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강현수 국토연구원장 “기초단체에 책임과 권한 함께 줘야”

“정치권력이 지방분권화해야 한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핵심 국정과제의 해법으로 ‘정치권력의 지방분권’을 내놓았다. 강 원장은 “예산배분과 의사결정 권한이 중앙에 있다 보니 (지방은) 예산을 더 배분받는 데 관심이 있었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고 지적한 후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없다”며 “(지방정부 간) 예산을 어떻게 잘 쓰는지를 놓고 경쟁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10월23일 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굿 시티 포럼 2018(GOOD CITY FORUM 2018)’에서 ‘Keynote Speech’(기조연설)를 통해 ‘도시재생의 방향성과 풀어야 할 과제’를 강연한 강 원장은 포럼 후 가진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더 많은 ‘굿 시티’를 만들기 위해서는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혁신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강 원장은 국토연구원 위촉연구위원, 대통령 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한국공간환경학회 회장, 녹색성장위원회 위원, 충남연구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2년부터 중부대학교 교수로 재직 중이며 지난 7월 제16대 국토연구원장으로 임명됐다. 

 

ⓒ 시사저널 임준선



어떤 도시가 ‘Good City’라고 보나.

“‘살고 싶은 도시’가 좋은 도시다. 도시는 사람이 모이는 곳이다. 사람이 살고 싶어 하는 도시가 되려면 우선 일자리가 있어야 하고, 또 주거를 비롯해 교육·문화 환경이 좋아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지속 가능한 도시’여야 한다. 사람에게는 이기심이 있을 수 있다. 가령 두바이의 경우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주변의 자연환경을 파괴하는 도시다. 환경·생태적으로 지속 가능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도시 개념이 마련돼야 한다. 다른 도시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기 좋은 도시는 ‘굿 시티’가 아니다.”

지방도시가 위기에 처해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그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몇 가지가 중첩돼 있는데, 가장 큰 원인은 권력의 집중이다. 정치·경제·문화·언론 등 모든 권력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기회의 격차가 발생했다. 단순히 수의 격차가 아니다. (수도권 대 지방) 인구 비율은 5대 5인데 생활의 질적 차이는 훨씬 크다. 좋은 일자리는 수도권에 몰려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수도권을 벗어나면 인력 구하기가 쉽지 않다.”

위기의 지방을 되살리기 위한 여러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는데,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고 있는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까.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국토부가 주도하는 물리적 사업이다. 물리적 환경 개선 중심이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것 하나만 가지고 지방을 되살릴 수는 없다. 융·복합이 이뤄져야 한다. 가령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일자리 사업과 결합하는 형태다. 교육도 마찬가지다. 금산에 대안학교가 3곳 있다. 서울·수도권 학부모들이 아이를 이곳으로 보낸다. 초·중·고 교육 환경만 좋아도 이사 와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공장 만드는 거보다 학교 만드는 게 더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 부분이 잘 안된다.”

잘 안되는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보나.

“교육자치가 완벽하지 않아서 그렇다. 행정자치와 달리 교육자치는 광역 단위로 돼 있다. 그런데 초·중·고는 광역자치단체가 커버하기 어렵다. 기초자치단체에서 교육자치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 부처 간 융·복합이 잘돼야 한다. 칸막이를 해소해야 한다. 교육 인프라는 이미 잘돼 있다. 융·복합을 통해 다른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도시재생의 경우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업이라 그 성과가 짧은 기간 내에 나오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이러한 점이 사업을 원활히 진행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시재생 사업도 당연히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그런데 수도권과 지방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수도권의 경우 민간 투자 유치가 용이하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 오히려 부작용을 줄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정말 어렵다. 그런 만큼 재생 사업의 목표도 달라야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재생에 있지만 사업 성과의 목표는 달라야 한다. 서울은 임대주택을 충분히 공급하고 재정착률을 높이는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둔다면, 중소도시는 인구 유입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에 목표를 두는 식으로 보다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도시재생의 경우 주민의 참여가 중요한데, 그렇다고 주민 참여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도 있다.

“지역 주민들이 우리 삶터를 어떻게 재생할지에 대해 합의가 있었으면 한다. 재생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골목에 화분 놓기와 같은 것은 매주 만나 할 수 있다. 하지만 복잡한 재산권 문제가 발생하면 주민 참여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주민에게 위임해 결정할 영역이 있고 공공이 개입해야 할 영역이 있다. 과잉대표 문제도 있다. 주민 주도라는 말이 공허할 때가 있다. 너무 추상적이면 헛돈다. 이 부분도 제도를 잘 설계하면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

국가균형발전은 앞선 여러 정권에서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는데 목표 달성을 이루지는 못했다.

“그마저도 안 했다면 중앙에 더 집중됐을 거다. 역대 정권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결국 정치권력이 지방분권화해야 한다. 예산배분과 의사결정 권한이 중앙에 있다. 그러다 보니 (지방은) 예산을 더 배분받는 데 관심이 있었지, 어떻게 효과적으로 쓸지에는 관심이 없었다.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결정하고 (예산을) 나눠주는 방식으로는 (지방정부의) 책임성을 확보할 수 없다. (지방정부 간) 예산을 어떻게 잘 쓰는지를 놓고 경쟁을 시켜야 한다.”

더 많은 ‘Good City’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역시 지방분권이 중요하다. 226개 기초자치단체가 혁신 경쟁을 하게 해야 한다. 기초자치단체장이 가장 열정을 갖는 게 맞다. 이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책임과 권한을 함께 줘야 한다. 예산 따오기가 아닌 사업 성과를 평가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