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지역관광 인프라 확충해야”
17년째 관광수지 적자가 계속되는 나라. 한국 관광에 적신호가 들어온 것은 오래된 일이다. 심지어 2018년 상반기 관광수지 적자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정부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두 차례의 국가관광전략회의를 열어 내·외국인의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했지만, 손에 잡히는 정책은 제시되지 않았다.
관광 산업은 어떤 분야보다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통계가 있다. 지역관광 산업이 활성화되면 관광수지뿐 아니라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그러나 정부는 사실상 관광 산업을 도외시했다. 대통령 산하 기구로 추진됐던 국가관광전략회의를 국무총리 산하 기구로 격하시켰고, 청와대 비서실을 개편하면서 관광진흥비서관마저 없앴다.
이제 범정부 차원에서 관광정책을 제대로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정부는 관광 산업을 우선순위에 두지 않고 있다. 부처 간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상시적인 조직을 만들고, 관광과 첨단 분야를 융합시켜 ‘일자리 시너지’를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이어 “지역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외래객을 유입시키는 테마 사업과 글로컬(Glocal) 사업에 과감하게 예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양대 관광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이 교수는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의 정책자문위원으로 관광정책에 대한 조언을 해 오고 있는,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전문가다.
관광 산업의 고용창출 효과가 높다. 현 정부의 관광정책에 대해 평가한다면.
“관광 산업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들로 밝혀졌다. 통계에 의하면 서울의 경우, 외래객 36명을 유치하면 일자리 한 개가 창출된다. 문재인 정부가 근로 52시간 상한제, 체크바캉스 제도 등 일자리와 관련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관광 산업을 통해 ‘일자리 시너지’를 높이려는 정책은 축소됐다. 청와대 비서실이 개편되면서 이전 정부에서 유지됐던 관광진흥비서관이 없어졌다. 부처 간 정책과 협력을 조율할 책임자들이 부재 상태라는 얘기다. 관광 산업을 적극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을 갖춰야 하는데, 현재 정부 정책은 4차 산업과 첨단 분야의 일자리를 넓히는 것에 집중돼 있다. 첨단 분야와 관광을 융합해 일자리 시너지를 높이려는 정책이 필요하다.”
작년에 비해 늘긴 했지만, 중국인 관광객 수가 2016년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통 큰 협력’이 필요하다. 유커 유입이 줄어든 것은 외교안보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자연스럽게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 우리도 협상할 무기가 있다. 중국에도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다. 한국은 중국을 가장 많이 찾는 나라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협상이 필요하다. 물론 중국에 너무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었던 시장 구조는 개선해야 한다.”
한국 관광은 ‘저가 관광’이라는 이미지가 고착화돼 있다.
“유통구조 문제다. 일부 여행사가 마진이 없거나 오히려 적자를 내는 상품으로 시장 질서를 깨뜨리고 있고, 그것이 전체 구조를 바꾸고 있다. 업계의 자정 노력뿐 아니라, 협회 차원의 감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 정부와 중국 정부도 정책과 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여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는 우수관광상품인증제도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고품질 관광을 위한 방향을 시장에 제시해야 한다.”
명동 등 유커에 의존하고 있던 관광 산업이 침체되고 있다.
“쇼핑은 한국 관광에서 큰 매력이고 자산이다. 그러나 ‘쇼핑만을 위한 관광’이 유지돼서는 안 된다. 시장 본래의 기능을 유지해야 한다. 한국 관광객과 시민들이 이용해야 그곳의 매력은 유지된다. 중국뿐 아니라, 다양한 국가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변신이 필요하다. 동남아 시장이 개척되고 있다면 무슬림을 위한 쇼핑 아이템과 서비스 체계를 갖출 필요도 있다. 일본에서는 무슬림을 위해 일본 전통 문양을 그린 차도르를 개발해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의 관광 인프라는 서울과 제주 등 일부 도시에 치우쳐 있다.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나.
“우리는 일본 여행을 간다고 하지 않는다. 후쿠오카, 삿포로, 오사카에 간다고 얘기한다. 활성화된 지방관광 산업을 외국인으로 채우려는 노력을 했기 때문이다. 이제 국가 단위의 관광 시대는 지났다. 지역관광 인프라를 확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외래객 유치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대상으로 글로컬(Glocal) 사업, 국내 관광도시를 지역별 테마에 따라 10개 권역으로 구분해 육성하는 테마여행 10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두 사업의 연계가 필요하다. 글로컬 사업에 부족한 인프라를 테마 10선 사업을 통해 보완하는 형태로 나아가야 한다. 이에 맞는 예산이 과감하게 지원될 필요가 있다.”
정부의 관광정책이 인바운드에 함몰돼 있다는 지적도 있다.
“관광을 너무 경제적 관점에서만 보는 것은 한계가 있다. 여행을 통해 문화와 경험을 습득하고 개인과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도 한다. 관광은 오기도 하고 가기도 하는 두 방향이 모두 발전해야 한다. 국내 관광에서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장소를 발굴해야 한다. 국내 관광객을 먼저 유치해 관심을 끌고, 이후에 외국관광객을 유입시키는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남북 정상회담으로 인해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경협이 관광 산업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당연히 필요한 것이고, 새로운 활로가 될 것이다. DMZ(비무장지대)는 세계적인 자원이다. 어떤 면에서는 아픔이지만, 한편으로는 국제적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의 자산이다. 한국은 이런 측면에서 세계적인 평화관광을 주도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평화라는 이슈로 개성과 금강산, 평양에 대한 관광을 개척한다면 한국 관광을 세계화할 수 있는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다. 남한과 북한을 잇는 여행상품은 남미나 아프리카에 가는 것보다 획기적인 ‘인생 여행’으로 인식될 수 있다.”
한국 관광 산업이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한국은 관광지 입장료가 너무 저렴하다. 중국이나 터키, 이스탄불도 몇만원에서 10만원까지 입장료를 받는다. 사람들은 무료일 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지불했을 때 더 많은 가치를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치에 만족할 때 관광에 대한 만족도도 올라간다. 전반적으로 한국 관광은 정당한 가격을 내고 좋은 체험을 하는 ‘가치 관광’ ‘품질 관광’으로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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