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부산지회, “다음주 월요일부터 휴업 시작한다” 안건 가결…‘2차 보육대란’ 올까
부산에서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격화되는 비리유치원 파문 속에 강경대응으로 일관하는 정부를 향한 반발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원장들의 이기심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정부 또한 쓸 카드가 마땅치 않은 형국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부산지회에 따르면, 10월24일 오전 부산 사립유치원장을 대상으로 한 긴급회의가 소집됐다. 이날 회의 안건으로 “다음주 월요일부터 단체 휴업을 시작하고 2019년도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원장 180여명 중 80~90%가 동의했다고 한다.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부산에 있는 한유총 소속 사립유치원 약 250곳이 모두 휴업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휴업 시기는 잠정적으로 일주일이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이는 상당한 후폭풍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부산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3.4%로 전국 최저였다. 이는 곧 사립유치원 의존율이 가장 높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립유치원이 집단휴업에 돌입하면 수많은 부모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유총 부산지회 관계자는 10월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모든 사립유치원이 비리집단으로 매도된 상황에서 대다수 원장들이 폐원까지 고려하고 있다”며 “그런데 폐원도 마음대로 안 되는데다 우리의 요구사항까지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현행법상 유치원 폐원은 교육부의 허락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 관계자는 “이러나저러나 범법자 신세인데 휴업 말곤 우리의 뜻을 알릴 방법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집단 휴업 움직임이 부산 외 지역으로 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9월 전국을 강타했던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사태가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당시엔 한유총이 휴업 철회 의사를 밝히면서 교육부와 극적 합의를 이뤘다. 그러나 한유총이 끈질기게 요구해 온 ‘사립유치원용 회계규칙’은 결국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번에 비리유치원 사태가 터지자 한유총은 같은 요구를 반복했다. “사립유치원 토지·건물에 대한 설립자 혹은 원장의 재산 기여분을 인정해주는 회계기준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에 대한 교육부의 입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현행법상 원장의 사적 이익은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의 으름장도 유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작년에 교육부는 사립유치원의 집단휴업 움직임을 불법 행위로 간주하고 강도 높은 대응을 예고했다. 이번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0월18일 “아이를 볼모로 한 어떤 행위도 묵과하지 않겠다”며 “집단휴업 등 아이들의 교육권을 침해하는 행위는 엄단 조치할 것”이라 경고했다.
부산교육청 공보담당관은 10월24일 "집단휴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아직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지금 이렇게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쉽게 휴업을 강행하진 못할 것"이라고 했다. 또 "만약 휴업에 돌입하면 정원감축과 학급감축, 유아모집정지 등 단계적 조치를 취하겠다"며 "담합행위로 간주해 공정위에도 조사를 의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아이들을 수용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전국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25.5%다. 정부 시설이 유치원생 4명 중 1명만 보듬을 수 있는 셈이다. 사립유치원을 억압할수록 그 폐해가 당장 학부모에게 돌아가버리는 꼴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립유치원과 정부가 서로 입장만 고집하면 정부가 질 수밖에 없다”는 비관론까지 나온다.
한유총 내 컨트롤타워 격인 비상대책위원회는 “부산의 집단휴업에 대해선 아는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비대위 소속 윤성혜 한유총 언론홍보이사는 10월24일 기자에게 “휴업하려는 움직임이 이해 안 되는 건 아니다”라며 “전국에서 폐원을 준비 중이거나 원아모집을 안 하는 유치원이 파악을 못할 정도로 많다”고 했다. 이어 “범죄자로 몰려 원생이 줄어드는 판국인데, 결국엔 운영난에 허덕여 폐원할 수밖에 없지 않겠나”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