측이 먼저 암암리에 잠재매수자를 접촉하여 성사가능성을 확인한 후에 진행된다. 적당한 인수자를 찾지 못했거나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된 매물이 다시 시장에 나온다면, 잠재매수자 입장에서도 일단 색안경을 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주택 경매가 유찰될수록 낙찰 기대가가 떨어지는 상황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잠재매물과 잠재매수자 네트워크 없이 제대로 된 거래 전략을 세울 수도, 제대로 된 결과를 기대할 수도 없다. 이 부분에서도 산업은행이 투자 결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데, M&A실 등 자문 전담 부서 외에도 전국을 아우르는 지점망을 통해 매수·매각 수요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매물의 가치를 평가하고 재무·법률 위험을 파악하여 협상을 이끌어가고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종결하는 데는 회계사와 변호사 같은 전문가의 역할도 중요하다. 그런데 회계사라고 같은 회계사가 아니고, 변호사라고 같은 변호사가 아니다. 사업체를 매매하려고 하면서 ‘개인적으로 잘 아는 변호사에게 자문을 맡겼다’는 대표를 종종 보았는데, 일단 전문가라 해도 M&A 등 투자를 전문으로 하지 않는다면 비전문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업종 등 개별 건의 특성에 맞는 경력이 있고 또 평판이 좋은 전문가를 골라야 할 텐데, 무경험자로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한 예로 M&A업무를 할 때, 관련 경험 없던 고객사에게서 법률자문사를 추천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이에 해당 업종 거래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평판도 좋은 법무법인 두 곳을 골라 추천했으며, 고객사는 그 중 한 곳을 선택했다. 그리고 자문사는 기대했던 대로 역할을 수행하여, 거래 성사에 상당한 역할을 했던 적이 있다. 신뢰할 만한 자문사와 일해도 성공하기 쉽지 않은 것이 투자인데, 같은 편부터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 성공 가능성은 말할 것도 없다. 그리고 신뢰할 만한 내 편을 찾는 데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산업은행 컨설팅실은 투자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앞에서 첫째로 말했던 객관적 상황 판단에 당실이 제공하는 투자전략 컨설팅이 도움을 줄 수 있다. 투자전략 컨설팅은 투자가 필요한 주력·신규 사업의 시장성과 경쟁력을 분석하고 적정한 투자 유치 규모를 도출하며, 또 회사의 재무상태를 분석 및 추정하여 M&A/IPO/출자전환/유상증자 등 적정한 방안과 대책을 제시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컨설팅사가 중립성과 객관성을 갖춰야 고객사가 조언을 신뢰할 수 있는 것이다. 당실은 M&A실 같이 투자 관련 자문을 직접 제공하는 부서는 아니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투자/피투자 여부에 손익이 달려 있지 않아 고객사도 컨설팅실이 내는 조언의 중립성을 믿고 판단에 참고할 수 있다.
둘째로 말한 투자 분야 전문성은 실제 투자 자문과 절차 진행을 담당할 자문사가 갖춰야 할 것이지, 큰 그림과 방향을 제시하는 컨설턴트가 갖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관련 분야 전문성 없는 사람에게 적합한 조언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일반·종합 컨설팅과 투자전략 컨설팅은 공통점 못지않게 차이점도 많은 별개의 컨설팅 분야로 보아야 하며, 따라서 원하는 컨설팅 분야의 전문성을 담당 컨설턴트가 갖추었는지가 관건이다. 산업은행은 대출은 물론이고 IB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은행이며, 컨설팅실에서 근무하는 컨설턴트도 대부분 다양한 투자 업무를 직접 수행한 경험이 풍부하다. 여러 수단을 피상적으로만 아는 사람보다는, 시설자금 대출 경험은 물론이고 M&A나 자산유동화채권발행 등 투자 업무를 직접 수행해 본 컨설턴트가 여러 투자 방식의 허와 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정확히 조언하는 데도 당연히 우위가 있다.
셋째, 네트워크와 관련해서 우선 은행 안에 투자 관련부서가 있어 매끄러운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 시설자금을 대출하는 영업점은 물론이고, 기업 인수·매각자문과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M&A실, PEF를 운영하는 PE실, 회사채 발행이나 구조화금융 자문을 담당하는 발행시장실 등이 같은 은행 안에 존재하므로, 'Next Step'을 원할 때 신속한 업무 연계가 가능하다. 또 다양한 투자 업무를 국내외 유명 외부 전문가 집단과 공동 진행한 이력이 풍부하므로 앞에서 말한 사례처럼 자문사를 선정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정보도 제공할 수 있다.
경영 여건은 불리해지고 경쟁은 치열해지는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내 회사’가 우위에 있다 해도 동종업계에 있는 다른 회사는 열위를 극복하기 위해 신무기를 들고 나올 것이다. 설령 산업에 속한 모든 회사가 현 상태에 만족한다 해도, 그렇다면 성장 한계에 도달한 외부자가 신무기를 가지고 시장에 침투하려 할 것이다. 적절한 자금조달 방식을 유연하게 사용할 줄 아는 능력은 신기술과 신제품,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는 기초가 될 뿐 아니라 그 자체로도 신무기 역할을 할 것이고, 다양한 투자 옵션은 기업의 유지와 생존 그리고 발전을 위한 도구가 될 것이다. 이제 투자전략은 내부 역량이 부족하면 외부의 힘을 활용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필수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