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 “부동산·금융·소재가 유망 업종”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이에 따른 달러화 강세로 신흥국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은 예외다. 베트남에 대한 믿음은 쉽사리 꺾이지 않고 있다. 올 들어 조정을 받으며 고전했던 베트남 증시도 수익률을 다시 회복했다.

꾸준한 성장세, 안정적인 기업 실적, 높은 투자 매력도. 아직도 베트남이 ‘넥스트 차이나’로 평가받는 이유다. 실제 베트남은 최근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 베트남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경제성장률은 6.98%였다. 이소연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수석연구원은 “정부의 시장 친화적 정책과 풍부한 인력풀, 높은 교육열, 한국과 비슷한 가치관 등이 베트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며 “수도 하노이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5820달러로 내수시장 확대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스크 문제가 제기되지만 투자 자금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재정 적자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면서 “CP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와 베트남-EU FTA(자유무역협정)를 통해 큰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이소연 수석연구원과의 일문일답.  

 
ⓒ 이소연 제공



베트남 시장이 여전히 ‘넥스트 차이나’로 평가받는 배경은.

“베트남은 주변국과 비교해 인건비가 저렴하고 지리적 이점도 있다. 젊고 풍부한 인구도 강점이다. 베트남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금 유치-제조업 발달-수출 주도 성장’을 목표로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이점으로 작용한다. 높은 교육열과 낮은 문맹률도 ‘넥스트 차이나’가 될 수 있는 배경이다. 또 동남아 국가 중 유일하게 한자 유교문화권으로 한국과 비슷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한국이 베트남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주목해야 할 경제 이슈는 뭔가.

“2014년 베트남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상회하며 1차 소비 확대 국면에 접어들었다. 중국은 2006년, 한국은 1983년에 1인당 GDP가 2000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비시장이 확대된 사례가 있다. 하노이의 1인당 GDP는 이미 5820달러로 내수시장 확대가 본격화됐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이 6% 후반이 나올 수 있는 배경은 탄탄한 내수가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소비 트렌드도 변화하고 있다던데.

“2016~20년 경제사회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르면, 2017년 34.9% 수준인 도시화율을 2020년까지 4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시·철도·상수도 등 인프라 건설 증가, 백화점·마트 등 현대식 유통망이 확산되고 있다. 소비 수준 향상에 따라 음식료와 유통, 레저산업 등에서 수혜를 기대할 수 있다.”

올해 3월 체결된 CPTPP, 베트남-EU FTA 등이 베트남 무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나.

“수출 비중이 높은 미국이 탈퇴하면서 기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보다는 기대 효과가 감소했다. 그러나 베트남은 CPTPP 참여국 중 최대 수혜국으로 평가된다. 캐나다·멕시코·페루와 신규 FTA를 맺는 효과가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인 베트남-EU FTA까지 발효된다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EU로 수출되는 의류와 농수산물이 관세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또 의류·직물 분야에서도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급증한 국가 부채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정적자는 지속되고 있으나 주변 신흥국과 비교해 보면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다만 정확한 검증 등 사전 분석 없이 개발사업에 예산이 승인되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되거나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인프라 개발이 지연되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지원 여건이 악화되면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국영기업 민영화가 대내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베트남의 국영기업 민영화는 단기 과제가 아니다. 베트남 최대 국영 조선업체인 비나신 부도 이후 2011~15년 민영화 계획이 발표됐다. 그러나 금융위기 등 대외 환경에 의한 주식시장 부진, 정치적 이해관계, 승인 절차의 더딘 속도 등을 이유로 원활히 집행되지 못했다. 베트남에서 기업공개는 정부 보유 지분의 공개를 의미할 뿐 상장과 별도의 절차다. 국영기업의 상장으로 주식시장 물량 부담을 야기할 가능성은 낮다. 베트남 정부는 직접금융시장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국영기업 민영화를 강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7~20년 국영 주식 매각 계획 역시 주식시장에 부담을 준다면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마이너스 수익률을 보인 베트남 펀드가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중장기적 경제 전망은 어떤가.

“4월 중 베트남지수가 역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이후 7월까지 조정을 받은 이유는 대외 불확실성보다 대내 요인 때문이다. 대형 기업공개와 상장으로 인한 수급 불균형, 주식담보대출 규제 등이 원인이다. 7월 중에 지수 상승과 함께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수급 불확실성 문제는 일단락됐다. 9월까지 지수는 반등 흐름을 보였으나 10월 들어 미국 국채금리 상승,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증시 하락과 함께 베트남지수도 동반 조정 중이다. 그러나 3분기 GDP뿐만 아니라 산업생산, 소매판매 등 양호한 경제지표를 보면 대외 불확실성만 해소된다면 베트남지수는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베트남의 유망 업종과 대표 기업은 무엇이라 보나.

“유망 업종은 부동산·금융·소재다. 각 업종의 대표 기업을 살펴보면 부동산 대표 기업은 VIC(빈그룹)·VHN(빈홈즈)·VRE(빈콤리테일), 금융 대표 기업은 VCB(베트남무역은행)·BID(베트남투자개발은행)·SSI(사이공증권) 등이 있다. 소재 대표 기업은 HPG(호아팟그룹)·HT1(하띠엔시멘트)·HSG(호아센그룹) 등이다.”

신흥국의 자금 이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데.

“베트남 투자자금의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외국인 직접투자자금 대부분이 제조업과 부동산 분야로, 베트남으로의 공장 이전 또는 부동산 개발 등의 목적으로 유입된 자금이다. 단기에 유출될 가능성은 낮다.”

한국투자증권도 베트남에 집중하고 있다. 향후 계획은 뭔가.

“한국투자증권은 2006년 업계 최초로 베트남 펀드를 판매했다. 2008년 현지사무소를 설립하고 2010년 현지 증권사 인수를 결정했다. 현재 6개 영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2018년 7월 외국계 증권사로는 최초로 선물거래 라이선스를 취득하는 등 성공적인 현지화를 이뤄냈다. 베트남 현지법인은 2018년 6월 372억원의 증자를 통해 2018년 6월말 자본 935억원, 업계 8위 증권사가 됐다. 2019년에는 자기자본 투자와 기업 인수·합병 등 투자은행(IB) 비즈니스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베트남 르포’ 연관기사



 

저작권자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