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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비슷한 구조·까다롭지 않은 사육···면역거부반응·감염병은 극복할 숙제

 인간에게 필요한 장기를 동물에서 얻으려는 시도는 19세기부터 있었다. 여러 동물 가운데 사람과 가장 닮았고 체구도 비슷한 침팬지나 원숭이가 우선적으로 선택됐다. 1960년대부터 침팬지나 원숭이의 신장·심장·간·골수세포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1963년 미국 툴레인대학 림츠마 교수는 침팬지 신장을 환자에게 이식해 9개월간 생명을 연장했다. 1984년 레너드 베일리 박사는 개코원숭이 심장을 여자아이에게 성공적으로 이식했으나 아이는 20일 후 사망했다.  2000년대 원숭이 대신 돼지가 이종장기 공여 동물로 등장했다. 영장류는 명종 위기종인 데다 한 번에 태어나는 개체 수가 적고 성장 속도도 인간만큼 느리다. 영장류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기엔 그 크기도 작았다. 무엇보다 동물의 장기 세포에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의한 감염병 위험이 컸다.  과학자들은 이런 문제의 해법을 돼지에서 찾았다. 돼지의 모양새는 인간과 다르지만, 몸속 구조가 인간과 유사하다. 돼지는 임신 기간이 보통 114일로 짧고 한 번에 5~12마리의 새끼를 낳으므로 장기 획득 면에서 이롭다. 인간에게 적합한 크기의 장기를 얻기 위해 돼지의 크기를 작게 개량한 미니돼지도 만들 수 있다. 인간과 오랜 기간 지낸 동물이어서 동물원성 감염병 위험도 적다.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은 2004~12년 크기를 줄이고 병원균을 제거한 무균돼지인 '서울대 미니돼지'를 만들었다.(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제공)​

 사람에게 이식할만한 돼지 장기는 폐, 신장, 췌장, 각막, 심장, 간 등이다. 이 가운데 성공이 가장 가시화된 장기는 췌도(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 세포)다. 10cm가량 되는 돼지의 췌장을 그대로 사람에게 이식하는 게 아니라 돼지 췌장에서 췌도만 분리해 사람의 간을 관통하는 혈관(간문맥)에 주사하면 이 세포가 호르몬(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조절한다. 그래서 당뇨병 환자의 인체 이식용으로 돼지 췌도가 주목받고 있다.  '인간을 위한 동물의 희생'이라는 윤리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성공적인 이종이식을 위해 풀어야 할 2가지 숙제가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면역거부반응이다. 돼지의 췌도가 우리 몸에 들어오면 몸은 이 세포를 이물질로 인식하고 공격한다. 이종이식의 성패는 면역거부반응 극복에 달렸을 정도로 이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고 있다. 면역거부반응을 줄이기 위해 전문가들은 동물의 유전자를 조작했다. 예컨대 사람에게 면역거부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를 제거한 돼지(형질전환돼지)를 만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부족해서 면역억제제도 개발했다. 1995년 이후 유전자를 조작한 동물의 장기를 인간에게 이식하고 강력한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연구가 여러 차례 진행됐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안전한 이종이식을 위해 극복해야 할 또 다른 숙제는 감염 위험이다. 돼지에 있던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균이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으므로 과학자들은 병원균을 제거한 무균돼지를 만들었다. 한국도 2004~12년 세계보건기구(WHO)의 장기이식원 권고기준을 만족하는 무균돼지를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서울대 특수생명자원센터에는 있는 이 돼지의 이름은 '서울대 미니돼지'다. 이 돼지에서 채취한 췌도를 당뇨병에 걸린 원숭이에 이식하는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이 실험에서 세계적으로 최장기간(2년 10개월) 당뇨가 억제되는 결과를 얻어냈다. 또 돼지의 각막을 각막 질환에 걸린 원숭이에게 이식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종이식에 대한 연구는 우리뿐만 아니라 세계가 경쟁하듯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 돼지 췌도와 각막을 이용한 임상시험을 진행할 단계이지만 관련 법과 담당 부처가 정해지지 않아 지연되고 있다. 미국도 돼지 췌도를 이용한 임상시험을 추진 중인데, 과도한 면역억제요법이 문제로 미국식품의약국(FDA)의 허가가 늦어지고 있다. 벨기에는 돼지 췌도를 이용한 영장류 실험을 진행 중이다. 뉴질랜드는 돼지 췌도를 러시아에 판매하고 있다.  동물의 장기를 사람에게 이식하는 임상시험에서 기대한 효과를 얻는다면 질병 치료에 새로운 이정표가 마련된다. 돼지 췌도로 당뇨병을 치료하고, 돼지 각막으로 각막질환을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안전성과 효과가 동시에 확인돼야 치료법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기간이 수년에서 10년 이상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긴 여정도 첫발로 시작해야 한다. 그 첫발이 임상시험이다.  (도움말=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 ※ [이종장기] 지난 기사  

[이종이식①] 국내 의료진 ‘돼지 췌장 세포 이식’ 세계 첫 시도

//yongshu668.com/journal/article/17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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